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CBS는 4일부터 4회에 걸쳐 연속기획 ''식당 아줌마, 그들은 누구인가?''를 통해 한 가정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 일 할 수밖에 없는 40, 50대 식당 아줌마들의 현실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50) 씨는 전문대학을 졸업해 학원강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중년에 접어들어 다시 식당 여종업원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도 생계유지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자녀 2명의 학비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번에도 (대학등록금으로) 410만 원 냈는데, 주로 남편 월급가지고 첫째 대학공부 시키고, 동생 과외에 이것저것 돈이 들어가다보니 힘들다"며 "제가 돈을 벌면 도움이 되고 벌지 않으면 가르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실정이 이렇다"고 푸념을 늘여놓았다.
[BestNocut_L]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고 모(48) 씨의 사정도 이 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다 그만두고 6년전 식당일을 시작한 고 씨 가족 생활비의 70~80%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의 학비다.
고 씨는 "거의 학비로 나간다고 보면 된다"며 "가정생활비로는 40~50만원 정도를 쓰고 나머지는 애들 학비로 쓴다. 얼마전에도 대학 학비로 340만원 냈고, 고등학생도 급식비다 뭐다 하면 한달에 40만원정도는 꼬박 꼬박 들어간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의 의뢰로 한국여성연구소가 식당 여종업원 400여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85% 이상이 소득이 있는 배우자가 있었고 고졸이상의 학력이 84%를 차지했다.
배우자의 소득도 200만 원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진 경우도 44%에 이르렀다.
이는 더 이상 식당 여종업원이 TV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결손가정 여성이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이어나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이같이 안정적인 가정과 배우자의 고정적인 수입을 가진 중년의 여성들이 가장 열악한 환경의 노동시장인 식당, 그것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자녀들의 교육비에 있었다.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91%가 취학자녀를 두고 있었고, 또 76%가 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민주노동당 여성팀 김원정 정책연구원은 "사교육비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큰 것이 사실"이라며 "한 명이 벌어서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게 취업에 나서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사회전체의 부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늘어가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우리시대 어머니들이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