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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⑦] 옵티컬아이즈XL, 그가 힙합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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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⑦] 옵티컬아이즈XL, 그가 힙합을 즐기는 법

    옵티컬아이즈XL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일곱 번째 주인공은 넋업샨이 지목한 옵티컬아이즈XL이다. [편집자 주]

    옵티컬아이즈XL(본명 김재천)은 대중에게 다소 낯선 래퍼다. 그런데 그가 처음 랩을 시작한 건 1999년으로, 알고 보면 힙합씬에서 쌓은 내공이 만만치 않다. 경력에 비해 결과물은 적은 편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 앨범을 발매한 적도 없다.

    2010년 불의의 화재사고로 작업물이 모두 불에 타고,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 기구한 사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애초에 옵티컬아이즈XL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음악을 해오지 않았다. 그는 말 그대로 힙합 문화를 즐겼고, 소신 있게 한 길을 걸어왔다.

    인터뷰를 위해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옵티컬아이즈XL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는 자신을 "느리게 걷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죽기 전까지 명작 하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음악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솔로 앨범 준비에 매진중이라고 한다. 완성해놓은 비트를 들려주다 흥에 겨워 랩 실력까지 뽐낸 그는 진정으로 힙합 문화 자체를 즐기고 있는 래퍼였다.

     

    Q. 반갑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옵티컬아이즈X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래퍼다. 불한당 크루에 속해있고, 소속사는 없다.

    Q. 넋업샨이 당신을 지목했는데.
    어릴 적 우상처럼 여기던 래퍼인데 친해지게 되었다. 한준이 형(넋업샨의 본명)과는 이제 격 없이 지낸다. 좋아하는 형에게 지목을 받게 되어 기쁘다.

    Q. 옵티컬아이즈XL 랩의 특징은.
    일단 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의미 없는 말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한다. 스킬적인 면은 대답하기 쉽지 않다. 랩 스타일은 곡마다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Q. 개인적으로는 'MC메타'와 랩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말을 자주 듣는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가끔 메타 형 성대모사를 하긴 한다. 하하.

    Q. 랩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밀림(Millim)이라는 웹사이트가 있었다. 아마추어 래퍼들이 음악을 올리고 다운로드 받는 곳이었지. 지금으로 따지면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활동하며 알게 된 사람들과 팀을 만들고 공연도 하기 시작했다. 그게 1999년쯤이다. 그때 알고 지냈던 형들이 지금 힙합 1세대로 불리고 있지.

    Q.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가.
    그냥저냥 계속 랩 하면서 살았다. (웃음). 엘큐, 키비, 팔로알토, 마이노스 등이 속해있던 신의 의지라는 레이블과 자주 교류했고, 라마, 허클베리피, 스윙스와 칠린스테고 라는 프로젝트 팀도 했었다. 특별히 내 작업물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힙합이라는 문화 자체를 즐기는 게 그냥 좋았다.

    Q. 그래서인지 경력에 비해 앨범이 적더라.
    '열심히 앨범을 만들어서 돈을 벌자'는 생각을 가지고 음악 하는 타입은 아니다. 막노동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으면 그걸로 공연하고 음악 하면 만족이었다.

    Q. 프로듀서로 활동한 이력이 더 많을 정도던데.
    내가 비트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곡을 쓰다 보니 주변 동료들에게도 의뢰가 들어와서 한동안은 비트 쓰는 사람으로 지냈다. 그렇게 소울다이브, 피타입, 일리닛, 가리온 앨범 등에 참여했다. 지금도 날 래퍼가 아닌 비트 쓰는 사람으로 아는 분들도 많다. 하하.

    Q. 아쉬움은 없나.
    빨리 가면 주변 경치를 잘 못 보고 지나치지 않나. 난 천천히 걷는 사람이다. 내 노래가 많고 적고는 중요치 않다. 죽기 전에 명작 하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음악 한다.

    Q. 2010년엔 화재 사고를 겪었다고.
    소울맨 형과 살고 있었을 때다. 한창 주위에서 '너 이제 앨범 한 번 내야지'라고 할 때였고, 실제로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었다. 지금의 아내이자 당시 여자친구와 크게 싸우고 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가 불 속에 있더라. 당시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현관문까지 가려면 세 걸음 정도 가야 했다. 계산을 끝내고 불 속에 뛰어들어 문을 발로 차고 빠져나왔지. 문이 잠겨 있었거나 실패했으면 죽는 거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Q. 그 사고를 겪은 후 발표한 앨범이 2011년에 나온 '레키지(Wreckage)'인 건가.
    중환자실에 실려 갔을 때 의사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을 정도로 화상을 크게 입었다. 운 좋게도 살아남았고 다행히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레키지'는 정규 앨범이 아니라 '부틀렉(비공식적으로 녹음한 앨범)'으로 낸 거다. 화재 사고로 작업물이 다 불에 타 버려서 동료들에게 MP3 파일로 보내놨던 곡들을 다시 받아 욱여넣은 거지.

