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월 27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서울 동성고등학교 김행수 교사
학교사진
▶정관용>이번에는 체벌금지문제 살펴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체벌금지를 선언한 이후에 체벌을 둘러싼 교육계의 찬반논란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상태인데요.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쪽으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간접처벌 허용방침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요.
오늘은 우려의 입장을 갖고 계신 서울 동성고등학교 김행수 선생님 연결해서 의견 한번 들어봅니다. 김행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행수>네. 안녕하세요.
▶정관용>예.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간접체벌이라고 하는 게 보도에 의하면 팔굽혀펴기, 운동장돌기, 뜀뛰기, 이렇게 돼 있죠?
▷김행수>그를 포함해서 학교에서 정하도록 그렇게 돼 있죠.
▶정관용>예를 들면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행수>제일 흔한 게 오리걸음이라든지, 아니면 어깨 걸고 앉았다 일어나. 60년대, 70년대 군대에서 했던 그런 것들을 다 포함해서 소위 매나 신체를 가지고 직접 때리는 것 외에는 모든 것들을 다 간접처벌로 규정을 하는 거죠.
▶정관용>손들고 서 있기, 이런 것도 해당 되겠죠?
▷김행수>그렇죠. 당연히 포함되는 거죠.
▶정관용>자, 그런데 간접처벌에 대해서도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과 이것도 안 된다는 입장이 갈리고 있는데 김 선생님은 이것도 문제 있다. 이런 거죠?
▷김행수>그렇죠.
▶정관용>왜 그렇습니까?
▷김행수>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으로 협박해서 통제를 하려고 한다는 입장에서는 본질적으로 직접체벌과 간접체벌이라는 게 차이가 없다는 거고요. 그리고 간접체벌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운동장을 100바퀴 돌리는 것도 당연히 간접체벌이잖아요. 허용이 돼야 되고 매를 가지고 한 대 때리는 것은 허용이 안 된다. 이런 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정관용>100바퀴가 훨씬 더 힘들죠, 사실.
▷김행수>훨씬 더.... 학생에 따라서는 팔굽혀펴기를 해도 50개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학생이 있고, 예를 들면 운동부 같은 친구들은,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튼튼한 친구들은 그런데. 팔굽혀펴기 다섯 개만 해도 신체에 심각하게 무리가 오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간접체벌을 허용하면 그런 개인적인 차이를, 학생의 특성을 전혀 반영할 수 없어서 그로 인해서 무슨 문제가 생긴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거든요.
▶정관용>그러니까 신체적 고통을 가한다는 점에서 직접체벌, 간접체벌 똑같다.
▷김행수>그렇죠. 본질적으로 같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학생에 따라 아까 말씀처럼 간접체벌이 훨씬 더 심각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에) 모멸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정관용>우리 김행수 선생님은 그러면 전혀 매를 들거나 벌을 세우는 거 이런 거 안 하세요?
▷김행수>안 하려고 하죠.
▶정관용>안 하려고 한다?
▷김행수>안 하려고 하고 제가 10년이 넘게 교사를 하다 보니 지금으로 봐서 간접체벌에 해당되는, 예를 들면 “교실 뒤에 가서 서 있어”라든지 “복도에 나가서 반성하고 있어.” 이런 것까지 간접체벌이라고 한다 하면 한적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고 그렇게 하죠. 매를 들고 몽둥이로 때리거나 이런 일은 안 합니다.
▶정관용>동성고등학교 전체가 그렇습니까? 아니면 선생님만 그러십니까?
▷김행수>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당연히 교사들 개인적인 교육관이나 이런 차이에 따라서 체벌을 일부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예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렇게 상당히 격차가 있죠.
▶정관용>예. 그런데 김행수 선생님께서는 이제 간접이든 직접이든 아무튼 안 하려고 하고 안 하는 걸 많이 실천하고 계시다 그러셨는데 그런 체벌을 하면 어떤 부작용이나 문제가 있던가요?
▷김행수>체벌의 제일 심각한 문제가 체벌의 내면화, 체벌의 정당화, 이렇게 해서요. 무슨 말씀이냐 하면 내가 잘못을 했는데 매를 한 대 맞으면 학생들은 그걸로 자기 죄가 사해졌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통계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어린 시절에 가정폭력에 시달린 친구들이 커서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내면화시켜서 똑같이 가정폭력을 행하고 또 다른 사람들이 폭행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 “맞을 만하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라고 정당화시키는 거죠. 사회적으로 폭력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거라고 보거든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전경들 체벌 이런 문제도.
▶정관용>전·의경 구타.
▷김행수>그렇죠. 자기들이 이등병 때 그렇게 당했고 그것 때문에 질서가 유지되었다고 스스로를 내면화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자기가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고 이렇게 하면 자기들이 당했듯이 당연히 밑의 애들도 그렇게 해야 질서가 유지되고 군대가 유지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거든요.
학교도 똑같은 거예요. 학생들도 어린 시절에 매를 맞고 크거나 체벌을 당해서 그렇게 큰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도 매를 맞고 폭력을 당해야만 질서가 유지되고 사회가 유지가 된다고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내면화시키는 거죠.
▶정관용>폭력의 정당화, 내면화,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김행수>네.
▶정관용>그런데 이제 체벌금지방안 이런 게 나오면서부터 교육계에서 논란이 뜨거운 이유의 핵심은 이렇게 되면 학생들 통제가 어렵다. 특히 좀 문제 있는 학생들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다수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 이런 논리 아닙니까?
