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기성 세대의 책임
- 하지만 미래 세대가 '깨고 나가지' 않으면 희망 없다
- "분노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분노에도 비용이 든다"
- 절대다수 노동자 보호하는 노동개혁과 초 대기업 노동개혁 문제 함께 가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2월 10일 (수)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장예찬 (자유미디어 대표), 구현모 (청춘씨:발아 운영자)
◇ 정관용> 연휴도 이제 오늘로 끝이네요. 명절 때면 가족들이 모여서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아마 금년에 청년이 있는 집에서는 헬조선, 수저계급론, 이런 얘기들. 그래서 우리나라의 청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희 시사자키에서도 청년문제에 대한 세대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봤습니다. 지난해 말 ‘왜 분노해야 하는가’ 아주 주목되는 책이죠.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펴내신 책입니다. 그래서 장하성 교수 모셨고요. 20대 청년 그리고 보수, 진보논객으로 활동하는 두 분을 초대했습니다. 이 세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청년 문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한번 답을 찾아보도록 하죠. 고려대 장하성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장하성>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 장하성>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정관용> 맞은편에 두 분의 젊은이들을 모셨는데요. 먼저 자유미디어의 장예찬 대표. 어서 오십시오.
◆ 장예찬> 안녕하세요. 장예찬입니다.
◇ 정관용> 자유미디어가 뭐 하는 곳이에요?
◆ 장예찬> 저희는 페이스북에서 11만명 이상의 고정 독자를 확보한 보수웹진을 운영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현역 국회의원님들과 정치단체 온라인 홍보컨설팅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 정관용> 회사예요?
◆ 장예찬> 네, 미디어 홍보회사고요. 개인적으로 이 다음 방송이죠. ‘박재홍의 오늘하루’ 같은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 자유주의에 근간한 그래서 자유미디어.
◆ 장예찬>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또 페이스북 페이지네요. 여기는 청춘씨:발아. 그러니까 청춘의 씨가 발아한다, 이런 거죠. 운영자이신 구현모 씨. 어서 오세요.
◆ 구현모> 안녕하세요. 구현모입니다.
◇ 정관용> 네. 이거 띄어 읽느라고 제가 힘들었어요. 왜 단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요?
◆ 구현모> 청춘에 관한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는데 저희가 직접 뉴스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고졸 씨앗, 비정규직 씨앗, 비수도권 씨앗 여러 가지 씨앗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어떻게 발아하려고 하는지 한번 영상으로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페이지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씨가 발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진짜 속뜻은 그게 아니잖아요?
◆ 장예찬> 욕이죠, 욕.
◇ 정관용>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요?
◆ 구현모> 안 좋은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 정관용> 이 시대에 대해서 욕하는 거예요?
◆ 구현모> 여러 가지 의미가 있죠.
◇ 정관용> (웃음) 하여간, 참 20대답습니다. 우리 장 교수님께 인사 좀 드리셔야죠.
◆ 장예찬> 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장 교수님.
◆ 장하성> 아닙니다.
◆ 장예찬> 연예인을 뵌 것 같은 기분입니다.
◆ 장하성> 무슨 말을.
◆ 장예찬> 떨려서 잠을 못 잤습니다.
◆ 장하성> 만나서 반가워요.
◇ 정관용> 교수님 인기가 대단하시네.
◆ 장하성> 아닙니다. (웃음)
◇ 정관용> 지난해 말 펴내신 ‘왜 분노해야 하는가’ 많은 젊은이들이 보고 있죠?
◆ 장하성> 젊은이들이 좀 많이 봤으면 좋겠는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장하성>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많이 보시지 않나 싶습니다.
◇ 정관용> 기성세대도 보고 좀 느껴야 돼요.
◆ 장하성> 네, 그렇죠.
◇ 정관용> 두 분은 읽어보셨죠?
◆ 장예찬> 네, 저희는 읽어봤습니다.
◇ 정관용> 공감했어요? 아니면 좀 별로 공감이 없었어요?
◆ 장예찬>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외람되지만 장 교수님께 따지고 싶은 부분도 약간은 있었고. 그런데 사실은 정 교수님 말씀처럼 젊은 세대들이 많이 읽지는 않거든요. 책을 워낙 안 읽고 어려운 주제이니까. 그래서 이런 방송이나 아니면 저희가 하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장 교수님과의 대화도 하고 이 책에 대해서 좀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구현모 씨는?
