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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깬'' 사랑방정식 … 연상연하 ''드메신드롬''

지난해 결혼 중 12.8%가 연상녀-연하남 커플 … 사랑 형태 떠나 중요한 건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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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을 만나고 있습니다. 정말 제 스타일입니다. 그 애는 저를 누나로 대하는 게 아니라 애 취급하면서 귀엽다고 하네요. 저도 그 애가 싫지 않아 연락을 계속하고 만나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가 많이 있나요? 아, 정말 죄짓고 있는 느낌이에요''. (출처:Pann.com ''난 사회인 그 남자는 고등학생'' 中)

''반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남자친구는 고1, 저는 대학교 3학년입니다. 욕하셔도 뭐 어쩔 수 없죠. 4살 차이라 처음엔 조금 망설였지만 자꾸 만나다 보니 좋아져 제가 먼저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 동안 정말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점점 손을 놓게 되더라구요. 남자친구를 사랑하지만 혼자하는 사랑은 정말 힘들거든요''.(출처:Pann.com ''4살차 고등학생 연하남과의 반년'' 中)[BestNocut_R]

인터넷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들이다. 20대 남성과 여고생의 사랑이라면 몰라도 그 반대라면 기성세대가 보기엔 파격적이고, 어쩌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상녀와 고등학생 연하남의 사랑은 인터넷 게시판의 신빙성을 떠나 이미 우리사회 일각에선 현실이다.

그래서 성인여성과 남자 고등학생 간의 사랑에도 섣부른 잣대를 들이대기가 어렵다. 그들이 10년 뒤 결혼에 골인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바람을 타기 시작한 ''연상녀-연하남(이하 연상연하)'' 커플은 이미 트렌드를 넘어 신드롬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 연상연하가 대세(?)

통계청이 지난달 초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란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연상연하 부부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처음 결혼한 부부 가운데 연상연하 부부는 12.8%로, 1990년의 8.8%에 비해 4%포인트 증가했다.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 같지만 특정 연령대에 초점을 맞추면 보다 실감이 난다. 또 다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이 35~44세인 여성 1만1천여명 가운데 초혼과 재혼 구분없이 연하남과 결혼한 여성은 3천800여명이었다. 즉, 이 연령대 여성 10명 중 3.5명은 연상남이 아닌 연하남을 선택한 것이다.

연상연하는 연예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2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한 드라마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와 손문권 PD, 5살 연하남과 결혼해 ''5월의 신부''가 된 하리수, 8살 연하남과 재혼한 중견배우 박해미 등이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다. 연상연하가 보편화된 외국이지만 연상연하 연예인들이 화제를 모으는 건 마찬가지다. 15년 연하의 꽃미남 애쉬튼 커쳐와 결혼한 세 딸의 엄마 데미 무어나 8살 연하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비밀결혼을 했다고 알려진 영화배우 카메론 디아즈 등이 그렇다.

드라마나 영화, 오락프로에서도 연상연하는 당당히 한자리를 꿰찼다. 본인의 결혼으로 화제를 뿌린 임성한 작가는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아현동마님''에서 띠동갑 연상연하 커플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해 연하남 돌풍을 일으킨 ''소문난 칠공주'', 고현정이 9살 연하인 친구 동생과 사랑하게 되는 ''여우야 뭐하니'' 등도 연상연하 커플을 다룬 드라마다.

최근엔 한 케이블TV에서 연상연하 간 짝짓기 프로그램을 방영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선 30~34세의 연상녀 5명과 20~28세의 남성 10명이 연상녀의 주도 아래 농도 짙은 스킨십과 다양한 게임 등을 통해 승자를 결정한다. 인터넷에는 ''연하남 꼬시기 10계명'' ''연하남 사로잡기'' 등등 연상연하 커플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하는 글들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연상연하 신드롬을 ''드메(deme) 신드롬''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 신드롬은 넓은 의미로 연상연하 커플이 풍조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 초 파리에서 드메란 청년이 연상녀에게만 사랑을 고백하고 다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연상연하 신드롬이든, 드메 신드롬이든 명칭이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보다 분명한 건 연상연하 커플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왜 연상연하인가

연상연하 커플은 어느 한 쪽만 좋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연상녀와 연하남이 서로 끌려야 연상연하 커플이 탄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상녀에겐 다행일 수도 있겠다. 본능적으로 모성을 그리워하는 남성들, 특히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젊은 남성들은 대부분 연상녀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미혼남성 직장인 중 28%가 연상녀를 좋아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젊은 남성들에게 연상녀는 예나 지금이나 동경의 대상이다.

반면 ''연상남-연하녀'' 공식이 지배해 온 우리나라 여성들에겐 아직도 연하남에 대한 거부감이 알게 모르게 남아 있다. 회사원 이모(27·여·수원시 팔달구)씨는 "괜찮은 연상남들은 이미 다 임자가 있는 것 같아 요새 들어 쓸만한 연하남들에게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간다. 그래도 연애라면 모를까 결혼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혼이 힘든 중요한 이유 하나를 꼽았다. 바로 경제력이다.

