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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노인들이 몰려 온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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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스타벅스에 노인들이 몰려 온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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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층의 신풍속도…눈칫밥에도 카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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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 3가의 한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은 여느 지점과 달랐다.

    젊은이들 대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로 북적였다. 평균 연령이 다른 지점에 비해 수십 년은 높아 보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일부는 홀로 앉아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종로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거리'인 압구정동 카페 거리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분위기 망치고 주문 않고 자리만 차지"…눈엣가시 노인들

    하지만 업주들에게 이들 노인들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일 뿐이었다.

    종로3가의 한 커피전문점 매니저 하 모(26·여)씨는 "노인들이 카페 분위기를 망친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안 시킨 걸 알고 주문하셨냐고 물어보면 ‘이미 주문했다’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 다른 손님에게 민폐를 끼친다"며 "심한 경우 경찰을 부르겠다고 해 밖으로 내보낸 경우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인근의 베이커리 카페 아르바이트생 전 모(26·여)씨도 "주문도 안 하고 4~5시간을 버티는 노인들이 영업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후 3시쯤 종로3가 맥도널드 2층 전체 12개 테이블 가운데 6개를 차지하고 있던 노인들 20여명 앞에는 아이스크림 3개와 커피 두 잔만이 놓여 있었다.

    ◈ 젊은이들 이해하기 위해, 난 아직 젊어…카페 찾는 이유 가지 각색

    이렇게 업주들의 좋지 않은 눈초리에도 노인들이 카페에 머무르는 건 '세대간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종로3가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오정희(78) 할머니는 "소통이 어려운 자식과 손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젊은이들이 많은 이곳을 찾아 옆에 앉기라도 하면 대화도 시도한다"고 말했다.

    따로 살고 있는 손자들과 가끔씩 마주하면 가치관이 달라 자꾸 꾸짖고 싶을 때가 많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종로3가 맥도널드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던 안영길(67) 할아버지는 "나이 70살도 어려 담배 심부름을 해야한다"며 노인정에 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안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다방을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같은 교통도 좋고 찾기 쉬운 공간이 많아져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정무근(69) 할아버지는 다방에 가는 것이 "내 자신이 노인처럼 느껴져 잘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 할아버지는 "내 마음은 아직 젊다"면서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자신을 만족해 했다.

    ◈ 저렴한 가격도 노인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

    노인들이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커피전문점이더라도 가장 싼 메뉴는 3천원 이내로 해결할 수 있고 굳이 시키지 않아도 노골적으로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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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영(70) 할아버지는 "일단 여기는 찻값이 싸다"면서 "다방이나 호텔 같은 곳은 자꾸 와서 차 먹으라고 들이대는 게 싫더라"며 카페 예찬론을 펼쳤다.

    호텔 커피숍은 커피 한 잔에 만원이 훌쩍 넘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다방은 노인네 냄새가 나 가기 싫다고 했다.

    오재호(68) 할아버지도 "다방에 가면 5천원이든 6천원이든 먹어야 하지만 여기는 당장 뭔가를 시키라는 소리를 안 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 할 일 없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의 현주소

    이렇게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인식됐던 카페로 향하는 것은 그들만의 문화 시설이 부족하고 그나마 존재하는 곳도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나이는 비록 환갑이 훌쩍 넘었다고 해도 몸을 움직이고 문화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이 욕구를 채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종로 허리우드 극장 실버영화관에서 만난 차수자(71) 할머니는 "영화표가 2,000원으로 싼 이 곳을 이용하기 위해 차만 3번을 갈아탄다"고 말했다.

    하지만 좌석이 300석 뿐이고 위치도 수석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아 많은 노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주위 사람의 소개로 서울 노인복지회관에 다니는 주보명 할머니(71)는 "노인복지회관도 돈이 있어야 다니는 곳"이라고 말한다.

    손자들과 소통을 위해서든 경제적인 문제에서든 마땅히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새롭게 발견한 쉼터가 서구식 카페지만 여기에도 이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공간인 스타벅스를 점령한 노인들. 고령화 시대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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