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합동분향소의 화환들(좌)과 단원고 앞 추모현장.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달리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단원고 앞 교문에는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화분, 그리고 추위에 떨며 아파했을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 음료수들을 놓고 가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단원고 근처에 있는 올림픽 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가 답지하고 있는데 그 중 '대한민국 미워요'·'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라는 리본이 달린 조화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원고 앞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노란리본, 그리고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었다.
단원고 희생 학생들에게 남긴 메시지와 추모 물품들.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특히 단원고 교문 옆 담벼락에는 추모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차디찬 바닷속에서 고통을 겪었을 단원고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을 남기거나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라는 메세지와 함께 음료수 병에 노란 리본을 달기도 했다. 꿀물에는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남기기도 했으며, 비타민 음료병에는 "이거라도 먹고 힘내자"는 동년배로 보이는 학생의 글도 눈에 띠었다. 안산공고 학생은 흰 꽃다발과 함께 식권을 두고 가기도 했다. 아마도 바닷속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친구를 기리는 것이리라.
단원고 학생들에게 초등학생이 남긴 편지(좌)와 중국 교포가 남기고 간 종이박스(중)와 돈(우).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글씨의 편지에는 "먼저 가신 형 누나들 어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너무나 죄송하다"며 "배 안에 있을 형 누나 제발 빨리 돌아오세요 제발 꼭~이요" 라는 편지가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단원고 학생들에게 남겨진 추모메시지들.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중국동포로 보이는 사람이 남긴 중국화폐가 든 종이박스도 눈에 띠었다. 조그만 종이박스에는 "이 돈은 천국에서 쓰세요. 중국돈입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5원짜리 중국 인민폐가 담긴 종이컵이 놓여 있었다.
어른들의 잘못을 자책하거나 미안해하는 추모의 메시지도 많았다. "사랑하는 동생, 제자들아 형으로서 선생으로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거나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어른이 정말 미안하구나. 꼭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서 기다릴게",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모두 무사귀환을 바랍니다",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게 되고 살게해서, 하늘나라에서 부디 이 어른들 용서해다오. 청주에서 올라온 아저씨"라는 글귀도 보였다.
단원고 학생들에게 남겨진 추모메시지들.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그리고 흰 국화 꽃다발과 함께 "가족분들이 아닌 저희 국민들에게도 감정이 허락된다면 그 허락된 감정마저도 미안하고 미안합니다"라거나 "생존자는 죄책감 가지지 마요…돌아와줘서 너무 고맙습니다"는 메시지도 눈에 띠었다. 노란우산에 "사랑해 보고싶다"는 글을 쓰기도 했고 시흥능곡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언니 오빠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종이학을 예쁘게 접어서 추모의 언덕에 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