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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피해 경비원 "사과문 썼다고 집엔 말 못해…"



사회 일반

    갑질 피해 경비원 "사과문 썼다고 집엔 말 못해…"

     


    -도배업자와의 실랑이를 경비원에게 화풀이
    -실랑이 후 6개월 뒤에 사과문 쓰라고 지시
    -쫓아가서 인사 안 했다고 지속적으로 항의
    -경비원은 종 이하, 소수 악덕주민이 문제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갑질 피해 경비원)

    입주민의 막말과 폭언을 이기지 못하고 분신자살을 선택한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또다시 경비원을 향한 갑질 논란이 나와서 파장이 일고 있는데요. 한 입주민이 도배업자 출입을 막지 못했다면서 경비원에게 수차례 반성문을 작성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피해를 당한 경비원분에게 자세한 피해사실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대상 보호를 위해 익명과 음성변조를 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선생님, 나와계시죠?

    ◆ ○○○>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어려운 시간 내주셨네요. 그러면 현재는 문제의 아파트에서 일을 그만두신 건가요?

    ◆ ○○○> 네. 아시다시피 그 일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입주민과 불화가 생기면서 결국 경비업무까지 그만두신 건데요. 맨 처음으로 가보죠. 불화가 시작됐던 건 언제였습니까?

    ◆ ○○○> 지난 12월입니다. 이사하기 하루 전날 입주민이 도배업자하고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경비원으로서 제가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경찰을 불러서 해결하세요.’라고 해서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사모님께서 ‘뭐 경비원이 말이야, 이런 것도 하나 못 내쫓고 말이야. 무슨 경비를 하느냐’고 고함을 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래도 입주민이니까 어떡합니까? 그래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하고 끝났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입주민이랑 도배업자가 도배대금과 관련해서 분쟁이 있었고요. 도배업자를 왜 막지 못했냐고 따지면서 경위서와 반성문까지 쓰라고 했다는 말씀이네요.

    ◆ ○○○> 네.

    ◇ 박재홍> 그런데 왜 도배업자와 싸우는 건데 왜 경비원인 선생님께 항의를 한 거죠?

    ◆ ○○○> 글쎄요. 상식적으로 경비업무가 아닌데 화를 내시니까 저는 무조건 그냥 주민이시니까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끝났는데요. 그 후 6개월이 지난 후에 ‘6개월 동안 그 잘못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봤느냐. 그때 일에 대해서 다시 사과문을 써라. 6개월 동안 시간이 지났으니까 자기는 사과문을 받아야 되겠다.’라고 요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과문을 하나 써줬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처음에는 경위서를 써주셨던 거고요. 6개월 후에 ‘그동안 뭘 잘못했는지 생각 좀 해 봤느냐’는 말까지 들으시면서 사과문, 반성문까지 입주민이 쓰라고 했던 건데요. 그런 요구를 들으시고 처음에는 어떤 생각 드셨어요?

    ◆ ○○○> 사과문을 써줬더니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으면서 ‘이걸 뭐 사과문이라고 썼느냐. 사과문 다시 써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에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죠.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사과문을 쓸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사과문을 하나 써줬습니다. 사모님이 원하니까요.

    ◇ 박재홍> 그러니까 그냥 눈 딱 감고 써주신 거네요.

    ◆ ○○○> 아파트 경비라는 게 그렇습니다. 아파트 주민들하고 충돌이 생기면 계속 일하기가 힘듭니다, 아파트라는 일이.

    ◇ 박재홍> 매일 오가면서 얼굴도 봐야 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눈 딱 감고 써주셨는데 쓰시면서도 굉장히 마음이 힘드셨겠네요.

    ◆ ○○○> 그건 당연한 거죠. 뭐 마음 같아서는 한대 쥐어박고 관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억지로 참고 일을 했습니다. 그 뒤로도 한 달 가까이 일을 더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계속 관리사무실이나 용역회사로 전화해가지고 계속 괴롭히더라고요. 제 문제를 가지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제가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은 겁니다.

    ◇ 박재홍> 그래요. 그러니까 꾹 참고 일을 계속 하시려고 했던 건데요. 혹시 그러면 집에서도 선생님이 사과문까지 쓰셨다는 내용을 알고 계신가요?

