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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냄새 밴 몸으로 물 사먹기도 미안해서…"

환경미화원 더위와 사투…용광로같은 도로 위서 바닥만큼 땀 쓸어내기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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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바람이라면 사람들이 시원한 물 한 컵 건네는 거죠"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용광로로 변해버린 도로 위에서 종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7일 낮 2시,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부산 북구 구포동의 한 아스팔트 도로.

32도까지 오른 한낮의 높은 기온과 강렬한 일사광선에 달궈진 아스팔트에 위에서 문갑식 환경미화원(45)은 묵묵히 도로 위 쓰레기들을 쓸어 담는다..

바닥의 쓰레기를 줍기도 바쁜 문 씨의 손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 닦아내느라 분주하고, 1시간 전 점심시간에 갈아입었던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문 씨가 방금 청소를 하고 돌아선 자리에 누군가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가 바닥에 붙어있고, 문 씨는 또다시 허리를 굽혀야 했다.

문 씨는 "쓸고 치우는 게 일인데 쓰레기가 많다고 화가나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청소하고 있는데도 바로 앞에서 담배꽁초를 버릴 때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름철 문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청소차가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에 밤사이 무단으로 투기된 음식물 쓰레기다.

악취에다 파리까지 들끓는 음식물쓰레기를 수십미터 떨어진 수거차량에 일일이 옮겨야 하는데다, 런던 올림픽 기간을 맞아 음식물 쓰레기양이 두 배 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 수거에다 더위와의 사투까지 벌여야하는 문 씨는 가게에 들러 시원한 얼음물이라도 사마시고 싶지만, 온 몸에 베인 쓰레기 냄새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꾹 참는다.[BestNocut_R]

"주위 곳곳을 깨끗이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게 제 일인데, 목마르다고 사람들 얼굴을 찡그리게 할 수 없잖아요" 검게 그을린 피부사이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싱긋 웃는 문씨가 말했다.

문 씨는 "작은 바람이라면 사람들이 찢어진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시원한 물 한 컵 건네줬으면 해요"라고 말하며 또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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