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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제보자 나타나도 나중에…" 손놓은 경찰, 애타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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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실종 제보자 나타나도 나중에…" 손놓은 경찰, 애타는 부모들

    • 2009-10-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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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수사 문제있다] ① 경찰 대신 전국 떠도는 부모들

    살인, 유괴, 성폭행 등 범죄의 대부분은 '실종'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정책과 관계 부처의 책임 떠넘기기로 가족들의 고통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 CBS는 연속기획을 통해 실종 수사 및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종인 찾기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첫번째 순서로 장기 실종 아동 부모들의 사연을 통해 실종 수사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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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10월 부산 해운대구의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갔다 성불사 근처에서 실종된 모영광(당시 2살)군의 어머니 박혜숙(37)씨는 지난 8월 "영광이를 거제도에서 봤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에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나중에 알아 본다"며 수사를 미뤘다.

    한시가 급하다는 생각에 거제도로 달려가 직접 확인하고 돌아온 박 씨는 "이번에 영광이를 찾지 못한 것보다 더 화가 난 것은 경찰의 성의없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찰의 수사 의지도 약해지고 사건 인수인계가 안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실종아동 부모들의 불만도 크다"고 꼬집었다.

    박 씨는 경찰이나 정부에만 맡겨서는 아이를 찾을 수 없겠다며 다른 실종 부모들과 '실종아동지킴이연대'를 만들어 꾸려가고 있다.

    딸 윤지현(당시 9살)양을 잃은지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은 아버지 윤봉원(48.경기도 오산)씨는 이나은 양, 이용우 군 등 최근 잇따라 죽어 돌아오는 실종 아이들의 소식을 들으면 애가 탄다.

    "내 아이가 혹시 저렇게 되진 않았을까. 안좋은 뉴스를 볼 때마다 눈물 흘린다" 는 윤 씨는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사설 탐정까지 고용해볼까 했지만 비용 때문에 포기하고 본인이 틈틈이 딸을 찾아나서고 있다.

    윤 씨는 "장기로 갈수록 꾸준히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경찰에서는 단서가 없다고 손을 놓고 있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2000년 6월 전남 강진읍에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실종된 김성주 양(당시 9살)의 부모도 경찰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다.

    성주 양이 실종된지 딱 1년 뒤인 2001년 6월 1일 마찬가지로 전남 강진읍에서 초등학교 1학년이던 김하은(8살)양이 하교길에 실종되자 가족들은 동일인의 연쇄 범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은 10년이 다 되도록 강진에서 일어난 연쇄 아동 실종 사건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잡지 못했다.

    성주 양의 어머니 강현숙(49)씨는 "동일범의 소행일지도 모르는데 우리 딸에서 확실히 수사를 했으면 똑같은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연쇄범은 확실한데 경찰도 언제부터인지 손을 놓은 것 같아 대책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이처럼 장기 실종 아동 부모들을 만나본 결과 대부분 경찰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되면서 경찰 대신 전국을 떠돌며 아이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부모들은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돼 쉽게 포기해버리는 실종 수사에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실종아동법이 발효된 2006년 이전에는 경찰이 장기 실종아동에 대한 통계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어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들은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BestNocut_R]

    실종아동지킴이연대 박혜숙 씨는 "장기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서는 관련 노하우와 함께 끈질기게 수사를 진행할 본부가 필요한데도 이를 일선 경찰서에 일괄적으로 맡기면서 잦은 인사이동으로 수사의 맥이 끊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이어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경찰청 차원에서 단 몇 명이라도 장기 실종 수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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