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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복지

    트라우마 법정서 고문 피해자 손잡아주는 '재심동행'

    [되살아난 고문, 두번 죽는 이들 ④]

    공안사건의 억울한 피해자들은 최근의 재심을 통해 늦게나마 치유됐을까. 현실 속 그들은 고문 가해자와 다시 맞닥뜨린 트라우마로 충격 속에 세상을 등지기도 했고, 배상 절차의 허점 때문에 또다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되살아난 고문, 두번 죽는 이들' 기획을 통해 공안사건 피해자들이 다시 겪는 아픔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이 법정은 옛날의 그 법정과 다르게 억울함을 밝혀주는 곳이다. 지금은 권리에 따라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권위주의적인 법정에 위축되지 않도록 누군가 응원해 주는 게 치유입니다."

    고문으로 증거가 조작돼 각종 공안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피해자들이 재심을 받을 때면 인권의학연구소 임채도 사무국장은 꼭 법정을 찾는다.

    대다수 고문 피해자들은 친척은 물론 가족과도 헤어진 지 오래다. 수십 년 동안 '간첩'이라는 멍에에 갇히기도 하면서 정신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홀로 남게 된 것.

    이들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재심을 받는 법정에서조차 혼자 서있기 일쑤다.

    그런데 이 과정에,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법정 분위기에 압도돼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수십년 전 사법살인을 당했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

    임 사무국장이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재심동행'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피해자들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살아왔다"며 "재심 판사가 '왜 당시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건 고통으로 가득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재심이 시작되기 전 고문 피해자를 만나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법정'이라고 강조하며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 작은 변화가 삶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만들어 내,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가 됩니다. 그동안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상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거죠."

    인권의학연구소가 2011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고문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성폭행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통상적으로 성폭행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겪는 비율은 60%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고문 피해자의 경우 75%에 달했다.

    고문은 자신의 생각마저 고문 가해자에 의해 수십일 동안 지배되는데, 심지어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 사이 최소한의 자존심과 인간성은 처절하게 파괴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고문이 빈번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트라우마는 평생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 역시 고문 피해자이기도 한 임 사무국장은 "팔에 도청 장치가 심어져 있는 것 같아서 한 달 동안 팔만 쳐다보며 '칼로 찢어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대부분은 불안과 우울, 자책감 등 전형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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