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헌병대가 지난 16일 전 부대 수사담당자들에게 배포했던 문건의 첫 장(자료=군 인권센터 제공)
함께 살던 부사관 동기들이 동료를 폭행하고 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 공군이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문건을 전 부대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본질을 흐트리고 가혹행위 책임과 원인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돌려 사건을 축소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당장 나온다.
22일 공군 등에 따르면, 공군 헌병대는 지난 16일 '20전비(제20전투비행단) 하사 3명, 가혹 행위 기자회견 관련 확인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전 부대 수사담당자들에게 보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시민단체 '군 인권센터'에서 이 부대 소속 부사관 임모(22) 하사 등 3명이 지난 6개월 동안 A(19) 하사의 발에 불을 붙이고, 신체 일부에 치약을 바르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고 폭로한 직후에 이뤄진 것. <관련 기사 : 지난 16일 자 cbs노컷뉴스 부사관 룸메이트 막내 성추행…'軍, 또 덮나?'(종합)>관련>
http://www.nocutnews.co.kr/news/4519401)>
공군은 이 문건에 사건 개요와 함께 제보 배경, 가족관계, 진료 상황, 숙소 사용, 보직 이동 등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적시했다.
특히 가족관계는 9살 때 입양됐다는 사실과 양부모의 나이 및 직업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담았다.
A 하사가 피해 사실을 시민단체에 제보한 배경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가족들이 거주하는 수도권 부대로 전속(소속부대 이전)을 희망했으나, 전속이 불가하게 돼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추정하여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 인권센터 측은 "이는 허위사실로 피해자에게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며 "2차 가해는 물론이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센터는 또 "이 문건에는 '피해자가 상습폭행에 대해 헌병 조사에서 진술하지 않았고, 성추행은 사안이 경미해 징계처리로 끝낼 방침'이라고 무책임하게 적혀 있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현재 A 하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군 당국에 두 차례 소환돼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일을 이렇게까지 키운 게 누구냐"며 "가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과대포장 한 게 아니냐"는 추궁까지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는 동안 피의자들은 동기 부사관들이 초대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위선자"라며 A 하사를 조롱하거나, "기사가 떴다"는 말에 "ㅋㅋㅋㅋㅋ"라고 비웃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기 부사관들이 초대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 임모(22), 도모(20) 하사는 A(19) 하사의 발가락에 불을 붙인 혐의 등으로 약식기소됐다. (자료=군 인권센터 제공)
공군은 이에 대해 "담당 수사관이 부적절한 언행을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엄정 처리할 것"이라며 "불미스러운 사례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군은 또 "내부 문건은 사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실명 공개 없이 제한적으로 배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