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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년별로 돌아가며 줄빠따"…끊이지 않는 체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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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대 폭력, 꼭 필요한가①] 공포의 집합…"무조건 맞아야"

    최근 경기도 화성과 용인의 한 체대에서 조교와 선배들이 후배를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는 운동을 하는 체대 학생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돼버린지 오래다. 선배에게 맞고 또 다시 후배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악순환의 고리. CBS노컷뉴스는 대학내 폭력실태와 함께 대안을 3회에 걸쳐 집중취재했다. [편집자 주]

    1. '줄빠따의 공포'…체대 폭력, 그 실상은?

    2. '기강 잡는데 구타는 필수?'…폭력, 꼭 필요한가
    3. "중·고생들도 보장받는 인권, 대학생도 보장돼야"

    ㄴㄴ

     

    "학기 초가 시작되는 3월 2일 위에서부터 소위 '줄빠따'가 내려옵니다. 운동하고 체육관 올라가면 4학년이 빠따로 한명씩 칩니다. 4학년이 다 때리고 기숙사 올라가면 3학년이 다시 때리고요. '형식적이니까 그냥 맞아라'고 해요." -김태권(27.남.가명. 운동경력 11년. 현재 운동 그만둠)

    "4학년 형들이 야간에 체육관으로 다 집합하라고 하고 대가리 박아를 시켰어요. 그러면서 셔터 문을 닫았거든요. 2~3시간 하다가 한 후배가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나봐요. 그 친구가 진짜 못하겠다고 울더니 셔터를 올리고 도망가 버렸어요." -김농구(26.남.가명. 운동 경력 10년. 현재 운동 그만둠)

    최근 경기도 화성과 용인의 한 체대에서 조교와 선배들이 후배를 폭행하는 장면이 보도돼 물의를 빚은 가운데 체육대학 등을 중심으로 학생 폭행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CBS가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2010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생활 중 구타와 기합, 욕설 등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는 학생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서울.경기지역 체육 관련 소속 학과 학생 643명(남 507명, 여 1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구타의 경우 한 차례도 맞은 적 없다는 학생이 절반이었지만, 한 달에 1~2번 당한다는 학생이 97명(15.1%), 1주일에 3~4번이 18명(2.8%)이었다. 매일 맞는다는 학생들도 8명(1.2%)이나 됐다.

    기합을 받는 학생들은 더 많았다. 33.7%에 달하는 217명이 한 달에 1~2번 기합을 받는다고 답했고, 일주일에 많게는 4번까지 기합을 받는다는 학생도 134(20.8%)명에 이르렀다.

    문제는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고등학생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폭력이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전체 학생 중 20.2%인 130명이 고등학생 때보다 대학생이 되고 구타가 더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기합의 경우도 37.5%인 241명의 학생이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인식했다.

    또한 절반이 넘는 55.6%의 학생이 고등학생 때보다 외박과 자유시간, 외출 등에 제한을 더 받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정도가 덜해졌다'고 말한 학생은 10.9%(70명)에 그쳤다.

    ◈ 구타 행위자는 '선배' 구타 이유는 '군기 잡기' =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자는 선배가 8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다음으로는 코치(22.8%), 감독(8.9%) 순이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폭력은 주로 합숙소와 체육관 같은 외부의 접근이 통제된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폭력 발생 장소로 합숙소가 전체 중 69.4%로 1위였고 훈련 장소가 2위로 35.7%였다. 그 밖에 한적한 곳(26.9%)이나 라커룸(18%)에서도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훈련 태도가 나쁘거나 규율을 잡기 위해서'가 69.8%가 가장 높았고 정신력, 팀워크 향상을 위해서가 39.2%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자기 기분에 의해서'가 37%, '힘을 과시하기 위해'도 10.7%로 나타나 감정에 의한 개인적인 폭력도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이렇게 맞느니 차라리 군대 갈래" = 현재 체육 관련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어느 학교든 체대 내 폭력은 100% 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체대 학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체대 학생들은 다 맞는다"며 "체대는 으레 맞는 곳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우리도 감안하고 들어왔고 맞는 것에 두려움이 적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집합'을 통해 체벌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불시에 이뤄진 집합에서 학생이 많이 오지 않거나 선배들 기분이 나쁘면 어김없이 맞는다"면서 "어쩔 때는 도구 없이 때리고 주먹으로도 맞아봤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내 모 체대를 나온 한 졸업생은 "학교 다닐 때 집합과 구타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며 "학교 이름만 들어도 싫어 그쪽으로는 인연을 끊고 산다"고 진절머리를 쳤다.

    [BestNocut_R]그는 "집합에 빠진 애들만 골라 속칭 '빠따'를 치는 게 비일비재하다"며 "대학생이고 성인인데 강제로 모인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조교로부터 폭행을 당해 목 부위를 크게 다쳐 6시간 수술을 한 홍 모(27)씨는 "인사를 똑바로 하라는 이유로 맞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체대는 거의 다 폭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친구들끼리도 '이렇게 맞느니 차라리 군대 가는 게 낫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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