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오늘(12일) 첫 재판으로 시동을 걸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중독성과 유독성이 검증된 담배를 기호식품이라며 진실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주장했고, 담배회사들은 공단이 직접 피해자가 아닌 만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하며 앞으로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담배소송은 개인 차원에서 그동안 몇 차례 제기됐지만 모두 패소했다. 흡연은 개인의 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담배회사에 챔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송주체가 정부산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소송을 제기한 담배회사는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3곳이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폐암과 후두암 등 3가지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2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씩을 피운 3천 4백여 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537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유해성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고, 흡연의 위험성은 법에 따라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김앤장과 세종, 화우 등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들이 총동원됐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상식이다. 담배 곽에 경고문이 들어가고, 공공장소나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 흡연이 금지돼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건강보험공단의 분석 자료를 보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6.5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에는 60여 가지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남성 후두암과 폐암의 70% 이상의 발병 원인이 흡연이라는 통계도 있다. 직접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손실도 연간 1조 700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흡연이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지와 담배회사들이 담배 성분의 유해성을 알고도 숨기거나 위험성을 축소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일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에 나선만큼 과거와는 다른 보다 깊이 있는 공방이 예상된다. 1950년대 초부터 시작된 미국에서의 담배소송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800여건의 소송이 모두 패했지만 90년대 중반 49개 주정부와 시정부가 소송을 제기해 2060억 달러의 배상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1.8%로 세계 평균 31.1%에 비해 훨씬 높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대폭 인상 방침은 세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이고 서민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궁극적 목표는 금연을 유도하고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담배소송이 어떤 결론을 가져올 지 속단할 수 없지만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고 금연운동이 확산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