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 (사진=윤성호 기자)
피고인과 목격자가 뒤바뀐 ‘이태원 살인 사건’의 두 번째 재판에서 첫 재판 당시 진범으로 지목됐던 에드워드 리(36· 사건 당시18세)가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22일 아더 패터슨(36)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다음달 4일 오후 2시 리를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큰 쟁점은 찌른 사람이 피고인인지, 리인지”라면서 “범행 이전과 화장실을 가기 전, 가서 나올 때의 정황이나 이후 행적을 비교해서 누구의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누가 찔렀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을 뿐 목격자가 있다”면서 “리가 목격자라면 진술의 신빙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외에 햄버거 가게에 함께 있었거나 패터슨, 리 등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말을 직접 듣거나 전해들은 이들의 친구들 등을 비롯해 당시 부검의와 검찰의 보완 수사에 참여한 도검 전문가, 혈흔 분석가, 미국 CID(범죄수사대) 수사관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패터슨 측에서는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박재오 전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범행 현장이었던 당시 이태원 햄버거 가게의 화장실을 세트장으로 만들어 범행을 재연하는 검증 절차도 진행된다.
검찰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변호인은 “패터슨이 진범이 아닌데 진범을 대신해 범행을 재연하는 것에 대해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도 “검찰에서 꼭 하겠다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리 역시 재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재판에서는 공소시효(살인죄는 15년)와 일사부재리(확정판결에 대해 두 번 이상 심리·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역시 쟁점이 됐다.
검찰은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해 공소시효가 중단됐다며 “형사소송법이나 검찰 실무 규칙 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것도 아니고,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는 상태에서 시효를 한두 달 앞두고 다급하게 서류상으로만 기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RELNEWS:right}흉기 소지와 증거 인멸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았던 패터슨이 이번 재판을 받는 것이 일사부재리에 어긋나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범행 일시와 장소가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근접하긴 하지만 같지 않고, 흉기 소지와 살인죄는 범죄의 내용과 죄질 등이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사건”이라고 재판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맞서 패터슨은 직접 “저는 미국으로 도주하지 않았고, 이는 미국 법원에서도 도주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왜 이 사건이 종전과 다르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당시 수사 검사가 리와 패터슨을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해 리를 진범으로 공소사실을 확정 지었다”고 일사부재리원칙을 강조했다.
한편 패터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