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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사진 사이 옷입은 모습? 성적 의도 있을수도"



사회 일반

    "19금 사진 사이 옷입은 모습? 성적 의도 있을수도"

    성희롱 법적 분쟁, 전후맥락 중시해 판단해야

    - 성희롱 피해자 퇴사 않도록 사회적방향 바뀌어야.
    - 직장내 성희롱, 과도한 보호와 배려에서 시작 돼.
    - 공과 사 구분하는 원칙지키고 예민하게 판단해야.
    - 몰카 범죄, 문제된 사진 뿐 아니라 전체적 흐름봐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1월 27일 (수)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은의 변호사

     

    ◇ 정관용> 성희롱과 성추행,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피해자들 한국사회에서 법적인 분쟁 등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간다는 것. 참 어렵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서 삼성을 상대로 소송 진행해서 이기고 그리고 또 본인 스스로가 변호사가 된 이은의 씨, 저희 시사자키에 일전에도 나오신 적이 있죠. 이번에 ‘예민해도 괜찮아’ 이런 제목의 책을 펴냈습니다. 어떤 뜻일까요?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어서 오십시오.

    ◆ 이은의>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옛날 얘기 이제 하기 싫죠?

    ◆ 이은의> 그러게요. 무한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 정관용> 그래도 처음 들으시는 청취자분들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다시 물어봅니다.

    ◆ 이은의> 네, 알겠습니다.

    ◇ 정관용> 이천 몇 년이죠, 그게?

    ◆ 이은의> 어떤 게요? 소송의 시작이? 2007년에 시작해서 2010년에 끝났습니다.

    ◇ 정관용> 2007년에서 10년까지 소송.

    ◆ 이은의> 네, 법적 다툼의 과정이 만 4년 정도.

    ◇ 정관용>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한 건?

    ◆ 이은의> 그건 2005년에서 2006년.

    ◇ 정관용> 2005년에서 2006년. 아휴, 벌써 한 11년이 됐군요.

    ◆ 이은의> 네.

    ◇ 정관용> 삼성전기?

    ◆ 이은의>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회사 안에서 문제제기하니까 불이익 당했죠?

    ◆ 이은의> 그렇죠. 대기발령도 받고 다른 부서 갔는데 거기서 왕따도 심하게 당하고. 업무도 배제되고 진급은 안 됐고.

    ◇ 정관용> 사표는 언제 냈죠, 그래서?

    ◆ 이은의> 사표는 다 이기고 나서 2010년 10월 마지막 날 냈습니다.

    ◇ 정관용> 소송 끝나고 나서?

    ◆ 이은의> 네.

    ◇ 정관용> 대단하십니다. 그 소송 진행되시는 동안 회사에서 얼마나 힘드셨어요?

    ◆ 이은의> 그런데 어차피 인생이라는 게 늘 힘드니까.

    ◇ 정관용> 아니, 그래도. 출근은 계속 해야 되고 책잡히면 안 되니까.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가면 일은 없고.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그게 몇 년을 쭉 간 거예요?

    ◆ 이은의> 싸움을 오히려 시작하고 나서는 좀 상황이 나아졌고.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하나도 업무를 주지 않았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정관용> 아, 소송 진행과정에는 그래도 업무가 좀 있었어요?

    ◆ 이은의> 그렇죠. 왜냐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 정관용> 아, 그렇지. 소송에 패소의 원인이 될까봐.

    ◆ 이은의> 네. 그래서 오히려 법적다툼 시작하면서 조금 삶이 나아진. 그래서 그 4년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승소까지 했겠다, 그냥 계속 회사에 다니시지. 왜 나왔죠?

    ◆ 이은의>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가 좀 있었고요. 그리고 이런 어떤 사고, 사건 이런 것들이 인생에 멈춤이나 어떤 굴곡 지점이 되기보다는 그것들이 뭔가 경험이 되고 경력이 되고 그리고 뭔가 이로움이 돼서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가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고민하다 보니까 진로를 조금 틀게 됐습니다.

    ◇ 정관용> 이건 이은의 변호사 개인한테 묻는다기보다는 우리 사회 어떤 의미에서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인권지킴이가 지금 되어 있는 셈이잖아요.

    ◆ 이은의> 네, 그렇게 돼 버렸습니다.

    ◇ 정관용> 변호사 하면서 그런 사건도 많이 하고.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성희롱 사건이나 이런 게 있으면 ‘직장 내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 싸워야 한다’ 그렇게 주장하지 않습니까?

