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보복 폭행사실을 시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지만 오로지 구속을 피하기 위한 진술번복으로 보기에는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다.
한화측에서는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날인 10일 김승연 회장이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책임을 지고 사실대로 이야기 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한다.
이 같은 한화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진술 번복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것이었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구속을 면한 목적으로 진술을 번복하기로 했다면 ''자기 책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목적 달성에 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고 사실대로 밝혔다면 법원도 영장을 발부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한화측 관계자는 "김 회장이 영장심사 전날 ''모두 다 얘기하겠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이뤄진 만큼 죄값도 받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전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고 사과문도 영장이 발부되건 기각이 되건 법원의 결정이 난 이후에 내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그룹의 대국민 사과문은 구속결정이 내려진 11일 밤 11시보다 10여분 늦게 나왔다.[BestNocut_R]
그렇다면 김승연 회장이 보복폭행 사실을 모두 털어놓기로 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무엇일까?
사건 초기부터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은 "김 회장이 사건 이후 지인들이나 가까운 경제계 인사들로 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중 기업인들이나 경제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한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경영에도 지장을 가져오고 다른 기업인들에게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있는 부분을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김 회장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결정적인 이유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물론 그 변화를 평가하는 것은 법정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