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월 초 전국을 강타한 기습한파로 한낮에도 영하권에 근접한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고로쇠 수액 채취량이 급감,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전남도내 대표적인 고로쇠 나무 수액 채취지역인 구례군 산동면 일대. 2월에서 3월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수액 채취 시기를 맞았지만 주민들에게서 분주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초부터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고로쇠 수액이 채취되지 않아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변화에 민감한 고로쇠 나무는 한낮 기온이 섭씨 12~15도를 유지할 때 수액 배출량이 가장 많지만 최근 영하권에 가까운 추운 날씨가 하루 종일 이어지면서 수액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달에는 10일 이상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나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뿌리에서 배출된 수액이 곧바로 나뭇잎으로 전달되면서 채취량이 급감한 터라 가구당 평균 200만원의 돈을 들여 자동채취장비를 설치한 이 일대 60여 고로쇠 수액 채취농가는 투자비도 건지지 못할 처지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산동면 고로쇠 약수 생산자협회 방극철(48) 회장은 "수액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시기에 이상고온과 기습한파가 잇따라 찾아와 고로쇠 수액 채취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나무에 뚫어놓은 구멍은 한 달 가량 지나면 자생작용에 의해 다시 메워져 올 고로쇠 농사는 사실상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BestNocut_R]광양 백운산과 장성 백양사 등 지역 내 다른 고로쇠 자생지에서도 채취량 감소로 수액채취 농민들이 한숨을 짓기는 마찬가지.
백운산 고로쇠 약수협회 김태한(57) 총무는 "고로쇠 나무는 추우면 수분을 흡수하고, 기온이 올라가면 수분을 배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밤 사이 기온이 3, 4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10도 이상 올라가야 수액 배출량이 최고치에 달한다"며 "하루종일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해발 500m 이상에서 자라는 고로쇠 나무에서는 수액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액 채취량 급감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민박집과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매출 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에서 돌집민박을 운영하는 김애임(71ㆍ여)씨는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지면서 고로쇠 생산량이 줄어 민박집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고 예약문의도 끊겼다"고 하소연했다.