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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쟤 메르스래!"…끝나지 않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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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팀이 돌아본 2015 그 사건 ②]

    메르스 사태에서 국정 교과서 파문까지 각종 사건과 논란으로 얼룩진 2015년이 저물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사건기자들이 돌아본 2015, 그 사건 그 후' 5부작 연속기획을 통해 올 한해 주요 이슈들의 오늘을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캣맘'의 죽음…방치된 옥상과 촉법소년, 논란은 그때뿐
    ② "쟤 메르스래!"…MERS, 끝나지 않은 고통
    (계속)

    "메르스, 메르스, 쟤 메르스야, 메르스가 아직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형지(48) 씨는 이달 초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손을 잡고 태권도 학원 버스를 기다리다 가슴철렁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길을 지나던 아들의 동갑내기 친구가 김씨 부자를 바라보며 '메르스, 메르스'라며 큰 소리로 놀려댄 것.

    순간 억장이 무너졌지만, 그는 그저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말라"고 힘없이 되뇔 뿐이었다.

    김씨의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돌아다니기가 두렵다고도 했다.

    지난 여름 아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갔다가 호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같은 반 친구와 뛰어놀자, 급히 뛰어온 친구의 어머니가 김씨 아들을 가리키며 한 말은 놀랍게도 "저 옆에 가지 마라, 감염된다"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제 김씨의 어머니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감염돼 돌아가신 지 벌써 6개월이나 흘렀고, 가족들에게 통보된 자가격리도 모두 해제됐다.

    하지만, 그와 그의 가족에게 새겨진 '메르스 가족'이란 주홍글씨는 이처럼 또렷이 남아있다.

    ◇ "마스크는 벗었지만…"고통은 현재진행형"

    김씨는 지난 6월 말 '세 번째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초래한 173번째 환자 최모(70·사망)씨의 아들이다.

    최씨는 잠복 기간에 수천 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지목돼 세간의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어머니는 감염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던 김씨의 항변도 소용없었다.

    김씨는 당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검사만 제때 했었다면 어머니도 살리고, 이웃들을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며 병원과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7월 10일자 - [단독] 확진 이틀만의 죽음…"국가와 병원이 죽였다")

    메르스가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이달 18일, 취재진은 다시 그를 찾았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마스크나 다른 보호장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한 김씨는, 시간이 지나며 "그간 겪었던 고통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결국엔 병원 신세, "오늘도 병원 갔다 왔죠"

    김씨는 노모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매일 밤 쉬이 잠이 들지 못했다. 게다가 아들은 이유 없이 소파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아들과 함께 정신과 진료를 받기로 했다. 결정을 내리던 날, 그는 아내를 끌어안고 눈이 퉁퉁 붓도록 오열했다.

    현재까지도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며 매일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이날 인터뷰 직전에도 아들의 손을 붙잡고 병원에 다녀왔다.

    최근에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병까지 얻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결국 간 수치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병을 확진한 곳은 병원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여전히 병원을 불신하고 있다.

    병원이 어머니에게 조금만 더 빨리 메르스 검사를 해줬다면, 어머니가 10년은 더 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 어느 날 날아든 우편물…'숨진 어머니에게 역학조사를?'

    그런 김씨의 상처를 후벼 판 건 다름 아닌 국가다.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의 집에, 한통의 우편물이 날아든 때는 지난 10월 초.

    봉투 안에는 '메르스 혈청역학조사 대상자 선정 안내서'가 들어있었고, 수신자명에는 4개월 전 숨진 어머니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잔뜩 화가 난 그는 안내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으나 "담당자를 알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취재 결과 혈청역학조사는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했던 자가격리자들을 상대로 항체 생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대상자 명단에 일부 사망자가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소속된 국립암센터 측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사망자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명단이 넘어와, 잘못된 명단으로 조사를 하게 됐다"며 책임을 보건당국에 떠넘겼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업데이트되지 않은 데이터가 잘못 보내지는 행정적인 실수가 있었다"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뒤늦게라도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보건당국과 연구기관의 미숙한 일 처리로 피해자 유가족의 상처는 또 한번 헤집어져야 했던 것.

    김씨는 "질병관리본부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고 일갈했다.

    ◇ 사망 38·확진 186…그들에겐 상처로 기억될 2015년

    김씨가 다른 유가족과 함께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차 공판은 내년 초에나 열릴 예정이다.

    올해 전국의 메르스 사망자는 38명, 확진자는 186명, 격리 해제자는 모두 1만6752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김씨 외에도 이들, 그리고 이들의 가족 모두는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했다"며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가려야 할 텐데, 정부나 병원은 서로 눈치 보기만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재판을 기다리며 1인 시위를 해왔다는 김형지 씨는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께 고마움을 전해달라고 취재진에게 거듭 요청했다.

    김씨는 "광화문 한복판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이 '아저씨 힘내세요'라며 응원해줬다"며 "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곧이어, 1인 시위 당시 들고 있던 한 피켓을 꺼내들었다. 피켓엔 아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친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7500여 명(일부 언론 보도)에 이르는 직·간접 접촉자 및 강동구 구민들께 고인을 대신하여 무릎 꿇고 백배 사죄드립니다.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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