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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행정'이 '안전' 앞선 재난컨트롤타워



총리실

    [여객선 침몰] '행정'이 '안전' 앞선 재난컨트롤타워

    안전 업무는 한번 거쳐가는 자리, 전문가 태부족

    여객선 ‘세월호’ 에 대한 실종자 구조작업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접 사과를 하고 나선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취재진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현 정부가 야심차게 설계한 국가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중앙재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무능·부실한 조직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 재난을 행정 중심 조직인 안전행정부에 맡기는 설계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나마 있는 조직도 '안전' 전문가가 아닌 '행정' 전문가로 채워져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 중대본 구성에만 1시간, 잃어버린 '골든타임'

    세월호 침몰 사고 신고가 최초로 전남소방본부로 접수된 시간은 16일 오전 8시 52분. 이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진주 VTS 등이 세월호와 교신을 하며 사고상황을 파악했다.

    그런데 대형 여객선 침몰이라는 국가재난 상황 발생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장관이 사고 소식을 보고받은 시점은 최초 신고 이후 이미 33분이나 지난 오전 9시 25분이었다.

    당시 지방 출장 중이었던 강 장관은 전화로 중대본 구성을 지시해 가동이 시작된 시간은 또 그로부터 20분 뒤인 9시 45분. 승객 구조의 성공 여부를 가를 소위 '골든타임' 1시간을 보고와 중대본 구성에 다 소비해 버린 것이다.

    중대본의 무능·부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중대본 구성과 동시에 사고 현장의 책임자를 지정해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했지만 이 역시 없었고 이 때문에 해경·해군·민간어선이 각자 역량에 의존한 구조작업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사고 당일 구조 인원 집계를 368명에서 164명으로, 다시 175명으로 수차례 수정하며 우왕좌왕했고, 이틀 뒤 구조대의 선체 진입 여부와 관련해서도 잘못된 사실을 발표하는 등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결과 현재 사고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정홍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로 넘어갔고 중대본은 그야말로 상황집계만 하는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강병규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중대본 '빅3', 모두 행정 전문가

    중대본의 부실·무능 대응은 조직 설계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직원 구성 자체가 국가재난에 대응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들어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이유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유정복 전 장관을 임명해 그 역할을 맡겼다. 행정관료로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유 전 장관은 농림식품부 장관 재임 당시에는 구제역·AI 파동 등 국가 재난을 수습한 경험 역시 풍부한 인물이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에 강 장관이 임명됐다. 강 장관은 대구시 행정부시장, 행자부 지방행정본부장, 지방세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한 행정 전문가로 '안전'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중대본부장을 보좌하는 실무진 역시 '안전'이 아닌 행정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 당연직 중대본 차장인 이경옥 안행부 제2차관은 행자부 지역경제과장, 자치행정과장, 행자부 국가기록원장 등을 역임한 인물로 역시 이력에 안전관련 업무 경험은 전무하다.

    또, 중대본 총괄조정관인 이재율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장 역시 경기도 정책기획관, 화성시 부시장, 경기도 경제부지사 등을 역임했으며 안전관련 직책은 지난 2010년 행안부 재난안전관리관을 1년 경험한 것이 전부다.

    결국 국가재난을 맞아 전 부처를 통제하고 조율해야 하는 중대본의 빅3가 모두 안전 전문가라기 보다는 행정 전문가로 채워진 것으로 '국민 안전'이 아닌 '국민 행정'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꼭 안전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중대본에서 장관을 보좌하는 인물은 안전 전문가로 구성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안전행정부로 명칭은 바뀌었지만 인적 구성은 여전히 행정안전부"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평시에 재난 방지와 안전 관리 등을 맡고 있는 안전관리본부 소속 인원 133명 가운데 재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소방방재청 등 전문 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그대로 남겨둔 채 일부만 파견형식으로 받고 나머지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구성한 탓이다.

    ◈ 안전은 3D, 행정은 甲

    그렇다면 왜 안전 전문가가 아닌 행정 전문가가 안전을 책임지고 있을까? 결론은 주요 보직에 안전 전문가를 앉히고 싶어도 안전 전문가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 십년간 행정직이 부처를 주도해 왔는데 한 순간에 안전 전문가를 어디서 구하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안전은 말그대로 비핵심 업무였기 때문에 한번 거쳐가는 자리"라고 말했다.

    강 장관이나 이 차관처럼 아예 안전분야 경험이 없거나 이 본부장처럼 안전 관련 업무를 잠시 거쳐가는 것이 일반적인 승진케이스로 받아들여진다는 설명이다.{RELNEWS:right}

    여기다, 행정직은 각 부처의 조직과 인사, 그리고 지자체 재정을 통제하는 초갑(甲)인 반면 안전직은 한번 사고가 터지면 몇 달간 밤낮없이 고생하는 그야말로 3D 직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결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을 이행할 손과 발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연출되며 실질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 '말로만' 안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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