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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욱'했다가 사형선고, 분노사회 왜?



사회 일반

    [훅!뉴스] '욱'했다가 사형선고, 분노사회 왜?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냉혈사회'가 분노범죄 키워

    -시신 반토막낸 그들 평범한 이웃
    -분노, 화 억누르지 못해 범행
    -국민 10명중 1명꼴 분노조절 장애
    -낙오·스트레스, 경쟁사회 분노조장
    -갑질→을의 증오, 분노의 악순환
    -핵가족 가족해체, 분노조절 기회소멸
    -보복운전시 충동조절 치료명령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권기자.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 무슨 주제 다뤄볼까요?

    ◆ 권민철> 오늘 주제, 사회문제 하나 준비했습니다. 일단 3명의 범죄인 목소리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기자A: 시신을 반토막을 내서 유기를 한 이유가 뭔가요?
    조성호: 혼자 들기가 너무 무거워서 절단을…

    김하일: 저도 모르게 욱한 김에 하게 됐습니다.
    기자B: 다툼 끝에 그렇게 하신건가요?
    김하일: 네

    기자C: 시신을 훼손해서 버리신 이유가 뭡니까?
    박춘풍: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 김현정> 끔찍한 사건의 범인들 목소리 모아놓은 거네요?

    ◆ 권민철> 차례로 최근 대부도 사건의 조성호, 1년전 아내를 죽인 김하일, 재작년 '수원 팔달산 토막 살인 사건' 박춘풍의 음성입니다. 공통점은 우리주변의 보통사람들이라는 점, 그리고 순간적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 김현정> 분노 억제 못해, 욱해서 저지르는 범죄 뉴스 최근에 부쩍 많아진 거 같습니다.

    ◆ 권민철> 그래서 오늘 훅뉴스는 5월 가정의달에, 분노의 사회, 분노범죄의 원인에 대해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많다고는 하지만 뉴스에서 부각되는 건 같지 않나요?

    ◆ 권민철> 뉴스에 안나온다고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가령, 몇해 전에 경남의 한 편의점 알바생이 술주정 했던 손님을 나중에 길을 가다가 보도블럭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보도는 안됐습니다. 당시 사건 프로파일러 조혜란 경사(경남지방경찰청)의 이야기입니다.

    "아르바이트할 때 손님으로 왔던 사람이 술에 취해서 가게에 오줌을 누고, 돈을 안 줬던 사람인데 몇 달 후에 길을 가다가 이 사람을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 이 사람이 걸어가는 걸 보고는 갑자기 분노가 일어가지고 아무런 인터렉션이 없었는데, 구타를 하다가 보도블럭에 있던 돌덩이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 김현정>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서 살해했다 이겁니까?

    (사진=CBS 스마트뉴스팀)

     

    ◆ 권민철> 재작년 서울 화곡동에서도 비슷한 사건 있었습니다. 20대 남성이 출근중이던 여성 심리상담사를 납치해 강원도 야산으로 데려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자신에게 무관심했다는 이유였는데, 프로파일러 이주현 경사(서울지방경찰청 )의 설명입니다.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도 쟤를 미워하는 거야 그런 심리 기제라고 저희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차에 타려고 할 때에 쇠파이프로 머리와 어깨를 가격을 해요. 한번정도 때렸는데도 기절을 안하니까, 여러번 때리게 되는거죠. 분노 충동이라고 해서 꼭 우발적으로 확 일어나는 게 아니라, 분노라는 게 쌓여 있다가 하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참지 못하고 한다라는 의미에서…."

    ◇ 김현정> 이 범인들, 자신과 가족들, 또 피해자 가족들 인생까지 망치는 거 아닙니까?

    ◆ 권민철> 맞습니다. 재작년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 부모가 헤어지라고 한데 격분해서 집에 찾아가 여자친구 부모 둘을 무참히 살해한 대학생 있었습니다. 그 대학생 결국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확정 받았습니다. 당시 사건 조사한 박희정 프로파일러(대구지방경찰청)의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컨트롤을 그 때 못했다, 사실은 그 때 부모를 만나고 헤어져라 라고 상대편 부모가 요구를 했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자기가 마음을 상했고, 그러다 (그 부모) 얼굴을 보게 되니까 폭발적으로 반응을 했던 거라고 자기가 이야기를 한 거죠."

    ◇ 김현정> 순간적 분노 표출로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된 건데, 우리 사회에 분노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통계가 있나요?

    ◆ 권민철> 짐작해 볼 수 있는 게 우발적 범죄율입니다. 이 비율이 2011년 29.7%에서 2014년에 33.4%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경찰청 범죄자료)

    ◇ 김현정>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뭔지 정확히 짚는 게 중요할 거 같네요.

    ◆ 권민철> 물론이다. 원인을 알아야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을테니까요. 편의상 개별적인 원인과 사회적인 원인으로 나눠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 김현정> 개별적인 원인이라면?

    ◆ 권민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격장애 같은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게 있습니다. 타인의 인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공격성향을 보이는 거죠.

    ◇ 김현정>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걸 말하는 거죠?

    ◆ 권민철> 그렇죠.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은 거죠. 이거 말고도 자기애성 인격장애라는 것도 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에서 오는 겁니다. 여기서 박영민 인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의 분석 들어보겠습니다.

