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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드러나지 않지만 전체 성범죄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암암리에 퍼져있는 것이 바로 친족간 일어나는 성폭력이다.
친아버지나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의 경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을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씻기 힘든 상처를 입고 집을 나선 아이들을 돌봐줄 시설이 없어 이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 아버지, 오빠 피해 집 나섰지만 막막, 정부 지원금은 하루에 3천원 부모가 이혼한 상태에서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A양은 아버지를 고소하고 난 뒤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두번 울어야 했다.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친아버지를 감옥에 보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A양는 겨우 친척집으로 거취를 옮겼지만 눈치가 보여 지내기 힘들다고. 게다가 언제 아버지가 자신을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역시 아버지에게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한 B양의 경우 아버지가 구속되고 남동생과 단 둘이 남게 됐지만 동생은 보호시설에 같이 입소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남동생은 보육원으로 보내져 유일한 혈육과 생이별하는 슬픔까지 떠안게 됐다.
성폭행 피해자를 따뜻하게 보살펴줄 사람은 일차적으로 가족들이다. 하지만 친아버지나 친오빠 등 가족에게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오면서 무방비 상태에 처하게 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피해자 보호시설인 열림터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6명. 모두 친족간에 성폭행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다. 아버지나 오빠를 피해 집을 나섰지만 막상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은 하루에 3천원. 한달에 10만원 남짓한 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직접 밥과 반찬을 해 먹으며 지낸다. 상담소 측의 봉사와 지원이 없으면 학교생활 뿐 아니라 생계를 꾸리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 성폭행 피해아동 시설 서울에 단 1곳, 아이들 대부분 보육원으로 보내져 그나마 이곳에 입소하게 된 청소년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친족간 성범죄의 경우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피해 아동을 위한 전문 시설은 서울에 단 1곳에 불과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BestNocut_R]
열림터 문수경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시설은 서울에 이곳 열림터가 유일하며 전국적으로도 20곳 정도밖에 없어 턱없이 부족하다. 보통 상담소에서 시설을 운영하는데 정부 지원금도 적어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원이 차 시설에도 입소하지 못한 아이들은 일반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육원은 시설도 열악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나 상담이 어려워 성폭행 피해 아동들이 세심하게 보호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믿었던 가족에게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집을 나와서도 이처럼 버려지듯 방치된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최근 친족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전용쉼터 2곳을 만들고 있지만 수요보다 모자랄 뿐 아니라 모두 지역에 위치해 지리적인 한계가 있다. 또 하루 3천원 남짓한 비현실적인 생계비는 복지부에서 예산을 편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수경 활동가는 "성폭행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때마다 정부는 가해자 처벌 등 눈에 띄는 정책들에 집중한다"면서 "정작 피해자가 낙인찍히지 않고 사회인으로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지원책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데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