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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5.16 쿠데타' 왜 청문회 단골 쟁점이 됐을까?"



정치 일반

    [Why뉴스]"'5.16 쿠데타' 왜 청문회 단골 쟁점이 됐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대한 청문회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는 '5.16 쿠데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공직후보자들의 답변은 각양각색이다. 쿠데타임이 분명하다고 답변하는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쓴 책에 '쿠데타'라고 하고도 답변을 회피하거나 53년이 지난 일인데도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비켜가는 후보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법률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쿠데타임이 분명한 사건인데도 인사청문회마다 빼놓지 않고 질문을 하는 야당이나 쿠데타인데도 쿠데타라고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공직후보자들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5.16 군사쿠데타' 왜 청문회 단골 쟁점이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왼쪽부터)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정행정부 장관 후보자, 이병수 국정원장 후보자, 한민구 국방장관 (자료사진)

     


    ▶ 장관후보자들 5.16 쿠데타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안타깝게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데 장관후보자들이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1기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와 같은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9일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야당의원의 질문에 "현재 우리 교과서에는 정변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당시 사회상을 봤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웠고…"라며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보다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느냐"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답변이 논란을 빚자 "역사의 관점에 따라 (5.16에 대한) 표현이 달라지는 것인데, 국민의 중지를 모아 지금은 정변 쿠데타로 표현되고 있다"며 "훗날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 저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정변으로 되어있는 것을 따른다"고 오락가락 하는 답변을 했다.

    헌법학자인 정종섭 안정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에는 5.16을 쿠데타로 기술했으면서도 청문회에서는 끝까지 '쿠데타'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정종섭 후보자는 야당의원들이 "5.16이 쿠데타냐"고 반복적으로 질문했지만 "제 책에 쓰인 그대로 입니다"라며 성의 없는 답변으로 피해가려다 논란을 일으킨 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5.16이 쿠데타냐 아니냐 답변하라"고 다그치자 그제서야 "(5.16은 쿠데타가)맞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쿠데타가 맞다며 소신껏 답변해 대조를 보였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주저 없이 "학술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쿠데타임이 분명하다"며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이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답변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야당의원의 물음에 "교과서가 '5.16 군사정변'이라고 표현하고 저도 그 입장"이라고 답했다.

    ▶ 1기 내각에서도 5.16에 대한 답변을 피해가지 않았나?

    = 그렇다. 1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5.16은 쿠데타가 맞느냐"는 질문에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고 답변을 피해갔다.

    조윤선 여성부장관은(현 청와대 정무수석) "5.16을 혁명이라고 생각하느냐, 쿠데타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깊은 공부가 안 되어 있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고 답했으며 국회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서 후보자는 답변을 피했다.

    (왼쪽부터) 류길재 통일부장관, 조윤선 여성부장관(현 청와대 정무수석), 서남수 교육부장관, 황교안 법무부장관, 정홍원 국무총리, 황찬현 감사원장 (자료사진)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 서면 답변서에서 5.16 쿠데타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진행 중이므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고 유정복 안정행정부장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5.16이)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는 5.16쿠데타에 대해 "감사원장 후보자로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하다 거듭된 야당의원의 질문에 "사견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 왜 이렇게 답변이 오락가락 하는 거냐? 혹시 청와대 지침이 있는 거냐?

    = 그건 아니라고 한다. 청와대의 지침이 있다면 후보자들의 답변이 오락가락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보자들마다 답변이 각각 다르다는 건 일관된 지침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지침이 있다면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거친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지침이나 그런 건 전혀 없다"면서 "해당기관에서 총리후보자나 다른 장관후보자들의 답변을 참고삼아 모범답안을 만드는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 법조인은 "인사청문회 답변은 후보자들이 알아서 준비하고 답변한다"면서 "청와대의 지침이나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왜 5.16에 대해서 답변이 어정쩡한 것이냐?

