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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쫓긴 학생들…카이스트 사태, 곳곳에 징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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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쉴새없이 쫓긴 학생들…카이스트 사태, 곳곳에 징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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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학 "학생 96% 징벌적 등록금 반대…학생 생존권 위협" 경고에도 귀 막은 대학

     

    건물은 무너지기 전에 반드시 그 징후를 나타낸다.

    카이스트에도 징후는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의 불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호소했고 교수들 역시 서남표 총장의 개혁 정책에 반발, 갈등을 빚는 등 지난 수 년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곳곳에서 균열의 징후가 있었다.

    특히 이번 자살 사태의 발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징벌적 등록금의 폐해에 대해 학생들이 수 차례 경고했지만 언론과 대학 등 사회는 개혁을 앞세운 서 총장의 ‘입’에만 귀를 귀울일 뿐 학생들의 절규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징벌적 등록금은 학생 생존권 위협하는 것”

    카이스트 총학은 이번 자살 사태가 빚어지기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3월 초 수업료 폐지 및 인하를 위한 총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학부생 4000여명 가운데 2800여명이 참여한 이 선거에서 96%인 2680명이 폐지 혹은 인하에 찬성했다. [BestNocut_R]

    당시 총학은 “이번 투표는 지난 2006년 서 총장 취임 뒤 학생들에게 자극을 준다는 명목아래 책정된 수업료에 대한 것”이라며 “직전 학기 평점 3.0 이하 학생들에게 서울대나 포스텍의 2배를 넘는 1500여만원의 수업료를 부과하는 것은 학우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총학은 이에 앞선 2009년 10월에도 등록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조사에서 응답자 74%는 평균 42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학점당 15만원으로 인근 충남대보다 7배나 비싼 계절학기 수업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2학년 재학생 643명 가운데 평점 3.0 이하를 받은 211명에게 모두 4억7000여만원의 1학기 수업료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매 학기 수 억원의 등록금을 부담토록 조치한 뒤 나온 설문 결과였다.

    결국 “(징벌적 등록금은) 학우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총학의 주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현실이 됐다.

    ◈불안한 미래…쉴 틈 없이 쫓기기만 한 학생들

    학생들의 고민은 또 있었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이 지난해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80명 가운데 45%인 120여명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앞서 2009년 5월에는 학부 총학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공계 현실을 묻는 설문에서는 10명 중 7명이 이공계의 불확실한 미래를 이유로 의사나 판사, 공무원 등으로의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2월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문화행사에 목마르다’고 답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징벌적 등록금을 둘러싼 경제적 부담과 뒤쳐진다는 정신적 부담에 쫓기는 학생들에게 잠시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은 카이스트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이 대학 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게 이 즈음이었다.

    ◈일부 교수들도 서남표식 개혁에 반발

    서 총장은 지난해 7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보다 1년여 앞서 카이스트 교수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2009년 8월 교수협이 450여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서 총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질문에 답한 140명 가운데 54명이 찬성을, 63명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가 서 총장의 개혁 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앞선 2008년 모 학과 소속 교수 4명이 한꺼번에 다른 대학으로 이직했을 당시 학내에서는 서 총장의 개혁 작업에 대한 반발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귀 막은 대학에 답답한 학생들…극단적 선택으로

    2006년 7월 서남표 총장 취임 이 후 대학 내부에서는 이 처럼 많은 ‘징후’들이 목격됐다.

    하지만 대학 측의 대책이나 소통은 없었다.

    지난 11일 총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총학은 “제도 도입 이전인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학교 측은 변화를 위한 어떠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교수들 역시 총장 뜻이 워낙 확고해 어쩔 수 없다거나 자신들의 영면직 심사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노력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장학금과 관련해서도 시행 뒤 학생들의 불만 등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학생들의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경감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행사나 동아리 활동의 경우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보다 많은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이스트에서는 올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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