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잡지 '아주주간'
화교출신 재미사업가가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 내정됐다는 그동안의 보도가 최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등 북한과 관련된 언론의 오보가 반복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당국에 혼란을 초래하는 등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샤르샹 방한,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내정설 부인
부산 태생의 화교인 재미교포 샤르샹씨가 지난 6일 방한했는데, 이 여성은 지금까지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9월 홍콩의 아주주간(亞洲週刊)이라는 잡지의 보도 이후부터다. 네덜란드 국적의 양빈 전 행정장관이 중국당국에 체포돼 공석중인 신의주 행정장관에 샤르샹씨가 내정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후 우리언론이 이 보도를 재인용하면서 그녀의 행정장관 내정은 기정사실화 됐다. 그런데 이번에 샤르샹씨 본인이 이 같은 내용을 부인하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언론보도를 모두 오보로 확인시킨 것이다.
북한 관련 오보, 외신 앞다투어 보도일본의 월간지인 ''''겐다이(現代)''''도 지난 8월호에서 북한 원자력총국 부설 38호 연구소 소장인 핵물리학자 김광빈 박사가 지난해 제3국으로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에 성공했으며, 핵탄두미사일을 실전배치해놓고 있다고 폭로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북한은 8월 4일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중앙 통신은 "김광빈은 현재 북한의 해상 방사능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공로연구사"라면서 "그 무슨 `제38호 연구소'' 같은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지난 6월에는 또 일본 산케이 신문이 "이란 핵대표단 6명이 입북해 핵실험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북한은 10일 뒤 허위보도라고 일축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국내 한 언론사의 ''''길재경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망명 보도''''도 북한당국이 사망을 확인함으로써 오보로 드러났고, 지난해 4월 호주 언론의 ''''핵물리학자 경원하 박사 망명보도''''도 북한 당국의 부인으로 오보로 판명 났다.
북한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 달러.엔화 위조화폐가 나돈다는 올 4월의 산케이 보도와 북한이 국가차원서 핵개발 전용 물자를 조달한 의혹이 있다는 올 1월 산케이 보도,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간장병 설을 제기한 일본의 주간지인 슈칸분순(週刊文春)의 올 1월 보도 역시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오보의 원인은 어디 있나이들 오보를 생산하는 언론들은 중국과 일본의 특정 언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언론들 보도는 대개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소식통들의 전언, 다시 말해 미확인 소식들을 사실로 단정하고 그 내용을 게제하는 것이다.
이는 서방 언론이 북한을 상대로 사실 확인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 정한구 연구위원은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관련 소식의 소스(source)에 접근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보도들을 국내 언론들이 별다른 검증작업 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들의 중요성과 파급력 때문이다.
북한 관련된 오보의 폐해 커북한과 관련된 오보의 1차적인 피해자는 당사국인 북한일 것이다. 특히 핵과 관련된 오보는 그렇지 않아도 국제적인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 노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북핵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들에게도 역시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자꾸만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굳이 핵과 관련된 오보가 아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과 관련된 작은 정보라도 때로는 우리 정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언론에 나오는 오보라도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앞서 예를 든 화교출신 재미교포 샤르샹씨의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임명과 관련해서 정부 당국자는 "신의주 행정 장관 자리는 계속 공석중이었는데, 그 동안 언론이 세 번씩이나 임명했다"면서 "정부는 나름대로 아니다고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오보 때문에) 혼란스러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당국자는 "언론들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으면 그 때 그 때 바로 잡아야 하는데, 최소한 북한과 관련된 오보에는 그런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통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언론들 자성필요,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도 요구돼 무엇보다 우리 언론의 엄격한 원칙이 필요하다. 북한과 관련된 소식은 기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주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 것이 특종경쟁을 유발해 때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100번 특종보다 1번의 오보가 더 심각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실장은 "북한에 접근이나 확인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특종보다는 오보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자세 변화도 필요하다. 북한 관련된 대부분의 보도는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즉각 부인함으로써 오보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보로 드러날 것도 북한당국이 그 때 그 때 바로잡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소문은 거짓이 많다는 사실을 서방언론이 인식하는 순간 더 이상의 오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BS정치부 권민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