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에 적용된 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공익'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국민에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해 주지 못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충의견으로는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이 "'허위' 개념을 법률용어로 사용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부연이나 체계적인 배치가 필요한데도 해당 조항은 그 취지를 명백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기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강국·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허위 통신 자체가 사회적 해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국가가 일률적으로 개입해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기본권 주체로 하여금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표현을 억제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소수의견으로는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이 "해당 조항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국가공공질서 교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며 "특히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는 강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고, 신속하게 교정되기가 매우 어려워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즉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됐으며, 해당 조항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재심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위헌'이라는 당연한 결과를 얻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며 "이번 결정 이후로 더 이상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유언비어 때문에 사회적 혼란을 겪은 상황에서 처벌규정의 공백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하는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고, 국가적·사회적 위험성이 큰 허위사실 유포사범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지난 2008년 인터넷에 외환보유고가 고갈됐다는 등의 허위 글을 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으며, 지난해 5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김모씨도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경찰이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