    ◆ 이은의> 네. 사람들이 그렇게 흔히 말하죠.

    ◇ 정관용> 아니, 이은의 변호사도 가능하면?

    ◆ 이은의> 저는 가능하면.

    ◇ 정관용> 결심이 선다면?

    ◆ 이은의> 그렇죠. 결심이 선다면 당연히. 그래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 정관용> 그래서 결심이 서서 싸웠어요. 그리고 회사를 꼭 그만두게 되는 이 상황. 이걸 어떻게 보세요?

    ◆ 이은의>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와 그런 부분에 대한 해결점과 그런 개선을 향해서 일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 회사 안이 아니라 그때부터는 조금 경계인으로서 이런 사건들을 백업해 보자. 그런 측면 때문에 사실은 변호사가 된 것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은 결론이 어때요?

    ◆ 이은의> 결론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 정관용> 결심을 한다면 떨쳐 일어나 싸워라. 그리고 승소하면 ‘계속 있어라’예요, 아니면?

    ◆ 이은의> 지금부터는 계속 있어주는 분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고요. 그러니까 지금 그게 안 되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이 서열문화의 사회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소송의 과정이 길어지다 보면 진급이 안 된다든가 그렇게 생긴 어떤 관계의 불균형 때문에 사실은 생활이 어려워지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계속.

    ◇ 정관용> 계속 있으면서 내가 승진해서 불이익을 당했다. 이런 것도 또 싸우고.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너무 가혹한가요? 그렇게까지 ‘계속 계시면서 싸워주세요’ 하기에는?

    ◆ 이은의>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관용> 개인에 있어서는.

    ◆ 이은의> 네. 그래서 꼭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직장이 평생직장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선택지이고 내 삶과 내 노동과 어떤 내 과정의 선택지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부당함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하고 싸워보고 어떤 그런 것들의 경험치를 들고 나와서 조금 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고 남아서 있을 수도 있는 거고.

    ◇ 정관용> 저도 그냥 갑자기 이은의 변호사가 승소하고 그만뒀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에 아니 승소해도 계속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 승진도 남들처럼 똑같이 하고 대신에 회사가 바뀌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여쭤본 질문인데. 어렵네요.

    ◆ 이은의> 어렵죠.

    ◇ 정관용> 그렇게 주문하기는 어렵고.

    ◆ 이은의> 오히려 회사도 잡았어요. 나가지 말라고. ‘왜 이제 나가?’ 이러면서. ‘이제 와서 왜 나간다는 거야?’ 하면서 잡았는데.

    ◇ 정관용> 그때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회사가?

    ◆ 이은의> 음. ‘나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런 거 아니었을까 싶긴 한데. 저는 무슨 짓을 하러 나간 건 아니고 아마 이런 지금 같은 결과가 예상돼서 잡았었을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일 수도 있고. 그건 제가 유추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다만 나와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이런 역할의 사람도 필요한 거니까.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가 모든 것들을 짊어지고 싸워야 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자기의 삶을 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하지만 아무튼 정답은 이런 사건이 사회문제화되고 또 법적 분쟁이 되면 그 회사가 대오각성할 수 있는.

    ◆ 이은의> 그렇죠. 그게 제일 좋죠.

    ◇ 정관용> 회사 내 시스템 같은 것도 재편하고 교육도 강화하고. 이럴 수 있는 사회가 빨리 되는 게 좋은 것이겠죠.

    ◆ 이은의> 그렇죠. 저도 다닐 수 있는 어떤 비전이 있었다면 아마 나오지 않았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좀 어려운 상황, 아직까지는.

    ◇ 정관용> 아직까지는. 이해합니다. 암담하겠죠. 사실. 다들 대기업 가면 나도 임원 한번 돼보고 싶고.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별도 달아보고 싶고.

    ◆ 이은의> 그럼요.

    ◇ 정관용> 그런데 그게 암담했었죠, 솔직히?

    ◆ 이은의> 네.

    ◇ 정관용> 그걸 제가 뭐라고 말 못하죠. 그러나 그런 분들이 쑥쑥 승진하는 그런 회사로 빨리 좀 변해야 한다, 그런 얘기고요.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그건 그렇고. 변호사 하시고 이런 성희롱 피해를 본 분들 사건을 주로 하세요?

    ◆ 이은의> 많이 하고 있고 제 방에 있는 사건들의 반 정도는 이런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일부러 찾아와요?

