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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는 보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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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건강]

김달래 원장

 

엄나무는 높이가 20m 이상 달할 정도로 커다란 나무인데 개두릅나무라고도 하며, 가지에 가시가 있어서 두릅나무와 비슷한 외양을 갖는다. 예전부터 민간에서는 귀신을 쫒아주는 부적대신으로 가시가 달린 엄나무를 집안에 걸어두기도 했다.

엄나무의 껍질을 한약이름으로는 해동피(海桐皮)라고 하며, 그 잎이나 꽃도 약으로 사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엄나무 순을 따서 물에 데친 다음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일년 내내 먹었다. 필자도 엄나무 순을 많이 먹고 자랐으며, 올해도 원주에 가서 엄나무 순을 따올 생각이다.
 
엄나무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약간 쓴 편이라서 경락을 잘 통하게 해준다. 엄나무는 열을 내려주고 어혈을 제거하기 때문에 허리나 다리가 아프고 저릴 때 나무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그래서 신경통이나 말초성 신경염으로 다리나 팔이 저릴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효과를 응용해서 팔다리가 마비되었을 때도 사용한다.

또 곰팡이균에 대해 억균작용이 있으면서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옴, 버짐 등을 비롯해서 피부염에도 사용한다. 이 밖에 이질에 걸렸거나 유선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보고가 있으며 가래를 삭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와 같이 엄나무는 주로 염증성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보약 개념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엄나무 껍질에는 아미노산, 유기산이 들어있어서 황색 포도상구균과 자색 백선균, 쉔라인 백선균, 녹색 소아포선균 등의 곰팡이균에 대해 억제작용을 한다, 엄나무는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닭백숙을 할 때 엄나무를 넣는 것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또 민간에서는 다양한 질환에 보약처럼 사용하지만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

인터넷이나 일부 잡지에서는 강정효과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양기부족이나 간기능 개선효과는 없고, 위장병 가운데는 위산분비가 적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다만 약효가 강력하지 않으면서 간이나 콩팥에 주는 부담도 많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먹어야 한다.
 
엄나무는 닭백숙할 때 들어간 것처럼 통째로 넣고 달이는 것보다는 나무껍질을 벗겨서 넣는 것이 더 좋다. 북한 자료를 봐도 농도를 옅게 투여하면 중추신경흥분작용이 있고, 농도가 진하게 투여하면 진정작용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가지 자료를 검색해봐도 성기능 개선이나 간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보고는 없으며, 피부질환·이질·기관지염·신경통 정도에 사용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엄나무 껍질을 약으로 사용할 때는 하루 6~12g을 달여서 먹거나 술에 담가서 먹는다. 또 피부염에 외용약으로 사용할 때는 달인 물로 씻거나 가루내어서 뿌린다. 단 피가 부족한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하고, 몸에 화(火)가 많은 사람도 먹지 말아야 한다.
 
김달래(사상체질 전문의·김달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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