◆ 구현모> 저도 읽어봤고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첫번째로는 책이 너무 두꺼워서 비쌌고요. 두번째로는 약간 읽은 다음에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는.
◇ 정관용> 분노하라는 거 아니에요.
◆ 구현모> 그래서 뭐 어떻게?
◆ 장예찬> 읽은 다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뭐 보여주기라도 하지’ 약간 이런 생각이.
◇ 정관용> 이야, 이거 오늘 이 대담의 분위기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시작될 것 같습니다. 어쩌라고? 어쩌라는 얘기입니까? 바로 한번 해 보세요. 장 교수님.
◆ 장하성> 바로 그런 질문을 청년들이 스스로 던지기를 저는 원했던 것이고. 정말 그래서 두 분의 반응이 반갑습니다. 그냥 책을 읽든 사회현상을 보든 ‘그렇구나’ 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또는 아주 시니컬하게 아주 냉소적으로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이런 식이 아니라.
◇ 정관용> 방금 구현모 씨는 시니컬하게 한 것 같은데?
◆ 장하성> 구현모 씨 이야기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그러면 우리가 뭘 할 수 있단 말이냐. 그것까지도 좀 이야기해 주면 안 됐겠느냐. 저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습니까?
◆ 구현모> 네, 그렇습니다.
◆ 장하성> 그런 생각들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면 저로서는 보람이 있는 거죠.
◇ 정관용> 그 책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을 갖고 좀 봐주기를 바란다?
◆ 장하성> 당연히 그렇습니다.
◇ 정관용> 책을 아직 못 보신 분도 계시니까 아주 짧게 장 교수님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불평등이 심각하다. 그렇죠?
◆ 장하성> 그러니까 이 책은 아주 간단한 메시지입니다. 정말 한국사회가 심각한 불평등과 불공정에 싸여있다. 왜 이렇게 됐느냐. 누가 이렇게 만들었느냐. 이걸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가 그러면 이걸 바꿀 것이냐 하는 이런 아주 간단한 명제들에 대한.
◇ 정관용> 바로 바로 답해 보세요. 왜 이렇게 됐습니까?
◆ 장하성>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경제가 성장을 안 해서 불평등이 심해졌거나 또는 공정한 경쟁을 했는데 그 결과로 불평등해졌다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가 있죠. 그런데 경제가 성장을 했는데도 절대 다수의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불평등해진 것.
◇ 정관용> 성장했지만 불공정 경쟁이었기 때문, 이거군요.
◆ 장하성> 그렇죠. 그게 하나 문제고요. 두번째는 이 성장의 성과가 결국은 경제라는 건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인데 경제는 성장했는데 절대다수의 국민이 잘 살게 되지 않는다면 이 성장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이냐.
◇ 정관용> 대기업한테 갔다?
◆ 장하성> 그렇죠. 재벌기업들에게. 그렇게 되니까 이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지금의 기성세대보다는 다음 세대.
◇ 정관용> 청년세대가.
◆ 장하성> 청년 세대가 헬조선이다, 수저계급론이 나오는 이유가 이 청년세대가 스스로 희망을 갖지 못하는 이 구조는 사실은 청년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희망을 잃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 정관용> 물론이죠.
◆ 장하성>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좀 젊은 세대들에게 많이 읽히고.
◇ 정관용> 그래서 청년들이 이 현실을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라. 그런 뜻.
◆ 장하성> 세상이 바뀌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간단히 요약 말씀을 듣고 이제는 저는 좀 빠질게요. 무엇을 따지고 싶은지,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직접 한번 대들어보세요.
◆ 장예찬> 저는 경제학자로서 교수님께서 책 전반부와 중반부까지 내린 진단에는 사실 깜짝 놀랄 정도로 동의를 했거든요. 교수님께서 이 책을 보면 재산의 격차, 자산의 격차보다는 소득임금의 격차가 커진 것이 소득의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여러 통계와 그래프를 들어 설명하셨고 제가 다른 언론에서도 이야기를 할 때도 계속 저도 똑같이 지적하던 부분입니다. 그럼 이제 임금격차, 결국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타파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에서는 동의하지만 그 해결책으로 청년들 분노하라. 그리고 장 교수님께서 예전부터 해결책으로 말씀하셨던 것이 청년들 계급투표 하라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인구구조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년과 미래세대가 과연 똘똘 뭉쳐서 계급투표를 한다고 해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금 청년들이 스펙 하나 잘못 쌓으면 바로 삐끗해서 이 구조상 비정규직이 되면 다시는 정규직으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에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그리고 과연 청년들에게 분노하라는 게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이 본문에 보면 기성세대는 바꿀 의지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런 말들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로서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 정관용> 책임 회피 아닌지. 너무 많으니까 인구구조부터 답해 보세요, 장 교수님.