    "자기애 성향이 강한 성격이 될 수가 있어서, 내가 최고고, 나를 왕처럼 생각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내가 뭘 못하겠냐. 다른 사람들이 잘못하면 다 자기 밑으로 보는 거죠. 동등하게 보지 않고."

    ◇ 김현정> 자기애성 인격장애라고 했죠? 근데 이런 거는 흔할 거 같지는 않네요.

    ◆ 권민철> 영화 베테랑의 재벌가 아들 떠올리면 될 거 같습니다. 보통 유산계급에게서 나타나는 인격장애라는데,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피눈물 나는 일이겠죠. 분노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분노의 원인 가운데 가장 큰 게 부당한 대우거든요. 무시당하거나, 모두 보고 있는데 망신을 당하거나 하면 화 안날 사람 없겠죠.

    ◇ 김현정> 아까 분노의 원인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으로 나눈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런 분노의 악순환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영향 미치는 거겠네요?

    ◆ 권민철> 바로 그겁니다. 이제부터 사회적 원인을 살펴 볼텐데요, 갑질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을의 분노가 클 수 밖에 없겠죠. 이렇게 극심한 차별, 부당함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 때로는 사회에 대한 무차별적인 증오를 표출하기도 하죠.

    ◇ 김현정> 사회의 일그러진 한 단면, 이런 게 분노를 낳고 있다는 이야기군요.

    ◆ 권민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볼까요. 경쟁이 치열하고, 그런 만큼 낙오자도 많고, 패자부활은 힘 들고, 관용의 실종, 스트레스 이런 게 분노의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오창호 부경대 신방과 교수의 설명입니다.

    "지나친 경쟁시스템, 회사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그런 경쟁, 지금 젊은 세대들은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망이 없고, 좌절하고, 경쟁에서의 낙오에 대한 스트레스들이 엄청나게 다가오고 있지 않느냐, 그런 것들이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 김현정> 경쟁지상주의의 폐해로 나타나는 게 지금의 분노라는 설명이군요?

    ◆ 권민철> 이런 사회변화 뿐 아니라 문화적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 김현정> 문화적 변화요?

    ◆ 권민철> 가족문화의 변화 같은 거 말입니다. 과거 대가족일 때는 형제나 다른 가족들에 의해 분노가 적절하게 통제됐는데, 핵가족화 되면서 그런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거죠.

    ◇ 김현정> 핵가족도 문제지만 가정이 해체되는 일도 다반사잖아요?

    ◆ 권민철> 그렇죠. 보통 가정하면 사회화의 터전이잖아요. 그런데 해체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령, 가족을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그런 최소한의 범죄 회피 심리조차 무너진다는 겁니다.

    ◇ 김현정> 지금 쭉 말씀하시는 건 분노사회, 분노범죄의 원인에 관한 건데, 그런데 요새는 묻지마 범죄라고 해서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폭력도 있지 않나?

    ◆ 권민철> 맞습니다. 엊그제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사건도 범인이 정신병력이 있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사건이었죠. 묻지마 사건은 분노충동 범죄와는 약간 다릅니다. 개인적 스트레스가 대개 범행동기로 작용된다는 점,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도 70% 정도는 분노상태에서 저질러진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런 분노는, 사회변화의 양태를 볼 때 앞으로 더 심화되겠죠?

    ◆ 권민철> 그럴 개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있습니다. 지난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일반인 상대로 조사한 거 보면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분노조절장애 고위험군이 11%나 됐습니다.

    (그래프=CBS 스마트뉴스팀)

     

    ◇ 김현정> 10명중 1명꼴로 분노조절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 권민철> 네. 더 심각한 건 그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라는 사실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니까, 충동조절장애 환자수가 최근 5년 사이 32.6%나 증가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2009년 3720명→2013년 5천여명)

    ◇ 김현정> 통계를 봐도 너무 심각한 게 느껴지는데, 그럼 이 문제 어떻게 해야 하겠나 이거 아닙니까?

    ◆ 권민철> 각박한 사회를 사람 살만한 사회로 가꿔 가야한다는 원론적인 답이 있을 수 있겠고요, 몇 가지 제도 개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인제대 박영민 교수의 분석 다시 들어보죠.

    "사실 병이라고 볼 수 있는 간헐성 폭발장애라는 게 있거든요. 자기감정 조절 안되고. 그런 거는 병원에 잘 안 오신단 말이죠. 이걸 사회적 제도로 만들어야 할 거 같은데. 예를 들면 보복운전의 경우 치료 명령을 하는 게 있어요 외국에는. 알코올 환자도 그렇고. 그 다음에 정신과가 여러 가지 문턱이 높거든요. 그런 게 계속 진행되면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거거든요. 잠 못자고 우울하고 화나고 그런 게 계속 연결이 되기 때문에…."

    ◇ 김현정> 정리하자면, 정신과 의사 도움 받아서라도 분노 조절을 좀 시켜보자, 관리해 보자는 거네요.

    ◆ 권민철> 그나마 현실적인 제안인 거죠. 그리고 사회나 국가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분노, 증오 범죄를 별도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 분쟁조정을 활성화하는 제도도입도 고려해 볼만 한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오늘 분노사회, 분노범죄에 대해 이야기 해 봤습니다. 우리사회가 배고픈 "hungry" 사회에서 배아픈 "angry"사회로 바뀌었다고 하지 않나요. 분노는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우리 모두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병리라는 거 인식해야 할 거 같고… 이것을 어떻게 치유할지 정말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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