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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 수술이 도입된 지 5년.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라식 수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 병원들의 허술한 수술 전 검사와 무분별한 시술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BestNocut_R]
서울 목동에 사는 홍모(38)씨는 지난 2005년 말 라식 수술을 받은 뒤 안구통증과 두통, 비문증, 안구건조 등에 시달려왔다. 참다못해 최근 재수술까지 받았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홍씨는 "눈이 뽑히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다니던 은행도 그만 두고 날마다 진통제와 수면제를 먹고 있다. 죽고만 싶다."라고 말했다.
재수술에도 통증이 그치지 않아 지난 4월 대형병원의 라식 전문의를 찾아간 홍씨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홍씨에 따르면 이 대형병원의 안과 과장은 "왜 이 눈으로 라식을 받았느냐? 시력이 좋아서 라식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눈이었다. 그리고 오른쪽 눈이 심하게 과교정돼 있다. 각막을 너무 많이 깍아 냈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수술을 받기 전 검사과정의 오류가 잘못된 수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의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라식 전문의들은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첫째 조건으로 수술 전 철저한 검사를 꼽고 있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수차례에 걸친 검사를 통해서 수술여부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것.
평화의빛 성모안과 김소열 원장은 "안전한 수술을 위해서는 적어도 1시간 동안 20가지 항목 이상의 사전 검사를 받아야 하며, 또 수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각막의 두께를 측정할 때는 세 가지 종류의 기계를 이용해 여러 차례 측정한 뒤 그 평균값을 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 성모병원 주천기 교수도 "라식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 검사가 중요하다"며 "환자마다 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전문의가 검사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한 뒤 환자와 상담하고 라식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의 수술 전 검사는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의 한 안과 병원은 라식 수술을 문의하는 사람에게 "20분 동안 7~8가지 검사만 받으시면 된다. 한 차례씩만 받으면 된다"고 상담을 해 주고 있다. 길게는 2시간 동안 25가지가 넘는 검사를 하는 병원과는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안과는 "병원의 기계가 좋아서 각막의 지형도를 보면 바로 아니까 30분이면 검사가 끝난다. 생략할 검사는 생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기자가 다른 병원에 비해 검사 과정이 너무 간단하지 않느냐고 묻자, "기계가 좋으니까 관계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수술 적합성 여부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검안사가 결정하는 곳도 있다.
8개월 전 서울의 또 다른 병원에서 라식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시력저하를 겪고 있는 김모(33)씨는 "검안사가 검사하고 나서 데이터를 보면서 각막이 두꺼우니 라식 수술 받으실 수 있겠다고 말하고, 바로 간호사가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받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수술 당일 처음으로 담당 의사를 만났다"면서 "병원의 명성이 자자하다는 간호사의 말만 믿고 수술 동의서에 도장을 찍은 것을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우둔한 짓이었다"고 후회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라식 수술 관련 부작용 호소는 매년 100건 가까이 된다. 이중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사전 검사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자신들이 겪고 있는 부작용이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과협회는 물론 관계 당국도 라식 수술의 사전 검사 항목이나 수술 적합성을 판정할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해 놓지 않은 실정이다.
"라식의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주장은 수술 전 철저한 검사가 이뤄졌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라식 수술의 사전 검사의 엄격성은 말 그대로 병원의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무분별한 라식수술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또 환자들이 어느 병원에서나 믿고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