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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비 노동자를 보듬은 두 아파트의 아름다운 상생



칼럼

    [사설] 경비 노동자를 보듬은 두 아파트의 아름다운 상생

     

    폭언과 인격모독을 견디지 못하고 경비 노동자가 분신해 숨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바로 그 아파트에서 이번에는 20대 입주민이 아버지뻘의 50대 경비원을 때리고 발로 차 코뼈가 주저앉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당하게도 왜 쳐다보느냐는 것이 폭행의 이유였다고 한다. 경비 노동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이 사회문제가 됐지만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못하고 하인 부리듯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 아파트는 분신사건 이후 관리업체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대량 해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는 입주민과 경비 노동자가 서로 도와 상생의 길을 가고 있는 두 아파트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석관두산아파트의 경우 입주민이 적극적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아파트 내 가로등 조명을 LED로 교체하면서 연간 2억 원의 전기료를 아꼈고, 이 과정에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경비원들의 임금을 19% 인상했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을 100% 보장하는 것은 물론 경비원을 해고할 때는 주민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월곡 동일하이빌뉴시티 아파트는 한걸음 더 나가 아예 아파트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경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각종 세금 등의 절약을 통해 용역업체에 의한 관리보다 더 절약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최저임금제에 따른 임금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직접고용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비 노동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것은 결국 주민들에게 향상된 서비스로 돌아올 것이라는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두 아파트의 사례는 최근 을을 지키자는 취지의 모임인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에 의해 국회에서 모범 사례로 발표됐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인격모독과 저임금, 고용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내년 최저임금제 실시에 따른 임금인상 부담으로 해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두 아파트는 우리에게 새로운 해결 방향을 제시해 준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서로 보듬어 가며 함께 살아가기를 모색하는 두 아파트 주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한겨울 한파 속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한다.

    물론 형편과 상황이 모든 아파트가 다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함께 노력하며 고민한다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두 아파트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리더를 육성하고,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도록 측면 지원한 성북구청의 역할이 두 아파트의 새로운 실험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자치단체가 주민의 실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아파트 내부의 주민자치가 강화돼 모두가 관심을 가질 때 경비 노동자 문제 해결은 물론 관비리를 둘러싼 비리도 발붙일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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