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주장한 3천만원 금품수수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지검장)은 현직 총리 신분이 검찰 수사를 받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수사 속도를 조절해왔지만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수사에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인물 8인 가운데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에서 성 전 회장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첫 번째로 꼽혔지만 상황이 다소 바뀌게 됐다. 현직 총리 신분으로 의혹의 대상이 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고, 결국 사의까지 표명한 만큼 이완구 총리가 먼저 검찰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9일 사망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인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완구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만남 자체를 부인하다가 CBS의 전직 운전기사 단독 인터뷰
(CBS노컷뉴스 4월 16일자 [단독]이완구 전 운전기사 "4월4일 성완종 찾아와 독대했다")를 비롯해 캠프 관계자, 지역 기자 등의 '독대' 증언이 잇따르자 궁지에 몰렸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총리는 사흘간 이어진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숱하게 말을 바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 뒤 결정하겠다"며 사퇴 시한을 남겨뒀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순방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사의했다.
특히 이 총리 측은 결정적인 목격자인 당시 운전기사 등을 상대로 사전 말 맞추기를 시도해 여론전을 펼치는가 하면, 이후 운전기사의 집 주소를 수소문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해 야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했다.
(CBS노컷뉴스 4월 17일자 [단독]이완구측, 운전기사에 말맞추기 시도…수사염두 몰래녹취까지)이 총리 측이 성 전 회장과의 독대에 대해 말바꾸기를 계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직 운전기사를 협박하고, 말 맞추기까지 시도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뚜렷한 것은 특별수사팀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15일 MBN에 캠프 관계자가 기자를 사칭해 인터뷰를 하는 등 조직적으로 여론전을 펼친 흔적도 있다.
앞서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본건 수사 관련해서 증거를 은닉, 은폐, 폐기하는 행위가 발견되거나 시도를 포착했을 경우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총리 관련 수사에 비중을 높이면서 주변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3년 4월 당시 재선거 캠프에서 자금책을 맡았던 김모 비서관(의원실 5급 비서관)이 수사의 핵심 대상이다.
김 비서관은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 당선된 부여 군의원인 공직 신분인데도 당시 선거 캠프 사무국장을 맡았고, 이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당시 캠프 직원들은 "금전관계는 김씨가 다 맡았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
성 전 회장과 독대했다는 2013년 4월 4일의 행적도 수상하다. 현장에 있던 당시 지역기자들은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직후에 이 총리의 부름으로 김 비서관이 불려들어갔다고 기억했다. 당시 기자들이 독대 직후 김 비서관을 부르는 것을 보고 '성 전 회장이 빈손으로 오지 않았을텐데 뭘 주고가나보다'라고 수상히 여겼다는 증언이다.
김 비서관은 특히 이완구 총리 측의 지시로 15일 새벽부터 운전기사 등 직원들 6~7명에게 전화를 돌려 당시 동선을 어긋나게 물어보며 말맞추기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