◆ 장하성> 지금 인구구조로 보면 분명히 50대 이상, 60대. 그러니까 지금 현재의 구조에 대해서 별 불만은 있지만 바꿀 생각이 없는 이 기성세대가 더 높은 건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청년세대라고 우리가 보통 19세부터 29세까지 하고 30대를 포함하는데 대개 많은 사회통계조사를 보면 20대와 30대가 같이 갑니다. 예를 들어서 사회평가에 대한 것이랄지 투표랄지 보면. 그런데 그 인구비중이 극심하게 차이가 있는 게 아닙니다. 굉장히, 한 4, 5% 포인트 차이인데 투표일에 있어서는 예를 들어서 총선의 경우에 보면 투표율을 보면 20대 후반은 지난 19대 선거에 보면 32, 33%밖에 안 돼요. 60대 이상은 70% 가까이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장하성> 그러니까 2, 30대가 다 뭉칠 수도 없죠. 사실은. 서로 생각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까. 그러나 2, 30대가 자기가 지향하는 어떤 선택을 60대나 50대만큼. 다시 말하면 총선 기준으로 본다면 한 60%의 투표율만 보여도 그 5%의 인구격차로 인한 세대의 목소리를 못 내는 건 충분히 저는 극복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오히려 문제는 2, 30대가 자기 세대의 어젠다를 못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왜 투표 안 하냐. 해봐야 세상이 안 바뀌더라. 무엇을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하는 그 목적의식이 굉장히 세대 내에서 공유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여기 오신 우리 장예찬 님이나 구현모 님처럼 그 세대 내에서 목소리 내는 이런 활동들이 활발해지면 내가 무엇을 위해서 투표할 것이냐 하는 것이 좀 명확해지면 투표율이 기성세대만큼 높아져도 달라질 것이다.
◇ 정관용> 투표율을 감안하니까 진짜 인구 차이보다 실제 그들이 던진 표의 차이는 몇 배가 벌어지는 거군요.
◆ 장하성> 그렇습니다.
◇ 정관용> 답이 됐어요, 장예찬 씨?
◆ 장예찬> 네, 계급투표에 대한 것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제 이 과정에서 좀 더 치열하게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어떻게 길을 열어줄 것인지. 특히나 장 교수님처럼 사회 지도층으로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지금 뭘 안 하고 계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렇게 청년을 호명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보거든요. 그렇지만 이 말을 뛰어넘어서 실질적인 양보나 아니면 행동으로 앞선 분들이 또 함께 노력해야 같이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기성세대도 함께 해야 되는데 왜 책임 회피만 하느냐? 두번째 질문이었어요.
◆ 장하성> 기성세대를 보면 연령층으로 본다면 60대를 보통 산업화세대라고 우리가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우리나라를 절대빈곤에서 오늘의 풍요를 만드는 산업화의 기틀을 만든 분들이라는 것. 또 그다음 50대를 보면 일본은 산업화, 민주화가 겹쳐 있고 또 50대 초중반과 40대 후반은 민주화세대라고 해서 소위 말해서 군사정권을 끝내고.
◇ 정관용> ‘386세대’ 보통 그렇게도 부르고.
◆ 장하성>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기성세대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느냐 하면 보십시오. 그분들은 자신들이 30대일 때부터 세상의 중심에 있었어요. 지금 방금 정 교수님 이야기하셨지만 386이라고 하는 민주화세대는 30대의 정치의 중심에 있었고. IT혁명일 때 이미 재계에도 진입해 있었고. 상당히 많은 이 사회운동에도 진입해 있었고.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업화세대는 예를 들어서 최근에 돌아가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또 그전에 김대중 대통령 이런 분들이 야당 지도자 할 때 40대입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40대에 대통령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 지금의 산업화 세대는 자신들은 30대, 40대부터 세상의 중심에, 지금 20년 내지 30년을 한국사회의 중심에 서서 물러나지 않고 있거든요.
