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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혼자 욕실에서 넘어져 숨졌을 가능성 여전히 남아"

{IMG:2}출산을 한 달여 앞둔 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아내가 혼자 욕실에서 넘어져 숨졌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의사 백모(32)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은 사건의 쟁점인 피해자의 사망이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액사(扼死)인지 여부와 범인이 피고인인지 여부에 관해 여러 의문점이 있는 소견이나 자료들에만 의존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줘야 하는데 원심 판결은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사망원인 "질식사는 맞지만 '이상자세'에 의한 사망 가능성 있어"

재판부는 우선 아내 박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박씨는 질식, 즉 목이 눌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숨졌는데 이를 두고 백씨는 "아내가 혼자 욕조에 넘어져 목이 졸리는 '이상자세'에 의해 질식사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목 부위의 피부까짐 ▲오른목 근육 속 출혈 등의 부견 소검은 "반드시 타인의 손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사망 원인인 질식상태가 이상자세가 아닌 다른 원인, 즉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른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액사에서만 특유하게 발생되는 소견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BestNocut_R]재판부는 특히 "임신 중인 여성 5%가 실신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와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의 병력, 그리고 사망시기가 한겨울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실신하거나 낙상을 입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입은 머리 부위의 충격과 무력감 등으로 목 부위가 눌리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질식사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사망시각 및 범행 동기도 "입증 충분치 않아"

사망시각 추정에 따른 정황 증거 판단도 달랐다. 앞서 2심 재판부는 "검안의의 소견을 보면 박 씨의 사망 시각은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라며 "피고인이 오전 6시 41분에 집을 나섰고, 아내가 이미 출근을 준비했어야 할 시간대에 화장도 하지 않고 잠옷을 입은 채로 숨진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아내를 살해한 뒤에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평소 기상시각이나 출근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등은 친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등 사망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먼저 집을 나선 이후에 피해자가 출근 준비를 시작하다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의시험을 망친 피고인이 아내와 말다툼 끝에 순간적으로 살해했다'는 범행동기 역시 "부부사이에 다툼의 동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살인의 동기로서는 매우 미약하다"고 판시했다.

◈ 여전히 의심스러운 점은 많지만…

재판부는 다만 원심과 같이 ▲전문의 1차 시험을 마친 백 씨가 평소보다 일찍 도서관으로 갔고 ▲도서관에서 전화를 여러 차례 받지 않았으며 ▲집에 가면서 승강기 안에서 팔의 상처를 확인하고 ▲부인이 연락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도 친구들에게는 전화를 걸면서 부인에게는 전화하지 않은 점 등 피고인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태도와 행적을 보인 사실은 인정했다.

또 결백을 주장하는 백씨가 제기한 사망 원인인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가 아내 박씨의 사체에 대한 부검결과에 나타난 모든 소견을 완벽하게 설명해 준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법원이 재판을 파기환송한 것은 백씨가 아내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긴 하지만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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