    ◆ 이은의> 네, 그런 분들이 찾아오시죠. 왜냐하면 전문성의 문제도 있고 아무래도 이런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고 직접 당사자로서도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공감과 지식적인 측면, 정보, 싸움력, 전투력. 이런 것들을 많이 감안하시고 고민 끝에 오십니다.

    ◇ 정관용> 승소율이 얼마나 됩니까?

    ◆ 이은의> 승소를 꼭 변호사가 판결로만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저희가 중간에 화해를 하기도 하고요. 합의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회사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좋은 편입니다.

    ◇ 정관용> 이런 사건이 다른 일반, 물론 다른 사건하고 딱 전체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렵지만 어때요, 법적으로 싸워나가기가?

    ◆ 이은의> 좀 어려운 부분이 있죠.

    ◇ 정관용> 더 어려운 편이에요?

    ◆ 이은의> 증거관계 같은 것들이. 꼭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더라도 성희롱 문제가 광범위하게는 성폭력의 문제고 그다음에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직장 내 노동인권의 문제인데. 이 두 가지 테제가 보면 은밀하게 일어나고 내부에서 일어나서 증거관계를 찾기가 일단 쉽지 않고요. 그다음에 싸움이 붙으면 상대는 돈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물량 투입을 하고 그리고 당사자에 대한 비난. 개인에 대한 비난이 굉장히 수위 높게 들어오고. 때로는 ‘이게 정말 사실일까? 내가 정말 그런 이상한 의뢰인과 일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어떤 비난들이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의뢰인이 상처받고, 옆에서. 이런 걸 함께 보고 함께 울고 웃고 하면서 그 과정을 가야 하니까 업무적으로도 그렇고 어떤 대면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언제 또 시간을 내서 책을 쓰셨어요?

    ◆ 이은의> 밤마다. (웃음)

    ◇ 정관용> 예민해도 괜찮아?

    ◆ 이은의> 네.

    ◇ 정관용> 부제에 딱 그 뜻이 나오는 군요.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직설’.

    ◆ 이은의>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제목은 누가 붙였어요?

    ◆ 이은의> 제목 제가 붙인 겁니다.

    ◇ 정관용> 무슨 뜻이에요, 정확하게.

    ◆ 이은의> 이게 ‘예민’이라는 단어가 한국사회에서는 안 좋게 느낌을 갖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예민이라는 단어는 나쁜 게 아니거든요. 청년이 예민해야 되고 여성도 예민해야 하고 약자도 예민한 게 맞는 건데 마치 예민한 것이 문제인 것처럼. 그래서 문제제기를.

    ◇ 정관용> 그러네요? 사전에 예민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의미가 없죠?

    ◆ 이은의>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 정관용> 저도 머릿속에 예민하다고 하면 ‘지나치게 예민하다’와 바로 연결되네요.

    ◆ 이은의> 네. 그건 다른 단어가 있잖아요. ‘과민하다’라고.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과민이 있는데.

    ◆ 이은의> 그렇죠. 과민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민해야 되는데 한국사회의 문제는 청년에게 불이익을 주고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고 약자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하면 마치 그게 과민한 것인 양 얘기하면서 그 단어를 예민으로 갖다 붙이잖아요. 그런데 예민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들과 부조리가 많으니까 그 예민해도 된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그리고 괜찮다라는 용어도 이상하게 쓰이죠. 마치 ‘조용히 해. 괜찮아, 참아도 돼’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예민해도 괜찮아. 그 말 해도 괜찮아. 문제제기하고 좀 싸워도 괜찮아’ 이런 묵직한 한 방을 얘기하고 싶었고 더 본질적으로는.

    ◇ 정관용> 이게 제목 해제를 옆에 붙이셔야 되겠는데?

    ◆ 이은의> 더 본질적으로는 피해자한테만 쓰는 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한테도 ‘네가 을을 향해서 좀 존중해도 괜찮아. 네가 조직을 위한다면, 네가 정말 친하고 싶은 거라면 을에 대한 배려, 을에 대한 존중을 예민하게 해도 괜찮아’. 그 주변부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어떤 갑을관계에서 을이 당하는 어떤 억울함이나 갑의 부당함에 조금 더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것에 대해 ‘말 한마디쯤 얹어줘도 괜찮아’ 하고 말하고 싶었던 거죠.

    ◇ 정관용>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 됐습니다. ‘저는 시사 문제에 매우 예민한 사람입니다’. 그것 좋은 표현이잖아요.

    ◆ 이은의>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단어를 잘 안 썼는데. 그래요. 예민해도. 그다음에 괜찮아. ‘괜찮아, 그냥 참아’ 이런 게 아니라 예민한 게 정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뜻으로서의 괜찮아.