◇ 정관용> 그래서 청년세대가 더 힘들다?
◆ 장하성> 아니죠. 그것만이 아니라 오늘 그러면 그분들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을 세웠지만 오늘 이렇게 우리 청년들에게 힘든, 희망이 없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세상은 누가 만들었느냐.
◇ 정관용> 그분들이 만들었죠.
◆ 장하성> 그분들이 만들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을 세운 그 2, 30년 과거에 아직도 머물러 있어요. 그러니까 시대착오적으로 이 세대들이 자신들의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세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제가 말씀을 드린 것이지, 기성세대가 뭐 예를 들면 저를 포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꾼다, 이렇게 저는 보지 않습니다.
◇ 정관용> 구조적 한계가 있다.
◆ 장하성> 구조적 한계입니다.
◇ 정관용> 구현모 씨.
◆ 구현모> 저는 생각이 들었는데 청년한테 분노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이게 몇 년 전부터 나오던 ‘20대가 바보라서 투표를 안 한다’ 이것의 또 다른 버전 2가 됐거든요. 결국 20대한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건데 혹시 교수님 근처에 취업 준비하는 학생 보셨나요?
◆ 장하성> 많이 봤죠.
◆ 구현모> 많이 보셨죠. 그 비용이 꽤나 많이 들거든요. 그거 준비하느라 맨날 알바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월급 벌면서 취직준비를 하는데 거기서 넘어가서 분노하라는 것도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분노해 봤자 세상이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정작 나한테 돈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 정관용> 지금 취업 준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건 맞아요. 학원도 다녀야 하고. 분노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고 하셨는데 그게 왜 비용이 들어요? 저는 그게 궁금한데.
◆ 구현모> 일단 제가 여러 가지 동영상이나 그런 것에 나오면서 아까 예찬 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너 그래서 나중에 위험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진짜로 많이 들었거든요. 이것도 하나의 비용인 것이고 두번째로는 이게 상당히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내 시간을 투자해서 하는 건데.
◇ 정관용> 이것저것 꺼려지면 그냥 투표만 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그게 그렇게 비용이 드는 일입니까? 투표율이 너무 낮아서 ‘젊은이들이여, 투표장에 좀 갑시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구현모> 맞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투표를 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고려를 하고 거기에 있어서 투표날에도 알바를 하는 친구들이 꽤나 많거든요. 그러니까 그거는 굳이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당장 그런 것 때문에, 여러 가지 물리적 조건 때문에 그런 것도 하나의 비용으로 칠 수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여러 가지 머리를 굴리고 선택하는 데 드는 비용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아.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나의 판단을 내리기까지 우선 비용, 시간이 많이 든다. 그건 일리가 있네요.
◆ 구현모> 지금 당장 내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어디로 가야 할지 이런 빙하가 쪼개지는 구석에 언제 땅이 무너질지 모르는데 그거 조심하려고 막 그것만 검색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드는데 머리를 올려서 큰 그림을 보라? 이것도 하나의 비용이잖아요.
◇ 정관용> 맞네요, 맞네요.
◆ 장하성> 그런데 그건 정말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그 구조 속에서 나 개인의 한 사람의 입장의 문제를 보면 모두가 똑같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지금, 청년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는 현모 군이 이야기한 것처럼 모두가 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예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청년 10명 중에 2명은 실업자예요, 무조건. 그러면 나머지 8명 중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3명밖에 안 돼요. 그 3명 중에 여러분이 다 꿈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초대기업, 말하자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가는 사람은 100명에 2, 3명이에요. 그 구조는 영원히 똑같이 놔두고 ‘나는 그게 될 거다’라고 준비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 구현모> 맞는 말씀이십니다.
◆ 장하성> 그런 말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억울하죠, 젊은 세대는. 왜냐하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고 우리에게 바꿔라, 우리에게 비용을 치러라 하니까 억울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성세대는 이거를 만든 장본인이고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여러분의 미래는 어쩔 수 없이 미래세대가 그걸 깨고 나가야죠.
