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딸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전에도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 있거든요."
지난달 6일 저녁 9시쯤 서울 관악경찰서 112 상황실에 급박한 목소리의 남성으로부터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곧바로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신고자의 딸 A(32)씨가 남현동 모텔촌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근 순찰차에 출동을 명령했다.
지령을 받은 남현파출소 소속 김은주(24·여) 순경은 순간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직감하고, 남현동 모텔촌으로 순찰차를 전속력으로 몰았다. 하지만 모텔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에서 A씨가 어느 모텔에 들어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모텔 욕실문을 머리핀으로 따고 들어가 생명을 구한 관악 남현파출소 소속 김은주 순경 (사진=김은주 순경 제공)
범죄와 연루된 사건이 아닌 탓에 강제로 수사할 수 없었던 김 순경은 간신히 모텔 직원들을 설득해 폐쇄회로(CC)TV를 일일이 확인하며 A씨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결국 모텔 11곳을 전전한 끝에 한 모텔 CCTV에서 A씨의 모습을 발견했다.
출동한 경찰 가운데 유일한 여경이었던 김 순경은 곧바로 모텔 직원과 함께 A씨가 들어간 방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곧장 마스터키를 이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인기척이 없는 방 안에는 문이 잠긴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김 순경이 열쇠 구멍조차 없는 화장실 문을 부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하는 순간, 모텔 직원은 "뾰족한 것이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핀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순간 기지를 발휘한 김 순경은 자신이 하고 있던 머리핀이 떠올랐고, 이를 손잡이에 있던 좁쌀만한 구멍으로 밀어넣자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화장실 안에는 피를 흘리며 A씨가 쓰러져 있었다. 김 순경은 곧바로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병원으로 옮겨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김 순경은 "사건 당시 끔찍했던 현장이 일주일 동안이나 떠올라 힘들기도 했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30대 여성이 투신을 시도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침착하게 구조하고, 보호시설로 안내한 경찰도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다.
투신하려던 30대 여성을 안전하게 구한 강남경찰서 이상환 경장(왼쪽)과 정주연 순경 (사진=이상환 경장 제공)
지난달 14일 오후 3시 30분쯤 성동경찰서 상황실에 "성수대교에서 한 여성이 난간에 앉아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관할지역이 아니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던 강남경찰서 이상환(34) 경장과 정주연(32) 순경은 현장으로 지체없이 출동했다.
그 곳에는 B(39·여)씨가 난간에 걸터앉아 "뛰어 내리겠다, 금융회사가 내 돈을 다 날렸다"며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경장과 정 순경은 섣불리 접근하는 대신, 조씨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무슨 일로 거기 앉아 계시냐? 이야기나 한번 나눠보자"며 진정시켰다.
얼마 후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비교적 침착해진 B씨는 별다른 저항없이 무사히 구조됐다.
{RELNEWS:right}이어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 소속 고봉훈(57) 경위는 B씨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아무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에 있는 주소지의 관할 경찰서에 연락해 직접 집으로 찾아가봐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족은 살고있지 않았기 때문.
이후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B씨와 상담한 결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서울의 한 보호시설로 안전하게 옮겼다.
B씨를 구조한 이상환 경장은 "구조 후에 가족들과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가 각박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은데, 국민의 생명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그분들이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