    ◆ 이은의> ‘예민하게 살아도 괜찮다. 큰일 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 정관용> 이은의 변호사 사는 거 보면 큰일 안 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 이은의> 네. (웃음)

    ◇ 정관용> 이게 파트 1, 2, 3, 4로 되어 있는데 파트 1은 본인의 경험을 주로 쭉 엮은 것 같아요.

    ◆ 이은의> 네.

    ◇ 정관용> 지난번에 ‘삼성을 살다’인가? 그런 책도 냈었죠?

    ◆ 이은의>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여기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라도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내 편을 잘 고르자. 정면 돌파 택했다면 눈 크게 뜨고 가는 거다’ 이런 거. 맞서 싸워라, 그런 뜻이고. 파트 2부터가 좀 질문할 것인데 ‘여자들을 오락가락하게 하는 것들’ 이게 뭡니까?

    ◆ 이은의> 그러니까 이게 희롱인지 아닌지. 이 사람이 나를 지금 진급시키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건지 아닌지. 이런 것들이 늘 우리 사회에서 내가 지금 약자로서 취급받는 건지 아니면 보호를 하겠다는 것인지 보장을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잠시 기다리라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헷갈리게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고.

    ◇ 정관용> 판단기준이 뭐예요?

    ◆ 이은의> 판단기준은 사실은 내 목소리, 네 목소리 다 들리는 것이, 잘 들여다보면 예민하게 바라보면 과도한 보호도 필요 없고 과도한 불이익도 안 된다는 것이죠. 적정해야 되는데 이 책이 파트별로 그런 측면에서 나뉘어졌다기보다는 이 책의 구조는 전반적으로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사건을 통해서 과거로 타임머신을 뿅 타고 돌아가서 제 얘기를 좀 하고. 그런 경험들 속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변호사, 경계인이 되어 있는 이은의의 시각. 같이 손잡고 가자고 속닥속닥거리고 있는 저의 이야기. 이런 측면에서 그렇게, 다만 주제에 따라서 분류되어 있는.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과도한 보호도 필요 없고 과도한 불이익도 필요 없다.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보통 약간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보호와 함께 성적 유혹이 들어오죠.

    ◆ 이은의> 그렇죠. 마치 ‘너 예쁘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사귈까?’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런 거 되게 많아요. 그런 사건들. 그러니까 다리가 예쁜데, 법인카드 같은 거 주면서 옷을 사라고 하면서 그러면서 ‘내가 네가 예뻐서 이렇게 하는 거야’.

    ◇ 정관용> 직장 상사가.

    ◆ 이은의> 그렇죠. 그러면서 ‘그 치마 입고 만나자’고 하죠. 그리고 안 만나면 불이익이 시작되죠. 그런 사건 많습니다. 그럴 때 처음에 이게 한꺼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상하게 과도하게 잘해 주는 것부터 오거든요.

    ◇ 정관용> 관심부터 시작해서.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그다음에 배려.

    ◆ 이은의> 그렇죠. 배려인 양. 그리고 또 데이트폭력 같은 것도 마치 사랑해서 ‘내가 박력 있게 너에게 이만큼을 하겠어. 막 내가 오늘 네가 원하지 않는 짓 하지만 내가 너에게 키스를 한번 할까?’ 이렇게. 하지만 정말 상대방이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아닌지 들여다보았느냐하고는 좀 다른 문제인데. 우리가 은연중에 ‘나를 좋아해서 그런가? 나를 정말, 상사가 나를 부하직원으로서 인정해서 그런가?’. 좋게 해석하려는 그런 것들 안에서 지나치게 허용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고. 그리고 그래서 실제 불이익이 감지됐을 때 그 관계성에 비추어서 ‘내가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하고 생각하니까.

    ◇ 정관용> 그렇군요. 그동안 또 관계가 있는데.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법인카드로 내가 옷까지 샀는데.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아, 그런 것.

    ◆ 이은의> ‘그러면 이건 비리인가? 나는 어떻게 하지? 내가 잘못한 건가?’ 이런 것들 안에서 사람들이 계속 헷갈려하는 거죠. 그런데 아닌 건 아닌 거고 맞는 건 맞는 거니까.

    ◇ 정관용> 그 헷갈려 할 때의 판별기준법이 여기 다 나와 있습니까?

    ◆ 이은의> 저는 이게 어떤 여성의...

    ◇ 정관용> 예민해야 한다는 거죠?