◇ 정관용> 그런데 저는 지금 이렇게 이해를 해봤어요. 젊은이들 가운데도 오늘 저희 방송에도 20대의 두 분을 모셨어요. 한 분은 자유주의에 근간해서 활동을 하는 분이고 또 한분은 다소 진보적인 활동을 하시는 분이고. 즉, 사안에 대한 판단은 이렇게 다를 수 있거든요. 이 다른 판단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 젊은 세대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럼 그거를 열심히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접해야만 나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래야 투표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구현모 씨 이야기한 것처럼 그런 거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이건 좀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저도 그래도 조금씩 들여다봐라, 이렇게 말하고 싶긴 합니다.
◆ 장예찬> 교수님들 말씀하신 것처럼 이걸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시대 공통의 과제니까 요. 말씀하신 것처럼 세대가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신경 써야 한다. 이건 다분히 맞는 말씀이라고 보는데 왜 청년 입장에서 왜 이렇게 반발이 나오고 계속해서 이런 ‘청년 투표해라, 청년정치 참여하라’의 운동이 확산되지 않는지 보면 2007년 88만원 세대에서 우석훈 박사가 토익책 대신 짱돌을 들라고 했고 2009년에 김용민 씨가 20대를 굉장히 질책하면서 신문 사설에 ‘너희는 뭘 해도 늦었다’ 이렇게 말하고 또 2015년 강준만 교수가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이번에 장하성 교수님까지 다 하나의 맥락이거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 정관용> (웃음) 자꾸 뭘 하라고만 하는 군요.
◆ 장예찬> 이게 다 틀린 말은 하나도 아니지만 청년세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뉘앙스에서 좀 부족했다는 느낌을 사실은 많이 받고요. 틀린 말이라는 게 아니라. 좀 더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이분들이 청년에게 운동해라, 뭐해라 말하는 게 정관용 교수님 말씀처럼 청년도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어떤 답 하나를 딱 정해놓고 ‘너희는 이대로 가야 돼. 이대로 하지 않으면 너희는 다 틀린 답을 갖는 거야. 나대로 따라와’ 이렇게 청년의 어떤 자체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존중어린 목소리라기보다는 윗세대들에서 여전히 지적하듯이 ‘너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세상 바꾸려면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강권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했기 때문에 청년들이 이게 옳은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반발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강권하셨어요?
◆ 장하성> 그러니까 청년세대 스스로의 방안, 방법을 찾고 청년세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뭔가 좀 기대하고 또 너무 기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10년 전에 우석훈 박사가 88만원 세대라고 거의 한 8년 전인데요. 이야기를 했는데 그 88만원 세대가 지금은 포기세대가 됐거든요. 10년이 지나면 뭔가 더 희망적이고 더 긍정적인 세대가 돼야 하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결과는 포기세대가 돼 버렸어요.
그리고 지금 여러분 20대는 스스로 잉여세대라고 하고 있고. 그러면 지금 10대가 20대 될 때는 무슨 세대라고 불러야 할지. 그러니까 갈수록 세대가 앞 세대보다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안 좋은 쪽으로 규정이 되니까. 그거는 기성세대의 잘못이고 책임이지만 그 세대 스스로의 그러면 몸부림을 목격해야 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거죠.
◇ 정관용> 그런데 방금 장예찬 씨 하는 얘기 보니까 우석훈, 김용민, 강준만, 그리고 우리 장하성 교수님까지. 다 진보적 색깔을 갖고 있는 분들이 주로 청년들한테 뭔가 이야기합니다.
◆ 장예찬>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게 마음에 안 들어요? 장예찬 씨는?
◆ 장예찬> 저는 그러니까.
◇ 정관용> 구현모 씨는 거기에 동의하시는지 또 물어보고 싶어요.
◆ 구현모> 저는 진보, 보수가 아니라 개혁이냐 수구냐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관용> 개혁이냐 수구냐.
◆ 장예찬> 진보가 주로 집중하는 건 상위 1%에 대한 개혁인데요. 이 과정에서 장하성 교수님 책에서도 다뤘지만 상위 10%가 가지고 있는 임금격차, 소득불균형에 대한 불공정한 부분은 많이 가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1%만을 타깃으로 잡느라고요. 그런데 1%를 개혁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김낙년 교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의 48%를 상위 10%가 지금 과다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것 같이 1% 재벌을 개혁하는 것과 동시에 이 재벌이라는 것은 재벌 오너만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동승해서 필요 이상의 지대를 누리고 있는 상위 10%의 고소득자들까지도 이 구조까지도 같이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노동개혁 같은 것이 그런 예다?
