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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13개월 아기가 전신마취 수술만 일곱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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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병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 조현준 군
    "얼마나 아팠을까요… 제발 이번 수술이 마지막이기를 바랍니다" 엄마 오열

    ㄷㄷㄷ

     

    이제 겨우 생후 13개월인 조현준(2)군은 정상아에 비해 머리 둘레가 1.5배나 될 정도로 부풀어 있다.

    또래 아이들의 평균 몸무게가 10kg을 웃돌지만 현준이는 기껏 갓 2개월 아가들의 평균 몸무게인 4.5∼5kg이다. 희귀병인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탓에 뇌 척수액이 뇌로 가지 못하고 척수와 뇌 사이의 빈 공간에 쌓이면서 머리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현준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당시 이미 뇌 기형이 발견돼 태어난 직후 검사에서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 확진을 받았다.

    출생 당시에는 소뇌의 일부분이 뇌를 감싸고 있는 뼈 밖으로 돌출되는 뇌류 현상 때문에 출생 13일 만에 중추신경계 기형 수술을 받았고, 이후 뇌압을 낮추기 위한 단락술-측로조성술, 뇌내시경술, 혈종제거술을 비롯해 총 7차례의 뇌수술을 받았다.

    불과 세상에 나온 지 13개월 밖에 안되는 아이의 몸으로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7차례나 단행한 것이다.

    취재진이 희망샘 인터뷰를 위해 고대 안산병원을 방문한 지난 26일 현준이는 중환자실에서 성인 환자들과 함께 병상 위에 누워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머리와 앙상하게 말라 뼈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가냘파진 팔, 다리가 눈에 띄었다.

    돌이 지난 또래 아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엄마"라고 또렷이 말하며 한창 재롱을 부릴 때지만 현준이는 태어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고대 안산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과 입원실, 중환자실서 보내고 있다.

    또 한 차례의 뇌수술을 앞둔 현준이가 일반 병실이 아닌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탓에 하루에 한 번씩 면회 시간 동안만 아이를 만날 수 있는 현준이 어머니 이민영(31)씨는 "아직 현준이의 백일잔치와 돌잔치를 해주지 못했어요. 그게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말을 꺼냈다.

    "현준이가 너무 앙상하게 말라서 가슴 아프지만 한 번 웃어 주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힘이 나요. 지금 한창 예쁨을 받을 때인데 주위에서 아이를 포기하라는 말을 하면 너무 안타깝죠. 저 어린 것이 어른도 못 견딘다는 대수술을 7번이나 견뎌 가면서 살아주고 있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겠어요."

    사실 현준이에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명의 형이 있었다. 현준이는 지난해 5월 19일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현준이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뇌기형 증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쌍둥이 형인 태준이는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다. 하지만 출생 6개월 후 갑작스러운 패혈증 증상으로 입원한지 이틀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민영씨는 "현준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을 때 쌍둥이 형인 태준이마저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그 아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현준이만 아플 때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덜 힘들었는데 이제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진다"고 했다.

    힘든 뇌수술을 7차례나 하고 뇌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인 폐렴과 탈장 수술 등을 받으면서 현준이는 위험한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뇌수술로 인한 호흡기 장애로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 이민영씨는 엠부를 들고 현준이의 입에 짜주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하루에 한 차례 이상은 겨우 먹은 분유를 토하기 마련이어서 집에서 치료할 때는 석션도 어머니가 직접 해줘야 한다.

    이씨는 "현준이는 무호흡 상태가 잘 오기에 발에 센서를 달고 있어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신호음이 나면서 알려 주거든요. 어느 날 제가 깜박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센서음이 '띠띠띠'하고 크게 울리더라고요. 달려가 보니 무호흡 상태를 지나서 다시 호흡 상태가 된 거예요. 까딱 잘못했으면 현준이를 떠나보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 때 이 어린 것이 살겠다고 발버둥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발 쌍둥이 형 태준이 몫까지 현준이가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현준이의 오랜 투병 생활 때문에 발생한 병원비는 벌써 2,000만원에 달한다. 현준이 아버지 조인수(34)씨가 회사에서 지급받는 월급 만으로 현준이의 병원비를 충당하기란 많이 버거운 상태다.

    현준이가 앓고 있는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의 세 가지 문제 중 우선 뇌가 뼈 밖으로 돌출된 상태의 뇌류 증상은 첫 수술에서 성공적으로 봉합이 됐고 두 번째 문제였던 소뇌의 일부분이 척추 쪽으로 내려 와 있던 상태는 후두부의 두개골 절개술로 해결이 됐지만 뇌척수액의 순환로가 일부 막혀 뇌척수액이 두개강이나 척추강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뇌수두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준이의 주치의인 고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상대 교수는 "현준이의 경우 태어날 때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 증상 중에서도 중증에 해당했다. 하지만 매우 고난이도의 수술을 7차례나 하면서 현재 머리의 염증이나 호흡 장애 등인 모두 해결된 상태다. 소뇌가 탈출한 상태인 뇌류와 소뇌가 척추 아래로 쳐진 기형 증상 등은 모두 해소가 됐다. 현재는 뇌수두증의 해결을 위해 단락술을 시행해야 하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뇌수두증만 해결이 되면 현준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신경계 질환은 의학적으로 해결된다"며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은 생존률이 높지 않은 위험한 질환이다. 폐렴이나 합병증으로 죽는 경우도 많은데 현준이는 부모님의 꾸준한 애착과 돌봄 속에서 매우 잘 견뎌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예전 같으면 신경계 질환이 있는 경우 포기를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많은 발달이 있었고 끝까지 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심한 선천적 신경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간의 인지 기능이나 지적 장애나 운동기능의 장애는 있을 수 있겠지만 성인과 달리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는 길 가는 쌍둥이들만 봐도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고 했다.

    현준이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함께 돌 잔치를 해주려고 했던 둘째 아이 태준이를 먼저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이씨의 집에는 큰 아들 승준이를 비롯해 둘째 태준이, 그리고 막내 현준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 딱 한 장 있다.

    이씨는 "현준이가 집에 퇴원했을 때 세 아들을 모아 놓고 찍은 사진이 딱 한 장 있어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모두 모아 놓고 찍은 거예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한 편으로는 좋아요. 지금 아이 아빠가 회사 때문에 지방에 있어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데 우리 네 가족 모두 함께 모여서 지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어머니 이씨가 현준이에게 소박하게 바라는 것들을 한 가지씩 나열하는데 그 말이 오히려 취재진의 가슴을 쳤다.

    "현준이가 정상아들과 똑같아지는 것은 차마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분유 말고 밥이라도 먹을 수 있기를, 호흡만이라도 산소(가정용 호흡기) 없이 혼자서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현준이가 일곱 차례 뇌수술을 받을 동안 수술 뒤에 한 번도 진통제를 맞은 적이 없어요. 아기에게는 진통제를 투여할 수가 없대요. 뇌수술 상처가 아물 동안 이 어린 것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제발 이번 수술이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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