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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⑧] 키비,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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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⑧] 키비,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다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여덟 번째 주인공은 옵티컬아이즈XL이 지목한 키비다. [편집자 주]

    키비(사진=브랜뉴뮤직 제공)

     

    키비(Kebee·본명 배이삭)는 부지런한 래퍼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힙합씬을 지키며 결과물을 내놓았고,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대표 힙합 레이블이었던 소울컴퍼니 수장으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고, 솔로와 이루펀트 활동을 병행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문학적인 가사, 물 흐르듯 내뱉은 자연스러운 랩, 독창적인 음악 색깔은 그가 지닌 가장 큰 힘이다.

    '고3 후기'를 이야기하고, '소년을 위로해줘'라고 외치던 청년은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넷이 됐다. 최근 만난 그는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다시 배우는 자세로 음악 하고 있다"는 그는 "'키비만이 할 수 있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이전보다 더 신선한 음악을 들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Q.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키비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음악 하는 뮤지션이고, 이루펀트라는 팀으로도 활동 중이다."

    Q. 옵티컬아이즈XL이 당신을 지목했는데.
    "알고 지낸지 꽤 오래됐다. 같이 불한당 크루원으로 활동하면서 교류가 잦아졌다. 최근 들어서 엑셀 형의 프로듀싱 능력이 정말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재치있으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형의 가사를 참 좋아한다."

    Q. "키비가 예전보다 주목을 덜 받고 있어 아쉽다"고 하더라.
    "'쇼미더머니' 영향이 없지 않아 있다. 어떻게 보면 대형 마트가 생겨난 셈이다. 그곳에 입점하든지 밀려나든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래퍼들이 많아졌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쇼미더머니'가 핫한 래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자신에게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동시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Q. "최근 키비가 랩을 정말 잘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도 하던데.
    "내가 랩을 못 했던 적은 없다. 하하. 솔직히 말하자면, 2000년대 후반부터 흐름을 잠시 잃어버렸던 게 사실이다. 다시 폼을 찾으려고 몇 년간 공부를 열심히 했다. 앞으로 나올 작업물들은 기존에 선보인 스타일과는 또 다를 거다. 랩을 내뱉는 방법이나 음악적 스타일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한다. 물론 가장 중요시하는 가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겠지."

    Q. '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나.
    "새로운 뮤지션들이 정말 많아졌다. 내가 알던 동생들이 이미 누군가에겐 형으로 불리더라. 잘하는 뮤지션은 늘어나는데, 내가 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계기는 줄어들더라. 경험치는 늘고, 씬을 읽는 시선은 두터워지지만, 새로움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만 생명력을 얻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

    Q. 래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질문이다. 키비 랩의 특징은.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래퍼가 되고 나서도 언어를 어떻게 가지고 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 특징이라면 그런 접근법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정도다. 문학 관련 서적이나 잡다한 예술과 관련된 책들을 꾸준히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무대 연출에 대한 책도 읽었다. 읽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된다."

    Q. 랩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정확하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그땐 정말 아마추어였다. 가사 쓰는 방법을 전혀 몰랐는데, 그렇다고 카피랩을 하고 싶진 않아서 프리스타일 랩을 했었다. 공식적으로 곡을 발표한 건 2003년이다. 뮤지션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건 이듬해 키비라는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을 때라고 생각한다."

    Q. 첫 등장부터 '핫'하지 않았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 힙합의 뿌리가 된 뮤지션들이 활동한 마스터플랜이라는 클럽이 없어지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함께 음악하던 래퍼들과 '우린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을 때 만든 게 힙합레이블 소울컴퍼니였다. 소울컴퍼니를 비롯해 정말 많은 레이블이 생겨나는 '붐 업'의 시기였다."

    Q. 소울컴퍼니가 2011년 해체한 진짜 이유는.
    "결과적으로 돌아봤을 땐 래퍼들 각자 원하는 음악적 방향성이 달랐던 것 같다. 크루이자 회사였는데, 함께 움직임을 가져가기엔 서로 바라보는 시점이 달랐다. CEO였던 내가 정확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 측면도 있다. 복합적이다. 마무리는 정확하게 하자고 동의했고, 공식적으로 마지막 공연까지 하는 거로 하고 좋게 끝냈다."

    Q. 돌아보면 아쉽지 않나.
    "소울컴퍼니를 계속 이어 갔으면 좋았겠다기 보단 이어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한때 그게 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웃음). 돌아보면 감사한 경험이다."

