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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38. 가명)씨는 영어 유치원 운전기사다.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아이들 5~6명을 태우고 집에서 학원까지 하루 7차례를 왕복한다.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해 시작한 일이었다.
학원과 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 기름 값과 보험료까지 제하면 이 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
하지만 15인승 승합차량으로 아이들 통학을 시키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 씨는 처우가 좋지 않아도 돈이 많지 않아도 마땅히 항변할 길이 없다. 그저 묵묵히 일을 할 뿐이다.
어머니와 할머니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에 최근엔 새벽에 고등학생 통학차량까지 운행하기 시작했다.
"15인승 운행하는 학원 차량이 대부분인데 합법화해서 학원 운전기사 처우가 조금이라도 나으면 다들 두 탕, 세 탕 안 뛰죠. 우리도 사람인데 편하게 일하면 좋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는 거에요."
◈ 현행법상 8~25인승 지입 형태의 학원버스는 모두 불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어린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통학버스는 전국의 어린이집 및 학원 등이 직접 소유한 26인승 이상의 승합차여야만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자신의 차로 학원과 계약을 맺는 지입 형식 자체가 불법이며 8~25인승 승합차량으로도 아이들을 통학시킬 수 없다.
그러나 대형학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규모 어린이집과 학원들은 지입형태로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소규모 학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통학차량이 필요하지만 재정적으로 차량 여러 대를 직접 소유하고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학원 운전기사는“우리가 흔히 보는 8~25인승 노란 학원버스 대부분을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한 학원운전기사들의 발버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집이나 학원 차량 운행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다른 학원, 기업체 셔틀, 주말 여행 가이드까지 많게는 5탕까지 뛰고 있다.
◈ 8~25인승 학원버스, 사고 나면 학생들이 보상받기 어려워 이런 지입 학원차량들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가 났을 때 학생들이 보상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관행상, 업무용 차량으로 분류되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보험처리가 안 되고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유상운송에 해당되므로 보험처리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소송 전문가인 한문철 변호사는 "보험약관을 보면 기간을 정해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보험처리를 해준다고 했지만 그것은 비업무용인 9인승까지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사용한 학원 버스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차량들은 통학버스 자체로 합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어린이 보호차량'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어린이 보호차량은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종합보험이나 유상운송특약에 가입한 뒤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지만 아예 불법인 지입형태의 8~25인승 승합차량은 제외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차량의 외관 색깔은 노란색이었지만 내부엔 어린이용 좌석과 안전띠가 없다. 차량의 앞뒤에도 각각 2개의 적색표시등과 황색표시등이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달지 않았다.
어린이의 안전 외에 학원운전 기사의 처우 개선도 절실하다.
영어 학원 운전기사 조동진(40.가명)씨는 “학원에서 매달 월급을 줘야 하는데 학원 사정이 좋지 않다며 한 달 건너 월급을 준 적이 있었지만 우리 운행 자체가 불법이라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명 ‘달 뛰기’로, 채용하고 초반 3~4달쯤에는 월급을 꼬박 꼬박 주다 그 이후는 한 달을 건너뛰고 월급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계약서까지 없이 구두로 학원에 채용된 운전기사는 학원에서 언제 그만둘지 기약이 없다. [BestNocut_R]
그만두라는 말한마디에 언제든지 그만둬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전국 수 천 대의 어린이집, 학원 차량들은 오늘도 불법의 딱지를 안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