이씨와 달리 빵빵한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은 어떨까. 최근 연상연하 커플이 바람을 타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연상남을 선호한 데에는 연상남이 가진 경제력이 한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젠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성들에게 경제력은 더 이상 남성을 연상과 연하로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TV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숱하게 다루다 보니 거부감이 상당히 희석된 게 사실이고,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주변에서 연상연하 커플을 너무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연상연하 커플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요즘 여성들이 서너살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외모관리에 투자를 하는 것도 연상연하 신드롬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내 남자는 연하남''이란 책을 쓴 일본 작가 하이시 가오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연하남은 연상남에 비해 로맨틱하고 젊은 감각을 지녀 연상녀 또한 젊게 살 수 있도록 한다. 평등한 부부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여성의 평균수명이 길기 때문에 노년에 부부 간 수명균형도 맞는다''고 밝혔다. 자칭 ''연상 마니아''라는 송모(27·수원시 영통구)씨는 "20살 때 학원선생이었던 8살 연상 누나와 사귄 뒤부터 지금까지 거의 연상하고만 사귀었다"며 "연하는 내가 먼저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연상에게선 뭐든지 다 받아줄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연상연하 커플, 모두 행복한가

"연상이 유행이라고 해서 아무 연상녀와 다 사귀는 건 아니다. 결정적으로 같이 다녀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가 받쳐줘야 된다. 나는 연상녀가 좋지만 내가 원하는 연상녀는 얼굴도 동안이고, 몸매도 잘 빠지고, 경제력도 있는 여성이다. 이럴 경우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거다."

지난 겨울에 스키장에서 만난 6살 연상녀와 사귀고 있는 김도영(23·가명·부천시 소사구)씨의 말이다. 모든 연하남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김씨의 말에 가슴이 뜨끔한 연하남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연상녀들도 부드럽고 다정하고 여성을 존중해 줄 것 같은 연하남들의 속내를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젊은 남성들이 연상녀에게 바라는 포근함이 단순히 경제력과 쉽게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장식하는 수많은 연상연하 관련글 중 연하남과 사귀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연상녀가 연하남을 성토하는 게 유독 많은 것도 허투루 넘길 일은 아니다.

연상녀 연하남 신드롬의 중요한 이유가 여성의 경제력과 외모 등이라고 하지만 연상연하 커플의 첫 단추를 꿰는 건 아무래도 경제력보다는 외모라고 할 수 있다. 통계를 내긴 어려우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연상연하 커플의 첫 만남이 나이트클럽이나 휴가지에서의 부킹, 길거리 헌팅, 인터넷 채팅 등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만남에서 서로의 나이를 따지기에 앞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떻게 만나고 보니 연상연하였지만 외모가 매력적이라면 나이가 중요하진 않을 터. 이런 아슬아슬한 기반 위에서 시작한 연상연하 커플이라면 그만큼 깨지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외모나 경제력을 갖춘 연하남이나 연상녀가 대시를 한다면 이전 사람은 순식간에 ''추억속의 당신''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7살 연하남과 사귀다 헤어졌다는 장모(32·여·전문직)씨는 "삶에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았지만 그런 순간은 잠깐이었다"며 "어느날 백화점에서 어려보이는 옷들만 사고, 남자친구와 그 친구들 술값까지 계산해 주고 있는 내 모습에 회의가 밀려왔다"고 말했다.

여대생 박모(24)씨는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꽃미남 남동생과 사귄 적이 있다. 사귈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헤어지고 난 뒤 관계가 모호해졌다. 냉정히 말하자면 돈도 없고, 군대도 가야 하는 연하남과 사귄다는 건 연상녀에게 마이너스도 상당한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 결국은 믿음

같은 직장에 다니는 A(30·화성시 동탄면)씨와 B(40·여)씨는 올해 초 결혼에 골인했다. 둘은 5년 전에 직장동료로 만나 사랑을 키웠고 이미 아이도 낳았지만 두 집안의 극심한 반대로 그동안 결혼을 하지 못했다. 최근 연상연하 신드롬이 불어닥쳐서 그런지 두 집안 부모들이 결혼을 승낙, 두 사람의 사랑은 5년 만에 아름다운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둘이 사귀기 시작했을 때 두 집안 어른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한순간의 불장난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과연 이루어질까'' ''얼마나 오래 갈까''란 회의어린 시선이 둘을 따라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꿋꿋이 그 세월을 이겨냈다.

아이디가 eastgun인 누리꾼은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게시물에서 "내 경험상 연하남이든 연상남이든 동갑내기든 사랑의 형태를 떠나 중요한 건 믿음"이라며 "믿음이 바탕이 된 사랑은 오래가고, 언젠가는 결실을 본다"고 밝혔다.

''연하남 신드롬''의 저자 수잔느 발스레벤 역시 자신의 책에서 ''남녀 관계, 부부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집, 사회적 지위, 경제적 필요성 등이 아니다. 사랑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여부는 부부 간의 믿음과 행복의 크기에 달려있다.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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