▷김행수>당연히 그런 면도 일면 설득력이 있어요. 그게 흔히 말하는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거나 소위 말하는 교육풍토가 결과만을 중시하고 과정을 별로 중요하지 않고 성적 올리는 것만 최선의 결과로 생각을 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 당연히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문제학생들, 일탈학생들을 제재를 해야 소위 말하는 선의의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다. 이런 논리를 펴시는 게 있는데요.
일면 정당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전체주의적인 생각인 게요. 이런 거죠.
예를 들면 어느 사회에, 흔히 말하면 사회의 범죄자, 도둑놈 이런 사람들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당연히 어떤 사람이 나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나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 자리에서 즉각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 그걸 막을 수 있다. 이런 거잖아요.
그 자리에서 직접 그 순간에 이렇게 해야 된다는 건데 그건 소위 말하는 법치주의가 없던 전근대적인 시대나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면 내가 그전에 경찰이나 공권력에 상관없이 당장 갚아 주고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어야 그렇게 사회가 허용을 해야 그래야 폭력이 없어진다는 논리하고 똑같은 거거든요.
▶정관용>즉각적 응보의 논리다.
▷김행수>그것은 전근대적인 봉건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논리지. 지금 현대사회에서 즉각적 응보를 정당화하는 그런 법률이나 이런 건 있을 수가 없는 거잖아요. 당연히 그 사람에 대해서 항변권도 주고 소위 말해 제삼자가 객관적인 조사 이런 걸 거쳐서 사실이 확정된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거나 징계를 가할 수 있는 거지.
▶정관용>그게 근대화된 거죠.
▷김행수>눈앞에서 쟤가 잘못을 하는 거 같다고 해서 바로 선생님 앞에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혼란스러워지고요. 아까 말씀했던 폭력의 정당화, 이게 전사회적으로 저는 그렇게 될 위험이 굉장히 많다고 봐요.
▶정관용>잘못을 한 문제학생,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라 하더라도 이른바 형사사법체계와 같은 방식으로 즉각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절차를 밟아서 그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묻도록 하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
▷김행수>당연히 제재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봅니다. 불러서 상담도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확인도 하고 그렇게 해서 이 친구가 징계를 받아야 되거나 이런 게 확정이 되면 절차에 따라서 징계를 줄 수도 있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지. 그런 걸 확인하지도 않고 눈앞에 보이는 그 자리에서 바로 즉각적으로 형벌을 가한다고 하는 것은 이건 근대 우리 인권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관용>그 논리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또 이 이후에 학생들이, 지금 뭐 이런 학생, 저런 학생, 여러 종류가 있겠습니다만 선생님을 놀리고 조롱한다든지. 그렇게 하면서 “선생님, 우리 못 때리잖아요.” 이런 식으로 하는 그런 학생들도 늘어났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건 어떻게 보세요?
▷김행수>그러니까 체벌금지 때문에 교권이 실추되고 학교가 혼란스러워졌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그게 거꾸로 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체벌로 인해서 생기는 이런 저런 문제들이 수면 아래 묻어 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 체벌금지라는 선언이 나온 거지 체벌금지선언 때문에 학교가 혼란스러워졌다고 보는 것을 잘못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면 작년에만 해도 서울의 흔히 오장풍 교사, 초등학생 폭행문제로 그 교사가 해임을 당했잖아요. 인천에서도 한 교사 숙제 안 하고 거짓말 한다는 이유로 학생을 심하게 체벌을 해서 그 교사가 징역형을 선고 받고 교직에서 쫓겨난 적이 있거든요. 우리사회에 이런 체벌로 인한 교육계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서 이제 체벌금지선언이라는 게 나온 거지 체벌금지선언 때문에 학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실붕괴니, 교권실추니, 이런 얘기는 10년 전, 2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지. 그게 당장 어제 오늘 나온 체벌금지선언 때문에 나온 얘기가 아니거든요.
▶정관용>네. 실제로 김행수 선생님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신데 학생들 통제가 잘 돼요? 체벌이나 이런 거 전혀 없이도?
▷김행수>대부분의 교사들은 특별한 경우에 불가피한 상황에서 체벌이 허용되고 있던 그 시절에도 체벌을 통해서 학생을 통제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예전에 비해서 훨씬 줄어들었고 줄어들 거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상담, 심리치료, 이런 것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새로운 방법, 더 인권적이고 더 교육적인 방법, 이런 걸 찾으려고 하는 계기로 삼아야 되지. 지금 당장 눈앞에서 체벌을 허용하면 학생통제가 쉬워질 거라고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교육의 본질에도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관용>학생들 스스로 자기들이 뭔가 좀 교칙이나 생활수칙 같은 걸 자기들끼리 서로 정하고 그런 걸 어긴 학생들에 대해서는 자기들끼리 재판과정을 거쳐서 벌칙도 주고 그런 문화는 만들기 어려울까요?
▷김행수>당연히 그런 문화도 만들어야 되는 거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특기 우리 학교와 교육계가 학생들에게 그런 과정을 중요하게 가르치기보다 결과만 중요하게 가르치는, 특히 인권의 개념, 이런 게 거의 없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거든요, 학교가. 그런 상황에서 그냥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안 됐는데 학생들 스스로 교칙을 만들라고 하면 하면 만들어지겠냐. 이런 반론도 당연히 가능한 거거든요.
▶정관용>장기적으로 만들어가야죠.
▷김행수>다 장기적으로. 당연히 초등학생 때부터, 유치원생 때부터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를, 인권의 가치나 나의 인권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된다는 그런 천부적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정관용>예.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어요. 고맙습니다.
▷김행수>네. 감사합니다.
▶정관용>간접체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동성고등학교 김행수 선생님이셨어요. 뉴스 들으시고요. 35분 3부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