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과
"형사과 강력팀에 가려면 줄이라도 대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입니다."
최근 경찰서 형사과가 기피 부서로 전락한 가운데 형사과 근무를 희망하는 경찰이 없어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신입순경과 전입 경찰 등 10여 명의 인력이 충원된 천안경찰서는 인사발령에 앞서 형사과 직원들을 추스리느라 곤혹을 치렀다.
경찰 인력의 재배치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그동안 지구대나 타부서로의 이동을 희망해왔던 형사들이 때를 기라렸다는 듯이 무더기로 부서 이동을 요청한 것.
경찰에 따르면 현재 강력팀과 폭력팀, 감식반 등 형사과 직원은 70여 명으로 이중 10% 이상이 타 부서로의 이동을 원하고 있으며 실제 이번 인력 재배치에서 6명 이상의 형사들이 지구대 및 타부서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형사과의 3D 현상은 근무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형사과 강력팀 형사들은 전체 인원 중 베테랑이 채 20%가 되지 않으며 대부분 3년 미만의 신참들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형사과 근무를 회피하고 있는 추세다.
[BestNocut_L]이 같은 현상은 턱없이 부족한 수사비에 밥 먹듯 해야 하는 밤샘 근무는 기본인 데다 승진에 유리하다는 보장마저 없고 개인적인 여가생활은 꿈도 꿀 수 없는 근무 현실 때문이다.
더욱이 범죄자 검거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 각종 시위에 동원되거나 불규칙한 사생활에 따른 가족들의 원성 또한 형사과 근무의 기피현상을 부축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기혼인 형사의 경우에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형사과 근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혼인 형사의 경우에도 결혼을 위해서는 형사과를 떠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형사과 A 씨는 "형사과 근무를 거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쓸만한 인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는 앞으로 강력 범죄는 누가 해결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형사과가 3D 부서라는 인식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형사과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B 씨 역시 "형사과를 나간다는 직원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도둑 잡는 경찰보다 사무실에 앉아 공부하는 경찰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