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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대기 순번 100번!" 엄마들의 절규



사건/사고

    "어린이집 대기 순번 100번!" 엄마들의 절규

    [저출산의 늪③] 고립양육의 시대 "70년전 일본보다 못해"

    '아이가 울지 않는 나라', '노인들의 나라'... 너도 나도 저출산 문제를 경고한다. 그러나 현실 속 청년들은 "출산은 백해무익", "아이 낳으라는 건 욕"이라고 고백한다. 출산의 기쁨은 박탈당한 지 오래다. CBS노컷뉴스는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해 저출산의 현실과 그 대응방안을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출산은 백해무익"…2030 청년들의 절규
    ② 일·가정 양립?…"산모는 강제퇴직 1순위"
    ③ "어린이집 대기 순번 100번!" 엄마들의 절규
    (계속)


    "보육 정책, 국가 책임 강화할 것"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출산율이 계속해서 떨어져가던 상황에서 보육 정책을 먼저 화두로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

    그러나 무상 보육 논쟁이 벌어지면서 난상토론이 벌어졌고 보육 정책은 되려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모들은 육아 난관을 홀로 헤쳐나가고 있었다. CBS노컷뉴스가 이들을 만나 속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어린이집 비용 대준다고? 보낼 데가 없어요"

    18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 김모(38·여) 씨는 별다른 목적지 없이 한낮 대로변을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거닐고 있었다.

    김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해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의 어린이집은 포화상태"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만 2015년에 태어난 아이가 50명이 넘어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는 15년생들은 아예 안 받겠다고 선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 수가 자꾸 많다고 하는데, 인구밀도 대비 어린이집 수를 따져본 적이 있는지가 궁금하다"며 "멀리 보낼 수밖에 없는데, 그 먼 곳도 대기 번호가 100번이 넘는다"고 한탄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25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최모(33·여) 씨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다. "어린이집 무상 보육이요?"라고 되물은 최 씨는 "돈을 내더라도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신을 하며 퇴직 수순을 밟은 4살 아이 엄마 박모(33·여)씨는 최근 다시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순전히 어린이집 때문이었다.

    맞벌이 가정에만 어린이집 대기 추가 점수를 주니, 맞벌이가 아닌 박 씨의 가족은 하염없이 어린이집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차라리 적은 월급이지만 취업이 낫다고 판단했다.

    불법을 택한 이들도 심심찮게 있었다. 아들의 어린이집 대기순번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이모(37·여) 씨는 어린이집 원장의 조언으로 허위 재직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이 씨는 "마침 아는 분이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어 직원으로 등록했다"면서 "주변에 허위로 재직증명서 발급받아 대기 순번을 앞당긴 사람들이 꽤 많다"고 귀뜸했다.

    ◇ 눈치 보이고 외로운데 정책은 핑크빛

    이러한 현실과는 달리 정책 안에서의 보육 현실은 핑크빛에 가까웠다.

    보건복지부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웃을 수 있다"며 맞춤형 보육을 선전했고 "영유아 한 명당 평균 보육비가 3년새 41%나 줄었다"고 홍보했다.

    뉴스테이 아파트 단지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유치하겠다며 기약 없는 계획을 광고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보건복지부)

     

    그러나 CBS노컷뉴스가 만난 부모들에게 양육은 모두 '고립양육'이었다. 보육에 대한 걱정은 부모 개인의 몫이었다.

    세 자녀의 엄마 서모(37·여) 씨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데, 다자녀 가족이라고 해서 혜택을 주는 건 전기세 1,2000원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5살 아이 엄마 이모(35·여) 씨는 "아이 엄마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에만 보내려고 하는 게 문제"라는 정부의 시각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국공립 어린이집은 아예 생각조차 못해봤다"고 말했다.

    4살 아이 엄마 김모(32·여) 씨도 "아이 데리고 다니면 눈치도 보이고 엄마들 자꾸 백화점 다닌다고 뭐라고 하는데, 백화점이 그나마 눈치를 안 주니까 거기밖에 못 가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몇 달 전 둘째를 임신한 박모(38·여) 씨는 "배가 점점 불러오고 입덧까지 심한데 아직도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해 죽을 지경"이라며 "정부를 믿고 둘째를 가진 건 아니지만 형편없는 보육현실에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일본과 비교? 2차 세계대전 전까지 가야

    2015년 보건복지부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실시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엄마들을 상대로 추가 출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답변자의 77.9%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 중 아이가 1명인 부모들은 약 50%에 달하는 비율로 '양육 비용과 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더이상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출처 = 보건복지부)

     

    정작 아이를 낳으면 키우는 순간부터는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되는 셈이다.

    일본 육아 정책 전문가 장경희 교수는 "한국의 보육 정책은 일본과 비교하면 제2차 세계대전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한참 못 미친다"며, "일본에서는 이미 그 당시에 '아이가 국가의 미래'라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하면서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이 거의 100%, 한국처럼 철저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형 어린이집의 비율은 1~2% 수준이다.

    장 교수는 "한국에서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때그때 선거를 위한 정책만 나오니 저출산 문제는 계속 쳇바퀴를 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보건복지부)

     

    정부가 내놓은 2016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료에 3조 1066억원이 편성됐고 0~2세 보육료는 2조 9634억원이 편성됐다. 긴급보육바우처에는 607억원,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비에는 8168억원이 투입됐다.

    한 해에만 수조원, 지난 10년간 100조원이 쳇바퀴 속에서 소비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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