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부전선 GOP서 총기난사 후 도주해 구속된 임 병장이 지난 8일 오후 현장검증을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최전방 GOP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 모(22) 병장이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군 수사당국이 밝혔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15일 오후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런 상태로 전역하여 사회에 나가도 살 수가 없다!',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범행동기와 관련해 수사단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이후 초소 순찰일지 뒷면 겉표지에 자신을 빗댄 그림들이 더 늘어나 있는 것을 본 것이 직접적인 계기라고 밝혔다.
당시 임 병장은 고교 때 친구들로부터 '왕따, 금전갈취' 등 괴롭힘을 당해 칼로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일, 정신과 진료 이후 주변의 놀림을 받게되자 학교를 자퇴했던 일, 입대 후 일부 간부 및 동료병사들로부터 무시나 놀림을 당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들을 회상했다고 수사단은 설명했다.
조사결과 당시 순찰일지 뒷면 겉표지에는 일부 소초원의 특성을 묘사하거나 만화캐릭터 등을 그린 67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임 병장을 빗댄 그림은 16개로 엉뚱하고 어리숙한 캐릭터의 '스펀지밥'과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라면전사'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은 "소초원들은 사소한 장난으로 생각한 반면, 피의자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이 검거 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작성한 메모 내용도 공개됐다. 임 병장은 자신의 가족과 유족들에게 사과한 뒤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 건 살인을 저지른 건 크나큰 일이지만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사는게 죽는 것 만큼이나 고통스럽고 괴로울 테니까"라고 썼다.
또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그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고 어린애들이 장남삼아 개를 괴롭히거나 곤충이나 벌레를 죄의식 없이 죽이는 것처럼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지 그들은 헤아리지 못하였다"고 메모를 작성했다.
이 메모와 관련해 수사단은 "'그들'이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었고, 메모를 남긴 이유는 '그들'로 표현된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공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하였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임 병장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수사단이 동료 부대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소초원 6명은 피의자를 놀리고, 별명을 부르는 등의 '모욕행위' 등 비위행위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임 병장이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아 소속 부대에서 징계 등 지휘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수사단은 밝혔다.
다만, 부소초장인 A중사의 경우 임 병장이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수사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