◆ 장예찬> 네, 정부의 노동개혁방안이 100%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같이 들여다보면서 1%와 10%가 어떻게 공생하고 있는 이 구조를 깨야만 하위 90%,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체계가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민주노총, 노총 이런 데 개혁. 그들의 양보 이런 것도 필요하다. 그런 지적이다?
◆ 장예찬>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구현모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구현모> 저도 예찬 님과 장하성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통계이니까 절대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상위 10%, 엥겔스 표현으로 말하면 노동귀족이 어쨌거나 존재하는 상황이고 절벽의 맨 위에 그분들이 계시니까 이 절벽을 부숴서 약간 원만한, 부드러운. 원만한 둔덕, 언덕으로 만들어야 되는 건 맞는데 이제 좀 덜 개혁적인 분들은 부수자는 얘기에 그치는 것이고 좀 더 개혁적이고 안정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그걸 부숴서 부수는 방안을 고용보험률을 높인다든지 소득세를 더 많이 받는다든지 예가 있는 거고요. 일단 틀린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저도 거기에 동의하는 바는 있는데 정부의 노동개혁 그런 건 좀 애매하다. 물음표가 많이 뜨는 상황이죠.
◇ 정관용> 장 교수님 그 대목에 답을 좀 해 보세요.
◆ 장하성> 지금 이 노동문제는 굉장히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도 있고 또 왜곡된 부분도 많은데 기성세대, 산업화세대한테 물으면 한국은 노동계가 아주 전투적이고 맨날 파업해서 기업이 안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장하성>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중에서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10명의 1명입니다. 10%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좀 자세히 봐야 되는 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노조가입률이 2%입니다. 2%. 100명의 2명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체 노동자, 상용근로자로 보면 전체 노동자의 8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장하성> 그러니까 자기 고용하는, 자영업자를 빼면 10명의 8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8명은 노조하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장하성> 절대다수의 국민은 노조 구경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지금 이 노조율 10%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대기업인데.
◇ 정관용> 주로 대기업이죠.
◆ 장하성> 그중에서도 초대기업입니다. 그러니까 극소수의 초대기업에서 발생한 문제로 전체 노동자들이 매도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전체 노동자를 보면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나라입니다. 다시 말하면 1년 미만의 단기고용 비율이 32%입니다. 그 이야기는 뭐냐 하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중 3명의 1명은 맨날 새 직장 구해야 해요. 거기에다가 지금 나오신 두 분에 해당되는 청년세대는 신규채용의 62%가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구조를 들여다보면.
◇ 정관용> 잠깐만, 그런 구조를 들여다봐서 극복하기 위해서 장예찬 씨가 지금 강조한 것은 바로 그 초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는 노동조합 그들이 노동귀족적 행태를 보이고 있고 그들도 양보를 대폭 해야 한다. 그런 주장.
◆ 장하성> 그렇기 때문에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은 같이 가야 합니다. 이때 노동개혁이라 함은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하나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조의 보호막이 없는 절대다수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개혁과 그다음에 과다한 보호막을 갖고 있는 초대기업의 노동개혁문제가 함께 가야지, 예를 들어서 지금 초대기업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개혁을 한다고 지금 정부에서 일부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절대다수의 보호받지 못한 국민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 정관용> 아, 보호장치가 없다는 거죠?
◆ 장하성> 그렇죠. 그건 하나도 새로 만들지 않고 그냥 재벌 대기업들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만 해 준다고 하는 것은 그건 진정한 의미의 노동개혁이 아니겠죠.
◇ 정관용> 거기엔 동의하세요?
◆ 장예찬> 네, 양립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장 교수님 말씀에서 이 문제의 핵심이 나오는 게 이 노조조직까지도 상위 10%, 초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집중돼 있다는 건 이 문제가 정말 그냥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어떤 반증적인 데이터라고 보거든요.
◆ 장하성> 그래서 노동개혁도 재벌개혁과 함께 가야 해요.
◆ 장예찬> 저는 완전히 동의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나 아쉬운 건 보수 쪽에서는 상위 노동개혁에만 집중하고 있고 진보 쪽에서는 1% 재벌개혁에만 집중하는 동안 장 교수님이 말씀하신 하위 90%의 절대다수 보호받아야 될 노동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실 담론이 많이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