    = 네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이 분석이 가장 많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은 "공직후보자들이 쿠데타라고 말하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으로 불충 내지는 불경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한나라의 장관이나 국무위원이 된다는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가신이나 개인의 비서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개인의 소신이나 철학보다는 인사청문회 통과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인사청문회 통과가 어려운 후보자 일수록 소신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청문회에서 논란을 많이 빚는 후보일수록 애매한 답변을 하면서 임명권자의 눈에 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통과 될 지 말지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야당에 어필하기 위해 소신 있게 얘기한다"면서 "그렇지만 야당에 함량미달이라고 낙인찍힌 사람일수록 임명권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조차도 외면한다"라고 말했다. 기댈 곳이라고는 임명권자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권력 맞춤형 지식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자리를 주는 사람이나 용역 발주자의 의도에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인의 특징"이라면서 "학자로서의 소신이나 철학으로 살아오기보다는 권력근처나 힘 있는 주변을 맴돌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지명한 사람의 눈길이 어딘지, 또 용역을 준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런걸 살피면서 살아오다보니 그렇다"고 분석했다.

    네 번째는 의도적으로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이나 2기 내각 청문회에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어정쩡하거나 애매한 답변을 하면 야당이 이 문제를 파고들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개인적인 불법이나 탈법의혹보다는 역사인식 문제가 쟁점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고위공직자는 "청문회는 하루만 버티면 되는 일"이라면서 "개인적인 민망한 문제가 계속 나오는 것 보다는 역사적 쟁점이 덜 고통스러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역사적으로 객관적인 5.16 쿠데타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변함으로서 논란을 자초한 건 대통령 눈치 보기 외에도 다른 쟁점들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그렇지만 5.16이 쿠데타라는 건 법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 아니냐?

    = 그렇다. 누가 뭐라고 해도 5.16이 군사쿠데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혁명이냐 쿠데타냐의 구분은 '발생'이나 '진행 형태'에 따른 것이지, 결과나 추후 평가로 규정하는 가치개념은 분명 아니다.

    <쿠데타(coup d'etat)="">는 동일 체제 내에서 지배자의 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라는 뜻으로, 은밀하게 계획되어 기습적으로 감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쿠데타와 혁명의 근본적인 차이는 혁명은 촉발 단계에서부터 다수 민중의 동의를 얻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쿠데타는 무력을 동원한 소수집단에 의해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기습적으로 감행된다는 점이다.

    5.16 쿠데타는 당시 박정희 소장이 군인들을 이끌고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고 국민의 투표로 뽑은 국회를 강제해산 하고 헌법에 없는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통치기구를 만들어 1961년 5월 16일부터 1963년 12월 26일까지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이건 진행 과정으로 봐서 쿠데타인 것이다.

    헌법재판소 (자료사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나 대법원의 판결문에도 '5.16은 쿠데타'라고 명백하게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3월, 1995년 5월, 2003년 8월에 각각 내린 결정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분명하게 규정했고, 대법원도 2011년 6월 국가보도연맹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했다.

    심지어 지난해 역사왜곡 논란이 극심했던 교학사 교과서에서조차 "5.16 군사 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라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5.16 쿠데타'는 왜 청문회 단골 쟁점이 되는 것이냐?

    =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5.16 쿠데타를 청문회의 쟁점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 야당의 핵심관계자로부터 솔직한 답변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보니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공방의 의도가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공직후보자들이 난처해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서 정치적 쟁점으로 삼는 측면이 있고, 장관후보자들이 난처해하는 걸 보면서 즐기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The Dictator's Daughter'(=독재자의 딸)란 제목으로 타임지에 소개된 박근혜 대통령 (사진=타임지 홈페이지 캡처)

     

    두 번째는 박근혜 정부 공직후보자들이 소신껏 답변하지 못하다보니 계속해서 이 질문을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문회를 거친 고위공직자 중 쿠데타라고 분명하게 말한 사람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그리고 조희대 대법관 정도다. 이들은 5.16은 분명히 '쿠데타'라고 언급을 한다.

    그렇지만 중도파들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답변처럼 '5.16은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는 식으로 정면답변을 피해간다. 대부분의 공직후보자들이 이렇다.

    앞서 설명한 대로 5.16은 명백한 군사쿠데타이다. 쿠데타냐 혁명이냐의 구분은 사건의 발생이나 진행 형태에 따른 규정이지 그 이후의 성과나 가치판단에 따른 구분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무위원인 장관이 객관적 사실조차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취임한 뒤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떤 소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조차 눈치를 보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잘못된 지시에 반대할 수 있으며 소신껏 책임 장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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