    Q.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묻겠다. 소울컴퍼니가 재결합할 가능성이 있을까.
    "전혀 없을 것 같다. 하하. 이미 이끌어간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을 겪어서인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같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많아지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꼭 레이블이나 크루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더라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걸 해내고 견뎌낼 수 있는 동료들이 주변에 늘 풍성했으면 좋겠다."

    Q. '감성 힙합'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본인의 생각은.
    "뭐랄까. 스스로 어딘가에 갇힐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부르는 걸 억지로 하지 말아 달라고는 하진 않겠다. 그냥 키비라는 아티스트가 솔로로서, 또 이루펀트로서 여러 가지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분명한 건 우리(이루펀트)가 하는 건 발라드랩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들고 계신 분이 있다면, 잘못 듣고 계신 거다. (웃음)."

    Q. 최근엔 주로 이루펀트로 활동 중이다.
    "항상 배고프다. 하하. 더욱 왕성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매달 정규 앨범을 내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나도 그렇고 마이노스도 그렇고 참 열심히 음악하고 있다."

    Q. 이루펀트 키비와 솔로 키비의 차이는 뭘까.
    "이렇게 말하면 좋을 것 같다. 이루펀트가 일상을 다루는 음악을 한다면, 솔로 키비는 이상을 다루는 음악을 한다. 과거 혹은 미래에 대한 상상. 그런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

    Q. 솔로 앨범은 언제 나오나.
    "지난해부터 준비 중이다. 올해 들어서 구체적인 콘셉트를 잡아가고 있다. 함께 작업할 프로듀서들도 정해졌고, 트랙도 꽤 나온 상황이다. 솔로 앨범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이제 만들 때가 됐다 싶을 때 진행하는 편이다. 지금이 그 시기다. (웃음). 이루펀트 앨범 작업을 병행 중인 상태라 솔로 앨범은 하반기 쯤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간단히 앨범 소개 좀 해달라.
    "스포일러기 때문에 곤란하다. (웃음). 그냥 여전히 키비만이 할 수 있는 걸 할 거다. 그러면서도 과거에는 없었던. 그런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Q. 어느덧 30대 래퍼가 됐다.
    "30대의 감성을 풀어내는 곡을 하나 준비 중이긴 하다. 나이 들어도 절대 겁먹을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 '우린 아저씨'라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책임지고 지켜야 할 것들은 많아 졌구나. 그런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Q. 트렌디함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나.
    "요즘 나오는 음악을 계속 듣는다. 따라 부르기도 하고. 사실 30대 중반이면 사회에서 과장이 될 나이다. 가정에선 푸근한 아버지가 되어 있을 나이지. 아티스트는 그런 일반적인 흐름에서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한다. 그런데 또 친구들을 만나보면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 (웃음)."

     

    Q. 브랜뉴뮤직 소속 아티스트다. 어떤가.
    "좋다. 무엇보다 회사 운영에 대한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뮤지션으로서만 활동한다는 게 편하다. 또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면서 자극받는 부분도 있고. 라이머 형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어 감사하다."

    Q. 팬들 반응은 자주 살피는 편인가.
    "힙합 관련 커뮤니티를 자주 들어가는 편은 아니다. 가끔 들어가서 나에 대한 글을 읽기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재밌다고도 느낄 때도 있고."

    Q. 키비의 대표곡을 꼽아달라.
    "우선 솔로 2집 수록곡 '백설공주'를 꼽겠다. 가사를 쓸 때 굉장히 공을 들인 곡이다. 내가 추구하던 스토리텔링 랩이 잘 녹아있는 곡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솔로 4집 수록곡 '고래 안의 방'. 솔로 앨범은 뭔가 차곡차곡 쌓였을 때 만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곡이 그런 곡이다. 굉장히 몰두하면서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는 이루펀트 곡을 꼽겠다. 3집 수록곡 '꽃'이다. 원래는 이루펀트 앨범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되는데, 이 곡은 마이노스 형과 미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애착이 많은 곡이다."

    Q.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왔다.
    "데뷔라고 말하긴 거창하지만,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랩 하면서 살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흔들리지 않고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다. 나만 할 수 있는 걸보여주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답을 제시해줄 수는 없지만, 질문을 던지고는 싶다. 문학가나 영화감독은 작품을 통해 세상을 질문을 던지지 않나. 사실 음악이 더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건데, 요즘 그런 부분이 덜 하다는 생각이다. 난 질문을 던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Q. 다음 래퍼를 추천해달라.
    "최근 새 믹스테입을 발표한 크루셜스타를 추천한다. 소울컴퍼니 시절 공개 오디션을 통해 직접 발탁했던 친구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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