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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던 송아지가 구제역에"…살처분 '충격' 학생들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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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같이 살던 송아지가 구제역에"…살처분 '충격' 학생들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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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 앞둔 각급 학교, 아이들 심리 상담 프로그램 '절실'…"방역·교육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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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에 사는 중학생 민지(가명·15)는 방학 중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집에서 키우던 돼지 수백 마리가 살처분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민지 담임선생님은 "15살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접한 '죽음', 특히 집에서 함께 살던 돼지 수백 마리가 집단으로 죽는 모습에 민지가 많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의 한 학교는 전교생 18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개학을 하고도 등교를 하지 않았다. 구제역 피해에 따라 집안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사는 "등교를 하지 못한 학생들도 또 등교를 한 학생들도 구제역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곧바로 봄 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 학생들 '살처분' 충격

    구제역 '죽음'에 따른 어린 학생들의 정서적 상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매몰지가 없는 경우에는 축사 지하에도 가축들을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이나 수의사 뿐 아니라 이를 지켜 본 아이들의 정서적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지역 아동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의 경우 집에서 기르던 가축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아이들이 살처분 광경이나 혹은 살처분 소식을 접할 경우 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 "상담·치료 프로그램 마련해야"

    살처분을 목격한 학생들의 상담과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세명 심리 치료사는 "기르던 가축들을 왜 살처분하고 또 왜 집 인근에 묻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예술치료 교육연구소 오선미 교수는 "보이지 않는 이유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살던 많은 가축들이 죽음에 이르면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과 공포가 심해졌을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나의 부모조차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신뢰상실과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어 "해당 지역 학생들에 대한 면접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 뒤 심리 치료나 교육 등을 통해 이 같은 불안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방역과 정서 상담교육 병행해야"

    하지만 교육청 등 관계기관은 구제역 농가 학생들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방역과 확산방지'에 주력하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방역과 함께 학생들의 정서적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구제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 주 개학과 함께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estNocut_R]

    소세명 치료사는 "아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마음의 상처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고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상담 등을 통해 피해가 확인될 경우 이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해 각급 학교에 보급해 방역활동과 함께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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