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의 성인 장애인 야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길바닥에서 공부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부산시와 시 교육청을 이를 외면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금정구 장전동 도로변에 있는 한 허름한 건물 1층.
15 제곱미터 남짓 되는 이곳은 40-50대 중증 장애인 30여 명이 공부를 하는 부산지역 유일의 장애인 야학이다.
이곳은 전동 휠체어 3대만 들어가도 공간은 들어차고, 제대로 된 수업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지만, 벌써 20년째 순수 자원봉사자 선생들이 야학을 이끌고 있다. [BestNocut_R]
그나마 이곳도 최근 10만원 월세를 내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
장애인 참배움터 황숙정 사무간사는 "20년 동안 쪽방이나 낡은 건물을 전전하다가 최근에는 후원금이 줄어들어 거의 길바닥에 나 앉아야 할 형편"이라며 "제대로 된 수업공간이 있으면 더 많은 성인 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 텐데 한숨만 나올 따름"이라고 말했다.
야학 측은 벌써 시 교육청에 3년째 수업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지난 3일부터 매일 1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 측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시 사회복지부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부산시교육청 평생교육팀 담당자는 "성인 야학의 경우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참배움터 측에서는 수업공간을 요구하고 있어 도와줄 형편이 못된다"며 "부산시 사회복지과가 전담 부서이고, 교육청은 보조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시청은 지난해 10월 ''평생교육종합진흥계획''의 일환으로 성인 장애인들의 교육실태와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아직 전담팀조차 꾸려지지 않은 상황.
부산시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전담팀을 꾸릴 분위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부산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당초 평생교육종합진흥계획은 경제정책관에서 만들었는데, 전담부서가 꾸려 지지 않아서 사회복지과가 떠맡고 있다."면서"시 행정자치국 교육지원계가 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장애인 야학에 대해 특별히 지원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청에는 성인 장애인 야학에 관해 업무를 보는 부서가 3곳에 이르러, 교육청측도 협의 통로를 못찾고 있는 형편이다.
전국 성인 장애인 중 중학교 졸업 미만은 45.2%,
부산지역은 61%로, 전국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이같은 학력 수준으로는 취업 등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의 장애인 야학의 경우 시 교육청으로 부터 매년 8천만원 상당을 지원받고 있고, 인천은 매년 천 5백만원 등 대도시에 있는 다른 성인야학은 교육청과 자치단체로부터 넉넉한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도 전국 실태조사결과에 따라 뒤늦게 성인 야학 운영 지원금 6백만원을추경예산에 편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것조차 지급될 지는 미지수다.
부산지역 유일의 성인 장애인 야학 ''참배움터''. 불편한 몸으로 힘겹게 공부를 하고 있는 성인 장애인들의 희망이 교육당국과 부산시의 무관심으로 외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