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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님 떴다'' 행사는 뒷전, 눈도장 찍기 ''혈안''



사회 일반

    ''위원님 떴다'' 행사는 뒷전, 눈도장 찍기 ''혈안''

    본말 전도된 지역행사, 단체장의 의원 모시기도 한몫

    의원

     

    지난 29일 부산교대에서 열린 지역 체육행사 때 축구 동호인들이 개회식에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자 전원 철수한 것을 두고 시민들은 물론 부산시와 일선 구·군은 "언젠가는 한번 터져야 할 일이 결국 터졌다"며 관내 행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처신''에 경종을 울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지역 행사=정치인들은 체육행사뿐만 아니라 관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마을 단위 행사에도 참석해 얼굴을 알린다.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 심지어 구의원 등 정치인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지나친 축사 행렬이나 지루한 내빈 소개로 정작 본 행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져 버린다.

    일선 자치단체들은 물론 심지어 대학 등에서 마련한 지역 행사에도 어김없이 정치인들이 찾아와 자리를 ''점령''하는 바람에 정치인의 잔치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한 단체에서 관내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해 무료 급식행사를 가졌다가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행사장에 정치인들이 대거 나타나 배고픔을 달래려 온 노인들의 빈축을 샀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밀려오는 정치인의 ''내빈 소개'' 덕분에 ''밥맛이 싹 사라진 뒤''에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BestNocut_R]

    조기 축구대회 등에 정치인이 얼굴을 내밀면 행사 준비에 차질을 빚기 일쑤다. A 조기축구회 총무 최모(45) 씨는 "차라리 생수라도 몇 통 보내주면 고맙게 받겠는데 얼굴만 달랑 내밀고 행사를 방해하니 짜증난다"고 털어놓았다.

    일선 구·군은 행사 때 정치인 등의 내빈 소개나 식순에 인사말 등을 넣지 않아 이른바 ''의전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일부 구의원들은 자신을 소개시켜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의회가 열리면 해당 부서를 겨냥해 공격적인 질의를 퍼붓기도 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소개할 사람이 너무 많아 부득이하게 몇몇을 내빈 명단에서 빼면 곧바로 행사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무성의한 준비로 주민들을 실망시켰다"며 쏘아붙인다고 하소연했다.

    ▲단체장의 의원 모시기도 한몫=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정치인들이 주민들에게 물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된다. 이 때문에 관내 행사를 통해 얼굴 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국회의원 스스로 만든 선거법의 족쇄에 걸려 관내 행사에 물 한 병 기증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체육행사 등에 무조건 얼굴을 내밀어 내빈 소개라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부 자치단체장과 시의원, 구의원들의 잘못된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행사장을 찾는다고 하면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행사장이 북새통을 이룬다"며 "이로 인해 행사가 마치 성황리에 개최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국회의원이 빠져나가면 썰물 빠지듯 행사장도 고요해진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관행을 바꾸자=정치인들의 지나친 관내 행사 챙기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사 참석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내빈으로 참가해 소개를 받아도 오히려 표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최수미 지방자치국장은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정당공천제의 폐해 속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을 에워싸고 군단처럼 몰려왔다 빠져나가는 행태가 너무나 구시대적인 것"이라며 "평소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의정활동은 하지 않은 채 행사장에 찾아와 얼굴만 비추고 가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눈도 날카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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