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소속 구본찬의 개인전 우승으로 한국 양국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뒤, 선수단은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헹가래 쳤다.
선수단이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을 인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감사함을 표시한 것이다.
한국 양궁의 쾌거는 물론 양궁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이 결정적이었지만, 그런 노력을 가능하게 하는 현대차그룹의 ‘통 큰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다.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부회장까지 32년간 대를 이은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의 양궁 후원과 관련된 일화는 매우 다양하다.
90년대 말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국 활 메이커가 신제품 활을 자국선수들에게만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정몽구 회장은 이러한 피해를 막고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국산 활을 개발해야 한다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한국 활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관중이 꽉 찬 야구장에서의 활쏘기 연습을 하는 것도 정몽구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세계 양궁협회가 지난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 앞서 긴장감이 높고 승부가 빨리 끝나는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해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메달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선수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곳을 찾아가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고 정 회장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선수들은 꽹과리, 북 등 사물놀이를 하는 곳이나 시끄러운 초등학교 운동장, 관중이 꽉 찬 야구장 등을 찾아다니며 훈련을 했고, 이런 훈련이 상당한 효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정몽구 회장에 이어 정의선 부회장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양궁 후원에 나선다.
정 부회장은 무엇보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실력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선발전의 투명성을 높였다. 실력만 있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3년에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 선발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중)-후보선수(고)-대표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완성하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을 찾아가 격의 없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선수들에게 블루투스 스피커, 책 등 작은 선물들을 하는 등 마음 소통을 통해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고 한다.
특히 이번 리우 대회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최신 기술이 양궁 장비 및 훈련에 적용됐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와 양궁협회의 협업을 통해 육안으로 알 수 없는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활 비파괴 검사’,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 불량 화살 분류에 도움을 주는 ‘슈팅머신’,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뇌파 측정 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시합 준비를 지원했다.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 경기장과 똑 같은 환경을 갖춘 상태에서 시뮬레이션 훈련이 이뤄졌고, 양궁 대표단이 소음과 관중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난 7월 2일과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아 대 넥센의 야구경기에 앞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했다고 한다.
현대차 그룹은 “대규모 관중 앞에서의 연습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중압감을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또한 결승이 펼쳐지는 일몰 시간대의 리우 양궁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 경기장의 라이트를 켜고 훈련을 진행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리우 경기장 인근에도 휴게실, 물리치료실, 샤워실 등을 모두 갖춘 트레일러를 운영해 선수단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 1억7천만원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8억8천만원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총 60여억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며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들의 응원,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양궁은 지난 1984년 LA 대회부터 이번 리우 대회까지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