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466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영화 '도가니'. A 씨는 학교 과제를 위해 이 영화를 접했다 이내 가슴을 움켜쥐고 울고 말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 날의 아픔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떠오른 것이다.
몸서리치도록 싫던 악몽. 청각장애학교에서 교사와 학교 간부들이 학생들을 무참히 성폭행하는 장면에서 A 씨는 지난 10년간 입에 올리기도 싫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엄마가 가출한 뒤 수시로 자신의 방에 찾아오던 그 사람, 밤만 되면 소름끼치게 싫었던 그 느낌. 장애아동들이 수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 A 씨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었던 것만 다를 뿐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중학교 2학년생, 꿈 많던 그때로 돌아가 A 씨는 보상을 받고 싶었다. A 씨는 용기를 내 직접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했다. "그때 너무 싫었고, 아버지의 처벌을 바란다"고 진술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2005년 발생한 일로부터 한참 지나 신고한 것이 문제였다. 용기만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경찰이 신청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너무 오래된 사안이라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소명이 어렵다"는 취지로 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 씨는 신고를 당한 아버지가 찾아오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검찰은 A 씨의 신변보호 차원에서 영장을 재청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고,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한달 여에 걸쳐 함께 살던 남동생과 당시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갔던 엄마를 불러 조사했다. 남동생과 엄마는 A 씨가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뒤 비참했던 나날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이들이었다. 검찰은 A 씨 진술의 신빙성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 조사에서 A 씨의 엄마는 "당시 딸이 자신에게 모든 일을 털어놓았고, 이후 이혼해 딸을 데리고 사는 중에도 몹시 괴로워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은 결국 지난달 23일 발부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황은영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A 씨의 아버지를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RELNEWS:right}A 씨의 아버지는 지난 2005년 2월쯤 A 씨을 성폭행하고 9월쯤 자고 있던 A 씨를 성폭행하려다 A 씨의 반항으로 미수에 그치는 등 미성년자였던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