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에 대해 7년 만에 처음 '삼성의 책임'이라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난했던 싸움의 작은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그 직후, 삼성전자서비스의 AS기사 중 2번째 자살자가 나왔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의 잇단 자살을 계기로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에 AS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 해결 의지를 묻는다.[편집자 주]
지난해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했지만, AS기사들은 "그 뒤부터 사측의 보이지 않는 탄압이 계속 자행됐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은 "고 염호석(34) 양산분회장도 노조활동을 하던 당시 협력사측으로부터 'RO 빨갱이 아니냐, 노조 가입하면 다 빨갱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 중 노조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해운대, 이천, 아산센터가 폐업됐다.
이 세 곳에서 해고된 AS기사들만 90여 명. 이들 모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AS기사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노조 와해 수법인 위장폐업 아니냐"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홍명교 교육선전위원은 "폐업된 센터 세 곳이 경영 적자라는 증거도 없고, 협력사 사장이 조합원들에게 '자꾸 노조활동을 하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기도 했다"면서 계획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폐업된 센터 3곳은 노조 주요 간부들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조 설립을 용납치 않는 '무노조 경영' 삼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삼성노동인권 지킴이 조대환 사무국장은 "전체 협력업체 사장들 60% 가량이 본사 임직원 출신"이라면서 "노조가 출범하기 전부터 AS기사들이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었지만, 그때도 협력사 사장들은 본인 역량 밖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삼성에 종속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업과 마찬가지로 폐업도 본사와 무관하게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한 '조준성 탄압'이라는 현장 노동자들의 분개는 더욱 극심하다.
AS기사 B 씨는 "노조 출범 이후 노조 활동에 파업까지 감행하니 회사의 압박은 더 심해지고만 있다"면서 "파업한다고 안 나오면 회사가 원청(삼성전자서비스)에서 경고장을 받게 되고 그러면 회사 문 닫아야 하니 실직자가 되기 싫으면 나와서 일하라고 조합원들을 협박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비정규직이라 대출 받고 적금 깨가며 투쟁하는 것을 뻔히 알고서 시간을 끌면 얼마 못 버틸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삼성 측 한 관계자는 "협력사가 경영 악화로 사정이 어려워 더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문을 닫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 측의 주장과 달리, 파업하는 직원들이 많은 센터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협력업체 측은 불가피하게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 "위장폐업이라고 의혹을 제기하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회사 문을 닫을 정도로 적자가 발생하니 답답할 뿐이고 본사 입장에서도 해당 지역이 폐업하면 고객 불만도 많이 생겨 매우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협력사 측으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노조 간의 교섭은 10개월째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