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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산비리 '와일드캣'…성능미달로 도입 무산 위기



국방/외교

    [단독] 방산비리 '와일드캣'…성능미달로 도입 무산 위기

    수중 음파탐지기 운용 시스템 성능미달, 업체는 "문제없다" 버티기

    와일드캣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사업 관련 비리로 전·현직 해군 장교 등 8명이 구속기소된 가운데 이번에는 와일드캣의 일부 성능이 계약서상 요구조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성능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품을 인수받을 수 없다며 수차례에 걸쳐 제조사에 성능개선을 요구했지만 제조사는 "문제 없다"고 버티기에 나서 5,890억원이 투입되는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 대잠작전 핵심장비 디핑소나 관련 장비 성능 미달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선정된 영국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W)사의 와일드캣에 장착된 디핑소나(dipping sonar) 릴링(reeling)머신이 계약 사양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파탐지기의 한 종류인 디핑소나는 수중에서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대잠작전의 핵심장비이며 릴링머신은 디핑소나를 수중 300m까지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방위사업청과 AW는 릴링머신의 올려감기 최대속도(Max Reeling Speed)는 6m/s, 내려감기 최대속도는 5m/s로 계약했지만 실제 와일드켓에 장착된 릴링머신의 속도는 각각 2.45m/s, 4.75m/s불과했다.

    릴링머신의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대잠작전을 수행할때 상공에서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빠르게 디핑소나를 내려 위치를 탐지한 뒤 다시 디핑소나를 끌어올려 바로 어뢰를 발사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링머신의 올려감기·내려감기 속도가 느리면 느릴수록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이는 결국 적 잠수함이 해상작전헬기의 탐지·공격 범위로부터 멀리 회피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된다.

    ◇ 제조사 "계약사양 성능 충족" 버티기

    문제는 계약사양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릴링머신이 장착됐지만 해석 차를 이유로 AW사는 현재의 릴링머신이 계약 사양에 명시된 성능을 충족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데 있다.

    AW는 초당 릴링속도(m/s)에 관계없이 계약서상 명시된 'dip cycle time', 즉 디핑소나의 총 강하·인양·탐색·안정화 시간인 260초를 기준으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AW사는 지난 4월 23일 방위사업청에 답변서를 보내 "디핑소나 릴링속도의 계약사양은 초기설계 성능수치를 제공한 것이며, 설계 및 체계통합 단계에서 최적화된 것이 현재의 개발사양"이라면서 "다양한 작전시나리오 분석결과 현 개발사양으로 임무 완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월 8일에는 "현 디핑소나를 개조하여 계약사양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은 없으며, 그 외 디핑소나의 탐지성능은 현 링스에 탑재된 디핑소나 성능보다 향상되었다"고 답변서를 보내왔다.

    특히, 7월 2일 답변서에는 "최대 인양속도를 6m/s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항공기 사양과 디핑소나 운영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중량증가, 체공시간 감소, 관련 구성품 수명 단축, 정비소요 증가, 디핑장비 안정성 저하 등을 부정적 요소로 꼽았다.

    결국 AW는 우리 군에서 요구하는 디핑소나 릴링속도 개선을 위한 방법이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해군 헬기 모습 (자료사진)

     

    ◇ 軍 "수락검사 통과 못하면 도입 안해" 강수

    디핑소나 릴링속도 문제 등으로 군 당국과 AW간 분쟁이 발생하면서 당초 7월 말부터 2주간 진행되기로 했던 현지공장 수락검사가 계속 지연되는 등 와일드캣 도입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초 방사청과 해군은 총 8대의 와일드캣 도입분 가운데 올해 안에 1차로 4대를 도입하고 나머지 4대는 오는 2016년 말에 도입할 예정이었다.

    이에따라 방사청은 비록 일정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영국에서 진행되는 공장수락검사와 현장수락검사를 10월 중에 실시할 예정이며 그 이후 국내수락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릴링머신 성능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수락검사는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군 관계자는 "릴링머신 속도문제 외에도 AW사가 계약 당시 제안한 3가지 레이더 모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군 주관으로 실시하는 수락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김시철 대변인 역시 와일드캣 도입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난 5월 26일 "수락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헬기는 계속해서 통과될 때까지 수락시험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수락검사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도입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언했다.

    ◇ 도입 무산도 문제지만 법적분쟁 가능성도 대비해야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와일드캣이 성능 미달 문제로 수락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도입이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군 당국과 AW간 법적분쟁이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디핑소나 릴링속도의 경우 대잠작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지만 정작 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작전요구성능)나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 상에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다시말해 해상작전헬기 도입사업을 진행하면서 디핑소나 릴링속도 성능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은채 AW를 사업자로 지정했고 이후 계약을 진행하면서 물품사양서에만 이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AW가 물품사양서의 해석 차이를 들어 계약조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하고 나설 경우 우리 군 당국이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도 있다.

    {RELNEWS:right}이에 대해 정미경 의원은 "비리로 얼룩진 엉터리 시험평가에 이어 '최대속도'의 해석과 같은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면서 "어차피 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법적 대응 준비를 사전에 철저히 해두는 것이 그나마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대잠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본격 추진된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은 1, 2차로 나눠 진행되며 시설공사와 간접비를 포함해 와일드캣 8대를 도입하는 1차 사업 예산은 5,890억원에 이른다.

    방사청은 지난 2013년 1월 AW와 3,923억원에 와일드캣을 도입하기로 계약했고 지난 5월 기준으로 선급금 1,757억여원이 지불됐다.

    한편,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와일드캣 도입 비리와 관련해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과 박모 해군 소장 등 현재까지 모두 8명을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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