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
호주 시드니에서 전자파 때문에 뇌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전직 통신회사 직원이 병력수송용 장갑차(APC)를 훔쳐 타고 2시간 동안 교외지역을 누비며 변전소와 휴대폰 중계탑 6개소를 파괴하는 심야 대소동 끝에 경찰에 체포, 기소됐다.
14일(현지시각) 호주언론에 따르면 시드니 서부 다루크에 사는 존 로버트 패터슨(45)이란 중년 남성이 이날 새벽 2시경 그가 일했던 민친베리 지역의 한 트럭서비스 업체에서 장갑차를 훔쳐 타고는 한 변전소를 파괴한 후 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유유히 중계탑 및 중계시설 파괴행각을 벌였다.
이 남성은 속수무책으로 뒤따라오며 기회를 노리던 경찰차 10대와 경관 20여명을 이끌고 시드니 서부의 6개 지역(서버브)을 누비면서 7번째 휴대폰 중계탑을 향해 이동하던 중 장갑차 엔진이 꺼지면서 체포됐다.[BestNocut_R]
호주화 100만불(약 8억원) 상당의 이 장갑차는 1967년에 제작된 것으로 트럭서비스업체의 사장 그렉 모리스 씨가 영국군으로부터 구입, 복원하여 결혼식과 모터쇼 등에 대여해 왔는데 패터슨 씨가 엔진 장착과 배선 등 복원작업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리스 씨는 자녀를 둔 이혼남인 패터슨 씨가 호주 최대 통신회사인 텔스트라에서 휴대폰 중계탑 관련 일을 하면서 중계탑의 방사선 때문에 뇌손상을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는 휴대폰 중계탑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료는 패터슨 씨가 평소 자신이 중계탑 부근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방사선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중계탑에 원한을 품어 왔다고 전하고 그래서 파괴 대상 중계탑 지도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야의 장갑차 파괴행각 및 경찰 추격전은 그가 훔친 장갑차를 몰고 첫번째 표적인 변전소를 파괴한 후 마운트 드루이트 병원 주차장에서 나오던 경찰차를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장갑차는 최대시속 52km로 달리면서 간간이 뒤쫓아오는 경찰을 향해 방향을 틀어 경찰을 물러서게 했으며 옆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손짓을 하는 등 경찰을 놀리기도 하다가 새벽 4시경 엔진이 멈추면서 소동이 끝났다.
경찰은 그에게 스프레이 최루제를 뿌려 제압했으며 경찰관들이 그의 머리부터 거꾸로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추격전이 벌어진 교외지역 일대에서는 휴대폰 통화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장갑차 소동에 놀란 일부 운전자들이 뒤를 따르기도 했다.
패터슨 씨는 고의적 파손, 무단칩입, 절도, 약탈적 운전, 금지약물 소지, 검거 회피를 위한 무기 사용, 위험한 운전 등 다수의 위법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파라마타 보석법원에서 피의자의 변호인은 외뢰인이 자신은 "분명히 그렇게 행동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안판사는 그의 보석을 거부하면서 체포과정에서 얼굴을 찢기고 왼쪽 눈이 부어오른 피의자에게 외상 치료와 함께 정신과 의사의 진찰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