    ◆ 이은의> 네,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불이익의 문제에서 그냥 함수에서의 변수를 여성으로 놓은 것뿐이고 원칙을 지켜서 생각하면 된다는 거거든요. 직장이라든가 연애라든가 삶의 과정에서 어떤 원칙을 벗어나게 지나치게 뭔가 과도한 배려를 받는 것도 한 번쯤은 내가 이만큼 배려 받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불이익으로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도 좀 생각해 보고.

    ◇ 정관용> 원칙.

    ◆ 이은의> 그렇죠. 그리고 뭔가 그 원칙을 넘어서 관계성에 빗대어 나에게 불이익하게 뭔가 나를 어떤 침해하는 것들이 있다면 이건 그냥 침해인 거예요. 관계성에 비추어서 보지 말고. 공과 사를 구분하고 어떤 원칙을 지켜나가고 그게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공과 사를 구분해서. 상사와 부하의 관계인지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인지 거기에서 어떤 원칙이 중요한 것인지. 자기의 판단잣대를 가지고 예민하게 굴어라.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즉각 즉각 반응하고.

    ◆ 이은의> 그렇죠. 그리고 그건 부하사원인 을의 입장만이 아니라 저는 제 책을 꼭 갑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는 게 ‘너희들이 이렇게 친하다는 미명 하에 했던 행동들이 누구에게는 권력질이고 갑질일 수도 있다. 너는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일방적인 어떤 너의 발언일 수 있다’라는 것들을 우리가 좀 더 예민하게 캐치하면 그러면 을이 오히려 마음을 열죠.

    ◇ 정관용> ‘갑들’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조금 표현이.

    ◆ 이은의> 셌나요?

    ◇ 정관용> 어쨌든 상당수의 또 직장이나 조직사회에서 나는 전혀 성희롱적인 생각이 없었는데 성희롱이라고 자기가 불렸다든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자기 남자들끼리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이러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한테도 좋은 자료,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네요.

    ◆ 이은의> 왜냐하면 이건 젠더의 문제가 아니라 꼭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것이 아니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이은의> 그렇기 때문에.

    ◇ 정관용> ‘남녀평등사회 좋아하시네?’ 이런 파트도 있네요? 파트 3.

    ◆ 이은의> 네.

    ◇ 정관용> 변호사가 돼도 여자는 남자보다 불리하더라.

    ◆ 이은의> 그런 부분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측면 때문에 존재하는 거죠. 하지만 이게 제가, 아까 갑을의 문제도 갑을이라는 건 되게 상대적인 거거든요. 때론 내가 을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로부터는 갑이기도 하고.

    ◇ 정관용> 당연하죠.

    ◆ 이은의> 그러니까 변호사가 돼도 여전히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구조적인 불이익은 겪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변호사라는 직업이 송무를 담당하는 직업이니까 No를 할 때 거기에서 ‘나 싫어’ 하면 더 이상 도발하지 않게 되는 확률은 현저히 올라가는 거죠. 그것도 결국은 갑을의 문제인거죠.

    ◇ 정관용> 변호사라는 권력이 있기 때문에.

    ◆ 이은의>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고요, 사실은. 그래서 저희들이 누군가에게 법적으로 얘기할 때는 그게 갑질이 되지 않도록 또 변호사 본연의 업무를 할 때는 노력을 해야죠.

    ◇ 정관용> 아, 참. 요즘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게 있어서. 법적 사건인데 몰카 부분에서 말이에요. 노출이 별로 안 심하다고 해서 2심까지는 벌금형을 받았는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한 것이 있어요.

    ◆ 이은의> 네, 압니다.

    ◇ 정관용> 변호사로서 어떻게 생각해요, 이건?

    ◆ 이은의> 법조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일단 모든 판결이 특히 국가사법권이 발동되는 형벌을 주는 것들은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게 맞기는 합니다. 대원칙이죠. ‘불리하고 모호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테제가 있고 가급적 좁게 해석을 해야 하니까. 그런데 한국사회의 문제가 뭐냐 하면 이 사람이 몰카를 계속 찍었는데 제가 기록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1, 2심에서 그 판결이 날 때는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양의 어떤 것들이 이 정도 찍었고 이 정도 분량이고 이 정도 반복되었다면 이건 좀 성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걸 어느 날 갑자기 길 가던 사람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서 본 게 아니라.

    ◇ 정관용> 뭔가 행위가 적발된 거죠.

