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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도가니 신드롬…마냥 좋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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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예상 못한 도가니 신드롬…마냥 좋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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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가니' 감독 황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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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가니'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화 관람에 동참했고, 정치계 유력 인사는 물론 법조계, 경찰 수뇌부 등 각계각층의 발걸음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히 영화 흥행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초래한 유례 없는 '도가니'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이 같은 파급을 예상이나 했을까. 황 감독은 노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파급이 있길 바랬으나 지금과 같은 신드롬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금의 이 관심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잠깐은 기분이 좋았다. 트위터 반응도 좋고, 언론에서도 호평을 보내줬다. '영화를 못 만들진 않았구나'란 안도를 했다. 그런데 개봉 1주일도 채 안되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두려운 마음이 생겨났다. 너무 빨리 달아오르는 일들이 빨리 식기도 하고, 부작용을 남기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문제를 제기하면 결국 파장을 일으킨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

    사실 '도가니' 속 사건은 방송에서 수차례 다뤄졌고, 원작 소설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즉, '도가니' 속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유독 왜 이번에 폭발적인 반응일까.

    황 감독은 "사건 보도나 문자 매체로 된 소설보다 극 영화 형식을 띈 영상매체의 특성상 그 충격이나 자극이 훨씬 강한 것 같다"며 "실제로 일어났던 아동성폭행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흔히 접했던 것들이고, 그것을 보면서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다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성토가 이어졌고,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 일명 '도가니법' 제정 움직임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 마련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역시 황 감독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황 감독은 "법 개정까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영화를 잘 만들어서 흥행이 된다면 공감의 목소리나 나오게 될거라 생각했다.그리고 그 목소리에 세상이 움직이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세상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의아해했다.

    ■ 원작과 영화 그리고 공지영 작가

    '도가니'는 알려진대로 공유가 직접 영화화를 추진했지만 그에 앞서 공지영 작가가 먼저 실제 사건을 소설로 옮겼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황 감독은 "저한테 실제 사건을 취재해서 영화화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것 같다. 그럴 용기는 없다"며 "공 작가가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황 감독이 '도가니'를 영화화하는데 있어 공 작가의 존재는 든든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부담과 압박이었다.

    황 감독은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입장에선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공 작가께서 '이런 부분은 살렸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할 줄 알았는데 한마디로 안하시더라. 소설과 영화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신 듯 보였다"고 감사해했다.

    또 그는 "시사회 후 공 작가가 '소설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만든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분명 소설이 하지 못했던 일을 '도가니'는 해 냈다.

    황 감독은 "공 작가도 집필하면서 재밌게 잘 써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해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했다더라.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음에도 그렇게까진 안됐다.

    그래서 영화화를 바랬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지금의 현상에 대해 결과적으로 기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원작 소설의 각색 "만만치 않더라"

    황 감독은 연출과 각색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원작을 접했다.

    그리고 1주일 만에 원작을 겨우 읽은 뒤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답을 못드리겠다"고 제작사 측에 전했다.

    기다리지 못한다면 다른 감독을 찾아봐도 좋다는 말과 함께.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소설이 영화를 위해 쓰여진 것처럼 비주얼적이고, 너무 좋았단다.

    만들어 보고 싶은 이미지가 많았다고. 하지만 소설이 담고 있는 사건이 너무 끔찍했고, 과연 할 수 있을까란 걱정 때문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황 감독은 "'집행유예란 가벼운 판결이 내려진 순간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찼다'는 기사를 읽는 순간 준비하던 작품을 덮고, 이 작품에 뛰어 들었다는 공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며 "영화로 만들어서 다시 알리는 게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각색 작업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각색이란 게 만만치 않더라. 소설을 다 다룰 수도 없고, 보여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목적이 분명해야 했다. 이 사건을 알리는 것과 이 사건이 축소 은폐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한국사회의 부조리, 두 가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의도를 전했다.

    다음으론 소설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강인호(공유), 서유진(정유미)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다.

    결과적으로 공유는 강인호 역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고,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지만 사실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황 감독은 "소설 속 인호는 아내와 딸이 있는데 공유를 생각했을 때 어울리지 않더라"며 "약혼자, 신혼부부, 오래된 애인 등 여러 설정을 두고 고민하다가 어머니와 딸이 있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또 그는 "유진 역시 소설에선 사연이 많다. 고민 끝에 당차고 꿋꿋한 소설 속 이미지만 가져왔다"고 밝혔다.

    특히 정유미의 캐릭터 설정은 투자가 결정된 후에 바꿨다. 자칫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 마지막 한 수가 결과적으로 빛을 발했다.

    황 감독은 "인물을 단순화 시켰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선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라며 "유미씨가 해서 단순한 느낌을 넘어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 영화적 기교를 덜어낸 게 오히려 더 영화적

    황동혁 감독의 전작 '마이파더'는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기교들이 다수 존재했고, 이를 통해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도가니'는 그런 영화적 기교를 배제했다. 담담한 시선으로 사건을 목도한다. 그럼에도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막을 순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적 기교를 덜어낸 것이 오히려 더 영화적으로 탈바꿈된 셈이다.

    황 감독은 "이미 벌어졌던 일들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기만 해도 충분히 감정이 전달될거라 믿었다"며 "배우는 울지 않는데 관객은 우는,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밑바닥 감정을 끌어내려는 게 보이는 순간 더 가짜로 보일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충격적인 사건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이번 국정 감사에서도 아역 배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황 감독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촬영하기전부터도 고민이었다. 당연한 문제제기"라면서도 "그럼 진작에 제대로 마련해주시지 하는 생각이 한편으론 들었다"고 항변했다.

    "미국에선 아역 배우가 나오면 관리 감독하는 사람을 꼭 현장에 둬야 한다. 또 아동에 대한 노동시간에 대한 규정도 정해져 있다. 이 역시 아직 국내엔 없다. 제작진의 도의적 책임으로만 방치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걱정하는 것 같다. 여튼 지금이라도 마련됐으면 좋겠다."

    모든 면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18세 관람가 등급'은 아쉽다. 15세 관람가 재개봉도 추진 했지만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황 감독은 "15세 관람가에 맞도록 편집은 해 놨다"며 "그런데 파장이 커지다 보니 그거 수습하는데 정신 없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장면 장면은 자극적이지 않은데 상황 상황이 합쳐지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교육적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도가니'는 이미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영화 때문에 세상이 바뀔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게 세상이란걸 살아오면서 느꼈다. 다만 영화 마지막에 인호가 지하철 역을 걸어가다가 '무진시를 홍보하는 광고판' 앞에 멈춰선다. 결국 다시 갈길을 가겠지만 잠시 멈춰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런 마음이 쌓인다면 언젠가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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