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이 위기에 빠지면서 지금까지의 도급공사식 사업 수주 대신에 ‘투자개발형 사업’(TSP)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은 그야마로 ‘쇼크’라 불릴 정도로 좋지 않았다.
우리 건설사들의 텃밭이었던 중동지역의 경우 유가 하락과 저가 수주를 앞세운 유럽업체들의 공격적인 영업 등으로 낭패를 겪었다.
이 때문에 경쟁이 심한 도급공사에서 벗어나 인프라 건설이 필요한 국가에 선도적으로 들어가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일종의 '턴키 방식'으로 설계와 개발, 운영까지 모두 떠맡아 장기간 수익을 취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 정창구 처장은 "유가하락 등으로 발생한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CEO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대규모 투입 자금이 필요한데다 이익이 현실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개별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CEO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최근들어 중국의 경우, 투자가치가 있는 개발형 사업에 대해 정부가 금융 지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설사들 스스로 지금의 도급공사 참여 방식으로는 치열해지는 해외 경쟁과 최저가 입찰에 의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 발생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해법 찾기에 나서는게 중요하다.
SK건설과 삼성물산 등 일부 대형건설사는 투자개발사업 분야로 해외건설 방향을 틀고 있다.
{RELNEWS:right}SK건설이 지난해 4월 싱가포르에서 준공한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TSP사업으로 볼 수 있다.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는 SK건설,SK종합화학,SK가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대주주로 참여했고, 총 투자비 24억4000만달러(2조813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SK건설은 설계·구매·시공인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부분을 담당했고, SK종합화학이 공장 준공 후 유지 및 보수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또 SK종합화학은 플랜트 가동을 위한 원료를 제공하며 생산되는 제품을 SK가스와 함께 구매하고 있다.
SK건설 플랜트 사업개발팀 김기철 팀장은 "수익창출을 위해 투자개발형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집 값 떠받치기식 각종 부동산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당장 눈앞에 이익을 위해 국내 분양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해외건설 역량 강화를 위한 도전적인 체질개선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