    Q. 활동명을 'XL'에서 '옵티컬아이즈XL'로 바꿨던데.
    역시 화재 사고가 기점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다. 포털사이트에 'XL'을 검색하면 '큰 옷'이 나온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하하.

     

    Q. 소속사가 없더라. 혼자 음악 하는 게 힘들지 않나.
    한 번도 소속사와 계약을 맺어 본 적이 없다. 아, 한 번 사기를 당할 뻔한 적은 있다. (웃음). 난 혼자 음악 하는 게 편하다. 내공이 지금보다 차지 않았을 땐 갈피를 못 잡기도 했는데, 이제는 비트를 만드는 법도 알고, 내가 하려고 하는 음악과 이야기는 내가 가장 알 아니까. 물론, 가끔 회사가 있으면 좋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한다.

    Q.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라고 들었다. 넋업샨이 가장으로서 랩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묻고 싶다던데.
    확실히 총각 때보단 자유롭지 않다. 예전엔 내 생각만 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애도 봐야 하니까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작업실에 도착하면 정말 집중해서 곡 작업에 몰두한다.

    Q.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다.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지는 정도는 이미 다 나와 있다. 발매 시기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Q. 앨범 소개를 부탁한다.
    2~3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 해왔다. 앨범명은 '#베러 라이프(#better life)'로 정했다. 특별히 앞에 해시태그를 단 이유는 더 나은 인생을 찾아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부틀렉으로 발표한 '레키지'는 하드하고 신나는 느낌의 곡들도 있었는데, 이번엔 좀 더 우울한 느낌의 곡들이 많이 담길 것 같다. 10곡 정도 수록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Q. 힙합이 대세라고들 한다.
    나도 느낀다. 작년에 길거리에서 '거북선'('쇼미더머니4' 경연곡) 엄청나게 들었다. (웃음). 난 힙합 관련 프로그램을 챙겨보진 않는다. TV 볼 시간이 별로 없다. 시간이 있다고 해도 차라리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 영화를 보겠다.

    Q. '쇼미더머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나.
    그냥 인간 김재천(옵티컬아이즈XL의 본명)으로서 보면 재밌는 방송이다. 말 그대로 쇼니까. 그런데 래퍼 옵티컬아이즈XL으로서 봤을 땐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 '쇼미더머니' 말고 '인간극장'에 한번 출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하하.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뭐랄까. 일단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또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싶고,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좋겠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의 인생의 퀄리티가 좋아졌으면 하고.

    Q. 옵티컬아이즈XL을 대표할 만한 곡을 추천해달라.
    우선 정기고 형과 작업한 곡인 '크림'을 꼽겠다. 비트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출발점과 같은 곡이고, 노래하는 사람과 처음 작업했던 곡이라 기억에 남는다.

    다음으로 곡은 아니고 부틀렉 '레키지'의 1번 트랙과 2번 트랙 사이 지점을 꼽고 싶다. 화재 사고 당시 불 구덩이 속에서 문을 박차고 나왔던 그 순간, 그리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오는 과정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일리닛 앨범에 수록된 '하프 듀플렉스(Half-duplex)'를 꼽겠다. 일리닛과 마이노스. 마음이 잘 맞는 이들과 함께 랩을 해서 참 좋았던 곡이다. 최근에 함께 무대에 올라 그 곡을 불렀을 때도 정말 즐거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힙합 팬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만 쏠려 있는 것 같다. 또 '왜 이런 가사를 썼을까' 하면서 가사를 곱씹어 보는 문화도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좋은 래퍼들이 참 많다. 힙합 팬들의 시선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

    Q. 다음 래퍼를 추천해달라.
    같은 크루라서 망설여지긴 하지만, 키비를 추천하겠다. 지금 포커스가 '쇼미더머니'에 쏠려 있어서인지 예전에 비해 키비가 주목을 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최근에 키비 랩을 들었는데, 이 친구가 랩을 정말 잘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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