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실제 응시자와 의뢰자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으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토익 대리시험을 친 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시험장 안에서 전자장비 검사가 강화되자 신분증을 조작해 아예 대신 시험을 치는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치러진 토익 시험장. 모 중소기업 임원인 박모(41) 씨의 수험표에 대기업 계약직 직원인 김모(44) 씨의 이름과 신원이 적혀있다.
김 씨의 의뢰를 받은 박 씨가 두 사람의 사진을 합성해 재발급 받은 김 씨의 운전면허증으로 신원검사를 마친 뒤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박 씨는 어렵지 않게 91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 점수는 평소 400점대를 오가던 김 씨의 명의로 발급됐다.
과거 휴대전화나 무선영상 송수신 장치를 이용해 이루어지던 토익 부정시험이 전자장비에 대한 검사가 강화된 이후 대리 시험으로까지 진화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금품을 받고 대리시험을 친 혐의로 박 씨 등 3명과 김 씨를 비롯한 의뢰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 등은 의뢰자들로부터 350~500만 원의 돈을 받고 의뢰자와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 재발급 받은 운전면허증을 이용, 토익 시험을 응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뢰자들 중 3명은 실제 부정시험으로까지 이어졌으며, 나머지 4명은 위조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토익이나 텝스에 응시한 뒤 대리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리시험을 친 박 씨 등 3명은 모두 해외 유학 경험이 있었고, 의뢰자는 회사원이나 사법시험 준비생, 취업준비생이었다.
박 씨 등은 토익부정시험과 관련한 기사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다는 수법으로 의뢰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최근 사진 보정이나 화장, 성형 등의 영향으로 신분증의 사진과 실제 얼굴이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 점을 노렸다"며 "신원 확인에 대한 보다 강화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법의 부정행위가 국가고시 등 다른 시험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