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과 성관계를 맺는 등 최근 경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모 경찰관이 참고인에 술을 먹이면서 조사를 벌였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만취 상태로 판단력이 떨어진 참고인을 상대로 끼워맞추기식의 수사를 해 공정성 시비가 일었지만, 경미한 처분으로 제 식구를 감싸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실은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위가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을 불러내 술을 마시며 진술을 요구한 점을 적발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A 경위는 지난해 12월 업무방해 및 협박 혐의로 신고된 박 모(53) 씨의 사건을 배당받았다.
당시 박 씨는 억울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자료까지 제출했지만 A 경위는 '유죄'라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했다.
수사가 난항을 겪자 A 경위는 박 씨 사건을 수사하면서 혐의 입증을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우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박 씨의 휴대전화를 동의 없이 조회하고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원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낮술도 마다하지 않았다.
A 경위는 지난 1월 박 씨의 지인인 임 모(61) 씨를 점심에 불러 술을 마시며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임 씨는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A 경위는 "반주를 하자"면서 술을 주문했다.
이 후 취기가 오른 임 씨를 상대로 박 씨에 관한 진술을 요구했다.
참고인이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을 전해 들은 박 씨는 곧장 강북경찰서 청문감사실에 민원을 넣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결국 박 씨는 상위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서울청 청문감사실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지난 3월 24일 A 경위가 수사의 임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주의 처분은 국가공무원법 상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가벼운 조치다.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술을 확보해 공정성이 훼손된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관내 경찰관을 감싸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조사 당시 임 씨가 어느정도 원해 A 경위가 간단히 술을 제공한 것 같다"며 "휴대전화는 박 씨가 직접 줘 해당경찰이 이를 동의한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임 씨가 술을 원한 적도 없었고 이미 '만취상태'인데 조사를 벌인 것 자체가 문제"라며 "휴대전화는 몇 차례나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경찰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한편, 업무방해와 협박 혐의로 기소됐던 박 씨는 지난 6월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