    ◆ 이은의> 그렇죠. 그러면 그 행위의 대상이 된 사람은 나를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어떤 흐름 안에서 내 사진이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건 성적 희롱일 수도 있고 어떤 추행일 수도 있는 건데 좀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한국사회가 이 사건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강제추행, 강간, 준강간, 희롱 이런 모든 것들을 판단할 때 그 행위 자체만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흐름을 좀 보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 정관용> 전후맥락.

    ◆ 이은의> 그렇습니다.

    ◇ 정관용> 대법원은 그러니까 전후맥락보다는 사진 하나하나의 노출성이 어느 정도냐. 이것만 본 것 같다?

    ◆ 이은의> 네,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게 있거든요. 제가 하고 있는 어떤 사건들 중에 보면 어떤 남자가 굉장히 19금 사진 있잖아요. 해괴한 체위라든가 등등 쫙 깔린 자기의 페이스북 한 가운데 어떤 동기 여학생의 사진 한 장을 딱 놓는 거예요.

    ◇ 정관용> 아.

    ◆ 이은의> 자, 이러면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런데 옷을 입고 있어요, 이 여학생은.

    ◇ 정관용> 그건 거의 성폭력인데요?

    ◆ 이은의> 그렇죠.

    ◇ 정관용> 그럼요. 제 판단에는 그런데?

    ◆ 이은의> 그런데 이게 인정돼서 기소되기 어렵습니다. 지금 현실은 그래요.

    ◇ 정관용> 옷을 안 벗고 있는 사진이라고?

    ◆ 이은의> 네. 그냥 SNS에 이렇게 있지만 이 사진에 결부되었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없다는 그런 일이 많은 거죠.

    ◇ 정관용> 해괴망측한 사진들의 한복판에 자기 사진이 들어있으면 그 사람은 엄청난 수치심을 느낄 것 아닙니까?

    ◆ 이은의> 그럼요. 수치심 정도가 아니죠.

    ◇ 정관용> 그런데 기소가 안 돼요?

    ◆ 이은의> 네. 그런 사건 기소 잘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사진 안에다가 하나의 사진 안에 여러 개의 사진을 넣고 한가운데 넣었다, 그러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SNS의 특징이 보면 날짜별로 쭈루룩 스트림으로 쫙 내려가잖아요. 그런데 앞뒤에, 양옆에 그런 사진들이 막 있는데 유일하게 옷 입은 이 아이의 사진만 하나가 딱 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걸 증거로 내면 수사기관에서 볼 때는 옷을 입고 있고 SNS에 자기 동기생이라고 올렸고. 어떻게 하냐, 이렇게 나오는 거죠.

    ◇ 정관용> 그것 역시 전후맥락 없이 그냥 딱 문제가 되는 그 사진 하나만 놓고 판단한 것 같다?

    ◆ 이은의> 그렇죠.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 정관용> 전후맥락을 중시해야 한다는 건 ‘사실 내가 성희롱의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한테도 도움이 될 수 있겠어요.

    ◆ 이은의> 그럼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은의> 왜냐하면 강제추행 같은 경우는 의도, 그러니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내가 성적 만족을 하고자 한 의도가 있었느냐가 범죄구성요건이거든요. 그럴 때 그 흐름을 봐주어야 하는데 그걸 지금 사법부는 현재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부분이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게 사회의 흐름과 지금 좀 맞지 않는. 그래서 지금 좀 변화가 전향적으로 있어야 되는 그런 시점에 와 있는 거죠, 우리가.

    ◇ 정관용> 역시 전문 법조인이 되시더니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석과 제언도 매우 전문적이시네요.

    ◆ 이은의> 아이쿠, 감사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우리 사회 성희롱, 성폭력 등등에 대한 법적 분쟁의 판단기준을 이제는 전후맥락을 조금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이은의> 네.

    ◇ 정관용> 이건 법원이 좀 열심히 잘 들었으면 좋겠는 내용이네요.

    ◆ 이은의> 수사기관도요. 기소독점주의니까. 검찰에서도 좀 들어주셨으면.

    ◇ 정관용> 자. 이은의 변호사 요즘 사건도 많고 바쁘시다고 그러는데 일이 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 이은의> (웃음) 네. 그런데 일이 없어지는 그런 세상이 올까요? 전지구상에 그런 일이. 그래서 어떤 일들이 확 없어지기보다는 그런 일들이 건강하게 해결되는 사회문화, 그걸 좀 바라봅니다.

    ◇ 정관용> ‘예민해도 괜찮아’라는 또 주목될 책을 들고 오신 이은의 변호사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은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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