    ◆ ○○○> 저희 집에서요?

    ◇ 박재홍> 네.

    ◆ ○○○> 아이고. 그런 바깥의 일을 집에 어떻게 이야기를 합니까? 괴로움이죠, 그것이.

    ◇ 박재홍> 그러면 그 분이 선생님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경비원분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막 대하는 게 있었습니까?

    ◆ ○○○> 네. 인사 안 한다고 사무실에 전화하고.. 인사라는 것이 마주쳐야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자기가 저 앞으로 지나가는데 쫓아가서 인사를 안 했다고 사무실에 전화를 하는 겁니다. ‘뭐 이 경비원이 못 쓰겠다는 둥’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아파트에 놀이터가 하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새벽 2시에도 인터폰을 해서 놀이터에 가서 애들 쫓으라고 그러고.. 그냥 그런 것이 여러모로 다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까?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박재홍> 그러니까 입주자가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안 하면 ‘인사를 안 한다’고 고성으로 따지기도 하셨다는 거죠?

    ◆ ○○○> 네, 얼굴이 마주치면 저도 인사를 하죠. 그런데 자기가 저쪽으로 지나가는데 쫓아 나와서 인사를 안 했다는 겁니다.

    ◇ 박재홍> 그래요.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굉장히 힘든 순간이 많으셨던 것 같네요. 그러니까 그렇게 힘들게 사과문을 쓰신 뒤에도 상황이 마무리가 안 돼서 결국에는 끝내 못 견디시고 물러나신 겁니다.

    ◆ ○○○> 네.

    ◇ 박재홍> 주위에 동료들은 뭐라고 말씀하세요?

    ◆ ○○○> 주민들은 무시하고 일을 하라고 그랬는데요. 이게 무시가 안 돼요. 일하다 보면 하루에 몇 번씩 얼굴을 마주치는데 그것이 힘듭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 아파트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하신 거죠, 4년 동안 일하셨던 건가요?

    ◆ ○○○> 4년 일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하시면서 마음에 남았던, 혹은 상처가 됐던 말이 있었을까요?

    ◆ ○○○> 특별한 것이라기 보다도 그런 일로 사람을 무시하고 갖은 모욕을 다 하고서도 꾹 참는 것이죠. 다른 경비분들도 그런 분들이 많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런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요. 지난번에는 압구정동 아파트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었는데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잖아요. 이런 반복되는 과정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 제가 볼 적에는 글쎄요. 이런 갑질들이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제가 아파트 경비원을 해 보니까 대다수의 주민들은 다 좋으신데 한두 분 그런 분들이 꼭 있다고 다른 데서 일하던 경비들도 다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쉽게 뭐 고쳐지겠습니까?

    ◇ 박재홍> 그런 분들은 경비원들을 어떻게 보시는 것 같으세요?

    ◆ ○○○> ‘내가 낸 관리비에서 너희들이 봉급을 받으니까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하라’는 거죠. 쉽게 이야기해서.

    ◇ 박재홍> 그러니까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종으로까지 본다고 느끼시나요?

    ◆ ○○○> 그 이하죠, 뭐. (헛웃음)

    ◇ 박재홍> 이렇게 힘들게 일하셨는데. 실례지만 그럼 한 달에 월급은 얼마나 받으셨던 거예요?

    ◆ ○○○> 아파트 경비원들 급여가 14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입니다.

    ◇ 박재홍> 지극히 적은 돈을 받으시면서 힘들게 일하셨고 그 가운데 인격적인 모멸감을 당하는 어려움을 겪으셨네요. 지금은 일을 그만두셨는데 어떻게 생활하고 계십니까?

    {RELNEWS:right}◆ ○○○> (한숨) 다시 일을 해야죠.

    ◇ 박재홍> 다시 경비일을 하실 건가요?

    ◆ ○○○> 네. 경비일이든 다른 일거리를 찾아가지고 해야겠습니다. 아직은 쉴 만한 나이가 아니니까요. 다음 달부터는 일을 해야죠, 아무데서나.

    ◇ 박재홍> 좋은 곳에서 또 새로운 일자리가 좀 빨리 마련되면 좋겠네요.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네.

    ◇ 박재홍> 입주민에게 갑질 피해를 당한 경비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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